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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행
    모퉁이다방 2019. 5. 8. 22:58



       아직 추웠고, 잠실이었다. 간만에 셋이 모였다. 가격이 꽤 해서 뭔가 더 시킬 때마다 부담스러웠던 수제맥주집에 있다 근처에 생맥주를 파는 맥주집으로 이동을 했다. 동네의 저렴한 술집을 찾는 거였는데, 거기도 잠실인지라 그렇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결 편안해진 기분으로 안주를 시키고, 맥주를 추가해서 마셨다. 술잔을 기울이며 더듬어 보니 우린 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왔고, 그게 새삼스러웠다. 셋이었을 때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주로 함께 여행을 간 일. 그 여행길에서 한 헛짓들. 엄청나게 짠 대게를 길 위에서 사고, 맥주가 모잘라 긴긴 밤길을 걷고, 나간 두 사람을 한 사람이 기다렸던 일. 맥주가게 무제한 맥주축제를 기다렸다가 셋이 가서 엄청나게 큰 잔으로 엄청나게 마셔댔던 밤. 내 오랜 친구는 일을 하다 만난 새로운 친구를 내게 소개해줬다. 우리는 한 살 차이가 났는데, 나이 때문이 아니라 만날 때마다 매번 거리를 두는 언니의 성격 탓에 친해지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다. 그렇게 친구가 되었고, 그동안 우리에게 많은 일이 있었다. 언니는 그 날 처음으로 울었다. 술을 마시다 툭 하고 언니의 마음이 튀어나왔다. 나는 속이 시원했다. 오래 전부터 언니가 우리 앞에서 울어주길 바랬다. 그 얘기를 해 주길 바랬고, 조금 울다가 하하하 웃길 원했다. 내가 사과를 할 수 있길 바랬다. 친구이면서 단번에 달려가지 못한 못난 사람이었음을. 그 밤에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오늘 밤, 동네를 걷다 그 밤이 생각났는데, 그 밤으로부터 또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참 잘 간다. 아물 것은 아물고 터질 것은 터지면서 우리들이 단단해졌음 좋겠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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