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
-
구닥, 첫번째롤모퉁이다방 2017. 8. 6. 23:11
구닥앱을 구입했다. 필름 카메라 느낌이 나게 필터가 적용되고, 뷰파인더도 엄청 조그맣고, 시간도 꽤 지난 후에 사진현상도 되는 아날로그식 카메라앱이다. 첫번째 롤 마지막 사진을 찍고 정확히 삼일 뒤에 현상이 되었는데, 너무나 실망스러운 사진들. 내가 못 찍어서 이런거겠지? 왠지 진짜 필름 카메라 느낌이 나 고민하고 조심조심 찍게 되더라. 플래쉬는 싫은데, 터뜨려야 하나보다. 그래도 추억이니 남겨본다. 어제는 친구와 간만에 맥주를 오랫동안 마셨고, 오늘은 낮잠을 두번이나 잤다. 빠에야를 만들었는데, 대실패. 흑흑- 개나리를 닮은 샛노란 매니큐어가 있어 발톱에 발라 보았다. 내일은 새로운 여행의 첫날이다. 이번엔 친구와 함께다. 짐을 싸면서 생각했다. 오래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
투다리모퉁이다방 2017. 7. 26. 23:51
오후에 졸리기도 해 이동진 라디오를 팟캐스트로 들었다. 김소영 아나운서가 나오는 코너였는데, 3부를 시작하면서 김소영 아나운서가 어떤 글을 읽기 시작했다. 더이상 만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말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 사람은 그 말들을 그 사람의 유언이라고 표현했다. 특별하지 않고 일상적인 말들이었다. 그렇지만 '유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나니, 그 평범했던 말들이 특별해졌다. 이제는 더이상 만나지 않는 사람들의 마지막 말을 나도 떠올려봤지만, 쉽게 떠올려지지 않았다. 아마 더 오래 골몰해도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작가가 이렇게 글을 잘 쓰나 하고 끝까지 귀를 기울였는데, 박준 시인 산문집 속 글이었다. 얼마 전 고민하다 장바구니에 넣어뒀는데, 곧 바구니를 비워야 ..
-
여행과 와인모퉁이다방 2017. 7. 16. 19:46
어제는 녹사평의 한 거실을 빌려 여행에서 사온 와인을 각자 가져와서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이 공간을 예약했는데, 거실이라고 했는데 진짜 거실이었다. 방이 두 개 있었는데 둘 다 작업실로 쓰고 있었다. 우리는 5시부터 9시까지 거실과 부엌, 그리고 화장실을 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조그만 소리로 속삭이며 얘기를 했는데 이내 적응이 되어서 내 집 거실처럼 있었다.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4시간이 금방 갔다. 동생이 와인을 좋아해서 자신이 사온 이탈리아 와인과 내가 사온 스페인 와인과 까바를 열심히 검색을 해서 정보를 수집했다. 한 병씩 딸 때마다 이건 어느 지방의 와인이고, 와이너리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까바는 정보가 없어서 그냥 까바에 대해서만 알려줬다. 샴페인이 프랑스 상파뉴 지..
-
일상모퉁이다방 2017. 7. 9. 19:55
돌아와서 몸무게를 재어봤는데, 줄지 않았더라. 젠장. 매일매일 세끼 이상을 먹고 맥주를 챙겨 마셨지만, 쉴새 없이 걸어다닌 탓에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느껴졌는데. 찌지도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근한 수요일부터 계속 기름진 음식들을 줄줄이 먹었던 탓에 하루가 다르게 찌고 있다. 읔- 다음주부터는 진짜 저녁을 조절해야겠다. 여행기를 매일매일 꾸준하게 남기고 싶었던 이유는 솔직한 감정들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더할 나위없이 즐거웠다는 그런 여행기 말고, 외롭고 힘들고 슬프기까지 한 그 감정들을 그대로 기록하고 싶었다. 물론 행복하고 즐겁고 오길 정말 잘했다 싶었던 충만했던 순간들도 고스란히 기록하고 싶었다. 하루하루의 일상도 그렇지만, 여행도 마냥 좋은 순간들만 연속될 리가 없는데, 그렇..
-
혼자모퉁이다방 2017. 6. 18. 14:16
이번주는 혼자 일어나고, 혼자 잠이 들었다. 동생들이 여행 중이다. 막내는 목요일날 돌아왔고, 둘째는 오늘 돌아온다. 혼자서 온전한 저녁과 밤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집에 들어와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풍성한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어떤 날은 맥주도 한 캔 마셨다. 한 캔 이상 마시면 다음날 혹시나 못 일어날 까봐 겁이 나서. 어떤 날은 음악을 들었고, 어떤 날은 과제를 했다. 어떤 날은 책을 읽어보려 노력했으며, 어떤 날은 수업을 끝내고 친구와 맥주를 마시고 밤버스를 탔다. 금요일에는 Y씨와 함께 차장님에게 생일턱을 냈다. 이 날도 역시 밤버스를 탔는데, 정류장을 잘못 찾아 한참을 걸어가 탔더랬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에 사람들이 없었다. 좋은 자리에 앉아 창문을 살짝 열었다. 바람이 불..
-
안주는 계란지짐이와 복어포모퉁이다방 2017. 6. 9. 01:10
내 기억에 따르면, 외할아버지는 노년에 항상 외로움과 술에 취해 계셨다. 외로움이 먼저인지, 술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어린 내가 보기에도 외할아버지는 고집이 세고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손녀인 내게는 따스한 사람이었다. 같은 읍에 살았던 우리가 외갓집에 하도 놀러오지 않자 할아버지는 직접 우리 아파트에 찾아오셔서 멀뚱멀뚱 한참을 계시다 가시곤 했다. 아, 나는 왜 그렇게 애교 없는 손녀였을까. 얼마전 외삼촌네랑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우리는 외할아버지가 손재주가 무척 뛰어난 사람이란 걸 알았다. 오늘은 외식의 날이어서 S씨와 N씨와 함께 근처 휴게소에 가서 올해 첫 모밀국수를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왜 이렇게 에세이들이 수도 없이 출간되는가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가 그랬다. 우리 아버지..
-
이른 저녁은 포장해온 동네 병천순대에 칭다오 캔맥주모퉁이다방 2017. 6. 6. 20:18
월요일에 만난 남희 언니는 봄에 다녀온 핀란드 여행 이야기를 해줬다. 일년동안 정말정말 일만 했던 언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물었다. 언니, 카모메 식당 거기 다녀왔어요? 응, 금령아, 다녀왔어. 언니는 항상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이름을 꼬박꼬박 불러준다. 언니는 헬싱키에서 카모메 식당의 촬영지도 다녀오고,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도 보고, 그 감독이 운영하는 바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리고 전도연과 공유가 나왔던 영화 촬영지와 비슷한 숲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도 머물렀다고 했다. 그곳에서 하는 일이라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창밖의 설원 풍경을 보면서 침대 위에서 책을 읽고, 주인 아저씨가 길을 만들기 위해 썰매를 끌러 가는 길에 동참하는 일. 언니는 이곳을 일부러..
-
저녁메뉴는 야채버섯찜모퉁이다방 2017. 5. 30. 21:59
요즘 디바 제시카의 여행영어 유투브 동영상을 공부하고 있다. 동생이 먼저 듣기 시작했는데, 사실 별로라고 생각했다. 예쁜 척 하는 사람, 이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그래서 동생이 들을 때 다른 컨텐츠를 찾아서 듣고 있었다. 그것들은 지루했다. 그런데 먼저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는 동생이 틀어오는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때문에 그녀를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여행영어 동영상을 봤는데, 재밌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치더라. 발랄해서 듣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업이 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디바 제시카의 다른 영어 컨텐츠를 찾아 공부해 봐야겠다. [디카 제시카의 '이 여자가 사는 법 - 진정한 여행이란?' 편] 부자신가봐요? 마음이 부자죠. 전 진짜 십만원 이상의 가방을 사본 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