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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흔
    모퉁이다방 2019. 6. 5. 23:32



       유월의 첫째주 토요일에 망원동의 너랑나랑호프에 있었다. 예약은 안된다고 했는데, 8시 즈음에 손님이 나가게 되면 그 테이블을 받지 않고 있을테니 잽싸게 오라고 했다. 그렇게 8시에 테이블에 안착했다. 고민을 거듭하다 갓김치와 파김치가 있는 육전과 국물떡볶이와 오백 다섯 잔을 시켰다. 맛난 맥스 생맥주였고, 김치들은 먹기 좋게 가지런히 잘라 주셨다. 육전은 따끈할 때 먹을 수 있도록 조금씩 나왔다. 길다란 떡이 들어간 떡볶이가 무척 맛있었다. 호프집은 손님들로 꽉 찼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나, 마시려고 하고 있었나 하는데 늦게 도착한다고 했던 소윤이가 가게 바깥에서부터 케잌에 불을 붙이고 환한 얼굴을 하고서 들어왔다. 마치 짠 것처럼 호프집 사장님이 생일축하음악을 틀어주셨고, 진짜 짠 것이 맞는 맞은 편에 앉은 조림이가 해피버스데이라고 새겨진 왕관을 내밀었다. 꽉 차 있던 손님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축하해줬다. 와와- 이런 서프라이즈라니. 놀랍고, 고맙고, 행복하고, 그런 상태에서 소원을 빌고 촛불을 껐다. 잘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알고보니) 호프집의 또 다른 사장님이 노래가 나오는 초가 있다면서 원하냐고 물어봤다. 네네, 그럼요- 장난감 같이 생긴 초에 불을 붙이자 촛불이 달린 꽃잎들이 열리고 빙글빙글 돌았다. 생일축하노래가 계속계속 나왔다. 또 한번 소원을 빌고 촛불을 껐다. 이번에도 잘 살게 해달라고 했다. 촛불을 꺼도 노래는 계속계속 나왔다. 사장님이 일회용 초라 내일 아침까지 노래가 계속 나올 거라고 했다. 조림이는 임시방편으로 케잌상자에 초를 집어 넣었다. 맛난 것을 사려고 건너편 투썸까지 다녀왔다던 소윤이의 생일케잌은 8조각으로 공평하게 나눠서 함께 축하해준 손님과 사장님들과 나눠 먹었다. 맥주는 맛있었고, 건배도 여러 번 했다. 해피버스데이 왕관은 계속 쓰고 있었고, 이후에 시킨 치킨과 소라숙회, 쭈꾸미 소면도 맛있었다. 만나는 사람에게는 실버스타라는 별명이 생겼고, 그날 모임에 실버스타가 와서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마흔의 생일은 이리도 행복하구나, 싶었던 그런 밤. 유월의 시옷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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