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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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수업 후모퉁이다방 2016. 12. 7. 23:37
화요일에는 자존감 수업을 들으러 갔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동생을 만나 40분만에 양꼬치를 구워 먹고, 칭따오 댓병을 나눠 마셨다. 계산해달라고 하니, 주인 아저씨가 아니, 이렇게 빨리 드셨어요? 놀라셨다. 급히 갈 데가 있어서요. 강연은 마감이 되었고, 이미 시작되었다. 흰머리가 무성한, 마르고 얼굴이 선해 보이는 분이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저 분이 작가님이시구나.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많은 자존감 책이 있는데,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건 머리말 때문인 것 같아요. 보통은 나는 어디서 공부를 했고, 어떤 사람에게 배웠으며 같은 잘난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거든요. 책을 다 읽은 동생에 따르면, 작가님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고, 그걸 어떻게 쌓아 올려나갔는지를 특별하지 않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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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학교모퉁이다방 2016. 11. 27. 23:06
11월 마지막 토요일, 우리는 강남역에 있는 한 쿠킹스튜디오에 모였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눈이 마구 쏟아지던 날이었다. 첫 눈. 스튜디오의 창 밖으로 첫 눈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알아보는 맥주학교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이론 수업을 하고, 시음 맥주와 음식을 먹고, 수료식을 했다. 수료증에는 각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다. 한 사람의 이름이 불리고, 앞으로 나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수료증을 받았다. 어떤 사람은 교장선생님과 악수를 했고, 어떤 사람은 포옹을 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지난 6주동안 어떠했는지 소감을 이야기했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맥주친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가고 있는데, 이곳에서 새로운 맥주친구를 알게 되어서, 알지 못했던 맥주의 세계를 알게 되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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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연차모퉁이다방 2016. 10. 26. 21:22
작년 말에 십만원짜리 적금을 들었더랬다. 제일 짧은 기간으로 6개월 만기 상품이었다. 6월에 만기가 되었다는 문자가 왔었다. 그동안 은행갈 시간이 없어 연차를 맞이하여 은행에 갔다. 기다리는 동안 최순실 관련 뉴스를 봤고, 내 차례의 번호가 울렸다. 만기된 적금이 있어서요, 라고 말하고 신분증을 건넸는데, 검색을 해본 직원이 만기된 적금이 있다고 하셨죠? 라고 되물었다. 흠, 결론은 만기된 적금은 자동으로 내 계좌에 이체된 거였다. 그것도 6월에. 6월에 나는 60만원이 생겼는데, 그것도 모르고 월급이 좀더 들어왔구나, 이딴 생각도 하지 않고, 어느새 다 써버린 것이다. 어느 카드값에 충당된 게 분명하다. 이런 경제관념이 없는 한심한 것아. 은행을 들어가기 전엔 60만원을 어떻게 할까 설레였었는데,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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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6. 10. 22. 01:35
11월이 오기 전에 9월의 일들을 기록해둔다.세상에 11월이라니, 올해도 다 갔다. 흑흑- 9월의 첫 불금에는 나탈리 포트만의 영화를 보았다. 흠, 몇몇 영상만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보고 불광천을 걸었다. 면세점에서 사온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아껴 마시는 밤. 동생이 신기한 커피집에 다녀왔다. 인스타를 통해서만 영업시간을 공지한단다. 시간도 매번 일정하지 않다고. 9월에도 많이 다녔다. 썸데이 페스티벌에 다녀왔고, 삼척바다도 보고 왔다. 삼척으로 가는 셔틀버스에서 귀한 여행지를 발견했다.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일본에서 이런 멋진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어떤 선물로 보답해야할지 아직도 생각 중이다. 여행에서 쓴 엽서를 보냈는데,한 장은 도착하지 않았다 했고,한 장은 도착했다고 했다. 한 장의 행방은 아직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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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6. 10. 3. 00:24
많이 늦은 2016년 8월의 기록들.8월은 한여름이니까, 맥주를 많이 마셔주었다.한여름이 아니라도 많이 마시... 하하하 늦은 복날을 챙겼다. Y씨는 들깨, 나는 녹두. Y씨는 다시는 들깨를 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오늘 뭐 먹지? 삿포로 편을 보고 배운 캔맥주를 생맥주로 변신시키는 기술! 얍! S의 마음. S는 이 책을 선물해주면서 언니가 좋아할 거야, 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랬다. 집에서 셋이서 불금. 각자 먹고 싶은 걸 말한 결과랄까. 스시와 스테이크. 끄덕끄덕끄덕. 동생들과 엄마 아빠와 다녀온 한여름의 거제. 거제 찍고 홋카이도. 두번째, 삿포로. 여행을 다녀와서 주말과 광복절 덕분에 휴가가 이어졌는데 늦잠을 자지 못하겠더라. 그리하여 조조. 나의 산티아고. 7월에 본 영화의 포토티켓도 찾았다. s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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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모퉁이다방 2016. 9. 28. 23:48
7분 뒤에 오는 버스를 타려고 일어섰는데, 동료가 말을 걸었다. 동료가 자신의 슬럼프를 고백했다. 나는 그이의 슬럼프를 듣고, 나의 지난 슬럼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지금도 슬럼프가 아닌 건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내일을 살아내야 하므로, 힘을 내자고 했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1분 뒤에 온다는 버스를 탔다. 합정의 안경점에서 한번 사용해보고 싶었던 렌즈 이름을 말했는데, 취급하지 않는 제품이라고 했다. 대신 새 제품을 추천받아 샀다. 렌즈 네 개를 덤으로 줬다. 마트에 들러 제일 길다란 알뜰 소시지를 샀다. 금요일에 계란물을 묻혀 소시지 반찬을 해야지.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고, 답을 보내니 내가 제일 늦게 답을 했다고 했다. 메시지에서 내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S는 오늘도 열심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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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를 만나는 시간모퉁이다방 2016. 9. 26. 23:09
어떤 날에는 내 삶이 꽤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또 어떤 날에는 내 삶이 이모양이꼴로 여겨진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책도 읽고, 극장에도 간다. 요즘은 한동안 또 이모양이꼴 모드가 되어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건축가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그를 만나고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왔는데, 만나러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현이라는 건축가는 민머리에 저음의 목소리가 무척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단어들을 굉장히 부드럽게 발음했는데, 그 톤이 참 좋았다. '건축가는 무슨 생각으로 집을 지을까?'라고 쓰인 화면을 띄어 놓고, 실은 이 중간에 '서현'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건축가 서현은 무슨 생각으로 집을 지을까?' 그리고 자신이 설계한 세 채의 집을 소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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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수원지모퉁이다방 2016. 9. 21. 21:42
추석 때 온가족이 마산 봉암수원지에 갔다. 마산이 창원이랑 통합되어 창원이 되었지만, 내게는 마산은 마산이다. 저수지를 반바퀴 돌고 정자 앞 나무에 모여 다같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작은아빠는 찍겠습니다, 말씀하시고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 보기만 하셨다. 막내삼촌이 찍는 겁니까, 묻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더니 버튼을 누르더니 동영상을 찍었다고 허허 소리내어 웃으셨다. 덕분에 우리는 움직이는 단체 사진을 소장하게 됐다. 다시 저수지를 반바퀴 돌아 나와서 마산 아구찜을 먹고 헤어졌다. 나는 나무과 물이 가득한 길을 걸으면서 얼마 전에 본 영화를 떠올렸다. 추석이 지나면 유럽으로 혼자 떠난다던 혜진씨도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아주 긴 길을 혼자 걸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의 주인공은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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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위한 다짐모퉁이다방 2016. 8. 29. 21:47
쉬는 날 아침에 보는 영화를 좋아한다. 제일 좋은 건, 이른 새벽에 보기 시작하는 영화. 휴일인데 일찍 일어났고 다시 자버리기는 아까울 때,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찾아본다. 너무 밝지 않고, 너무 어둡지 않은 그런 영화. 그런 영화를 찾아냈으면, 이불을 다시 덮고 비스듬하게 누워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 거다. 너무 느리디 느린 영화를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게 되는데, 그런 일이 참으로 많았다. 지루하지도 않고, 마음 깊이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하나 이상이 되는 꽤 괜찮은 영화도 있었다. 영화가 끝날 즈음 해가 완전히 뜬다. 그렇게 되면 아침도, 그날 하루도 뿌듯하다. 그런 이유로 극장에서 보는 영화도 조조가 좋다. 아침에 부지런을 떨며 황급하게 나가는 일도 좋고, 아침 할인이 되는 샌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