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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다방450

주말에 병규와 한나에게 요즘 낙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나의 요즘 낙은 무엇인지 어제오늘 곰곰이 생각해봤다. 생각해보니 요즘 나의 낙은 뚝배기 밥이었다! 밥솥이 고장난 상태이고, 집에서 밥을 잘 안 해먹고 있었는데, 자주 가는 블로그에 냄비밥 이야기가 계속 올라왔다. 냄비밥을 해먹기 시작했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 젊은 부부인데, 그때그때 2인분씩 해서 누룽지까지 알뜰하게 먹는다고 했다. 냄비 브랜드를 알려주길래 찾아봤다. 그 분이 쓰는 냄비는 색이 파란 것이 무척 예뻤는데, 값이 나갔다. 그래서 그 브랜드의 자그마한 뚝배기를 샀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뚝배기(냄비)밥은 흰쌀밥을 할 경우 쌀을 한 시간 이상 불려두고, 쌀과 물을 1:1 비율로 넣는다. 자, 그럼 밥을 해보자. 불을 제일 센불로 두고 밥이.. 2019. 1. 29.
잉어빵 ​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J씨가 차장님 아버지가 갑자기 위독해지셨다고 했다. 잠시 뒤 들어온 차장님 얼굴이 눈물범벅이었다. 택시를 타기 직전까지 차장님은 울고 울고 또 우셨다. 오후내 여러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친구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 이별은 갑자기 찾아왔다. 마지막 인사 따위 차분하게 나눌 새도 없이 그렇게 갑자기 소중했던 사람이 순식간에 떠나버렸다. 일을 하면서 계속 눈물이 나서 모니터 아랫쪽에서 눈물을 닦아댔다. 케이블 채널을 뒤적거리다 이라는 프로그램 재방을 보게 됐는데, 배순탁 작가 편이었다. 배순탁 작가는 밤새 원고마감을 하고 자주가는 순대국집에 갔다. 맛집인 것 같았다. 밥이 따뜻하게 토렴되어 나오는 순대국집이었다. 배순탁 작가는 아버지에게 순대국을 배웠다고 했다. 그래.. 2019. 1. 22.
미역국 ​ 물이 끓는다. 똥과 머리를 떼어두고 냉동실에 보관해 온 국물용 멸치와 지난해 주문진에서 잘못 사온 황태껍질을 넣고 보글보글 끓였다. 완도산 미역을 잠시 불린 뒤 잘게 잘랐다. 미역국의 미역은 잘게 씹히는 게 좋더라. 냉동실을 뒤져보니 대구포가 있어 잘라뒀다. 멸치황태껍질물이 누우렇게 우려났다. 참기름도 들기름도 없어 잘게 썬 미역을 그냥 냄비에 넣고 다진마늘과 함께 볶았다. 길게 썰어둔 대구포도 넣었다. 쏴아-하고 냄비가 들뜨는 소리가 나자 멸치액젓과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누우렇게 우려난 미역황태껍질국물을 아낌없이 부었다. 이제 맛이 우려날 때까지 끓이면 된다. 미역국은 오래 끓일수록 깊은 맛이 나니까. 이번주 중요한 사람을 만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겨우내 참 많이도 쳐먹고 참 적게도 움직였다. 추.. 2019. 1. 14.
2019 ​ 마흔이 되었다. 어제 Ss는 이제 백세시대이니 마흔도 청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포티가 되리라 다짐해본다. 어제 일찍 잤고, 오늘은 일찍 움직인다. 새해 새책을 책장에서 골랐고, 이번 다이어리는 끝까지 쓸 수 있게 얇은 것으로 골랐다. ​​​​​엄마아빠에게 새해맞이 용돈을 보냈고, 떡국을 함께 먹기 위해 그 사람에게 가는 중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거다. 이렇게 시작해본다. 2019. 1. 1.
D-9 ​ 데이트를 하고, 병원에 다녀오고, 친구를 만나고, 집에서 뒹굴거리는 금요일과 주말을 보냈다.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읽고 있던 책 한 권을 끝냈다. 친구는 최근에 J.D. 샐린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았다고 했다. 더이상 책을 발표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했는데, 죽을 때까지 평생 글을 썼대, 라고 친구가 말했다. 내가 전철에서 마친 책의 작가도 십년동안 발표할 기약이 없는 글을 꾸준히 썼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엘프리데 옐리네크 소설 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 영화 을 보아야지 생각했다. 친구가 추천해 준 도 꼭 봐야지. 친구는 자신의 깊이가 이 정도면, 그것보다 훨씬 못한 글이 쓰여진다고 했다. 그런데 이만큼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으니까, 자신의 깊이를 늘이는 수 밖에 없다고.. 2018. 12. 23.
D-12 ​ 지금까지 열한 줄을 썼다가 모두 지웠다. 모두 다 쓸데없는 이야기다. 동생은 요즘 수영에 빠졌는데, 잠수함이라고 놀림을 받다가 결국 배영에 성공했다. 오늘부터 평영을 시작했단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보면 역시 성공하나 보다. 이 쉬운 진리를 나는 왜 늘 잊어버리는 걸까. 나는 포기가 쉬운 아이다. 수많은 포기가 있었다. 방금 동생이 크리스마스 때 강습은 없고 자유수영을 하는데, 수영장에 캐롤을 틀어준다고 했단다. 갈 거야, 크리스마스 날에, 라고 방긋 웃는다. 오늘은 혼자 남아 야근을 했다. 칼퇴를 하지 못한 날은 뭔가 깊은 감정이 드는데, 그건 업무시간에 쉴 틈이 정말 1분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삶이 계속되어도 괜찮을까, 가끔 생각한다. 내년에는 포기하지 않는 무언가를 하나 이상 꼭 만들어보.. 2018.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