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과 2월

from 모퉁이다방 2019.02.1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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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에는 만나는 사람의 아버지를 만났고, 2월에는 만나는 사람이 우리 부모님을 만났다. 1월에는 호수 근처에 있는 밥집에서 옻닭을 먹었고, 2월에는 이영자가 티비에서 추천해준 중국집에서 코스요리를 먹었다. 1월의 나는 몹시 긴장했는데, 2월의 그 사람은 그리 긴장해 보이지 않고 씩씩해서 대견했는데 자세히 보니 물병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더라. 1월의 아버지와는 막걸리 한 병과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셨다. 그 사람은 운전을 해야해서 물만 마셨다. 아버지는 나를 유심히 보지 않으시는 것 같았는데, 막걸리를 반쯤 나눠 마셨을 때 인상이 좋다며 칭찬해주셨다. 앞으로 함께 맛있는 걸 자주 먹자고도 하셨다. 2월의 아빠는 그 사람을 가만히, 유심히 바라보더라. 자주 웃었고, 그 사람 명함을 한 장 받아갔다. 아빠는 전화로 우리 딸이 남자 보는 눈이 있더라고 후일담을 전하셨다. 


   어느 날 밤, 통화를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30대 초반에 엄청 힘든 일을 당했을 때, 정신이 반쯤 나간 채로 운전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큰 사고가 날 뻔 했다고. 간신히 사고를 피했다고. 사고가 났다면 아마도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 거라고. 그때 죽지 않은 게 너 만나려고 그랬나 보다. 이런 말은 오래 기억한다. 작년 내내 서로 마음에 생채기 내며 싸웠던 것들은 금새 잊어버리고, 좋은 말 좋은 마음만 담아두려고 한다. 나의 바닥을 잔뜩 보이고 나니 그렇게 해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고맙다는 생각이 올해 더 깊어졌다. 아버지와 대게를 먹기로 했고, 통영에 둘이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봄이 되기 전에. 



* 인상(印象) : 1. 어떤 대상에 대해서 마음에 새겨지는 느낌. 무뚝뚝한 ~ / ~에 남다 / 좋은 ~을 남기다.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1. 2019.02.14 17:5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9.02.15 17:16 신고 BlogIcon GoldSoul

      얼마 전에 합정의 쥐포맛집에서 처음으로 단둘이 만나 만취하도록 맥주 마셨던 날이 생각났지 뭐야.
      그때 상상만 했던 일들이 그동안 우리에게 많이 일어났다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뭔가 몽글몽글해지는 거야. 마음 한 켠이.
      보고픈 소노스케, 곧 만나서 몽글몽글 많은 얘기 나누잣! ;-)

  2. 2019.02.14 18: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9.02.16 07:43 신고 BlogIcon GoldSou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니에요. '이런' 사람 환영입니다. 이렇게 흔적 남겨주시면 얼마나 좋은데요. :)
      좋은 순간도 있고, 많이 다투는 순간도 있는데, 점점 맞춰가고 있는 것 같아요. 헤헤- 그리고 이 공간은 제게 무척 소중해서 계속 써나갈 거예요. 와서 봐주시고, 가끔 흔적도 남겨주세요.
      감사드려요, 다시 한번.
      어제 눈이 많이 왔는데. 주말이니, 너무나 좋아요. 따듯한 주말 보내세요. :-)

  3. 2019.02.15 10: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9.02.16 07:49 신고 BlogIcon GoldSoul

      그럼요, 기억해요! 우리에겐 올드훼션드와 요시다 슈이치와 고성의 공통점이 있잖아요. 헤헤- 올드훼션드 너무나 그리워요. 왜 설탕을 덧바른건지. 흑흑-
      두 아이의 엄마셨구나. :) 저도 설에 고성 다녀왔어요. 이번엔 통영도 가고, 맛난 것도 많이 먹었어요. 아이들이랑 함께 설 잘 보내셨죠? 고성에서 누군가 얼굴도 본 적 없는 저를 떠올렸다니, 뭉클해요.
      응원도, 이런 정성가득한 긴 댓글도 정말 감사드려요. 따뜻한 글에 마음이 정말 따뜻해졌어요. 고맙고, 고맙습니다. 잘 해볼게요. 헤헤- :)

      덧, 명절에 시댁 가시면 외식은 잘 못하시죠? 대장금이라고 곱창전골 파는 맛집이 있는데, 가보셨을까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경상도식의 양념이 맵고 짠 게 제 입맛에는 딱이에요. 헤헤- 저는 서울 올라와서 몇년 지난 뒤에서야 경상도 음식 간이 얼마나 센지 알게 된 사람이에요. 언제 기회되면 한번 드셔 보세요.

  4. 2019.02.21 12: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9.02.26 21:51 신고 BlogIcon GoldSou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를 위해 맞춤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고. 그러니 계속 노력하는 거라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은 사람인 거라고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