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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다방450

명상 ​ 욕심이 쌓이고 쌓이기만 한다는 이유로 요즘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생이 어느 날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책 읽는 것도 명상 같아. 집중해서 그 안에 있잖아. 좋은 책이 내가 가고 싶은 마음상태나 모습으로 가게 해주는 거 아닐까." 동생에게 명상을 알려주시는 분이 그러셨단다. 명상이란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상상하고 그려보고 그 안에 머무르는 거라고. 욕심을 버리고 싶으면 욕심을 버리는 내가 되는 것이다. 눈을 감고 차를 마시고 생각을 비워가면서. 동생이 저 메시지를 보낸 뒤로부터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명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땅 밑으로 들어가 모험을 하기도 하고, 사고를 당해 죽어가는 아내를 둔 남편이 되어 하와이의 일상을 살아보기도 한다. 내 .. 2019. 10. 14.
노년 ​ 출근 준비를 하면서 뉴스를 틀어놓았는데, 우리나라 노년층이 다른나라에 비해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적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삼십대 때는 무척 많은데, 노년이 되면서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거다. 그 원인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단지 생존만을 위한 경제활동을 하는 것, 아니, 할 수밖에 없는 것, 한국형 전통 가족형태는 이미 붕괴되었는데 아직도 가족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 등이 있었다. 역까지 가는 차 안에서 뉴스의 내용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더니, 옆 사람이 말했다. 젊었을 때 그렇게 뼈 빠지도록 일했는데 왜 그렇게 되는 걸까. 뉴스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고, 부모님과 우리 미래에 대한 걱정이기도 했다. 합정역에 작은 휴게공간이 있는데, 아침 8시.. 2019. 10. 1.
근황 오늘은 꼭 써야지 다짐한 날들. 오늘은 정말로 책상 앞에 앉았다. 이 방에는 한 켠에 긴 책상을 두었고, 한 켠에 긴 책장을 두었다. 책상 앞에는 각자의 의자가 나란히 있다. 이제 군포가 집이 되었다. 내일이면 결혼식을 한지 딱 한 달이 된다. 평일에는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난다. 알람을 다섯 시 반에 한 번, 다섯 시 사십오 분에 한 번, 여섯 시에 한 번, 여섯 시 십오 분에 한 번 맞춰두었다. 보통은 다섯 시 반에서 여섯 시 사이에 일어난다. 일어나면 물을 마시고, 2인분의 커피콩을 간다. 물만 넣으면 일정한 맛을 만들어주는 드립커피머신의 스위치를 올려놓고 욕실에 들어가 씻는다. 씻고 나서는 화장품을 바르고 가볍게 분칠을 하고 눈썹을 그리고 옷을 찾아입고 전날 준비해둔 것들을 꺼내 간단한 아침상을 .. 2019. 9. 24.
태풍 ​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시작이기도 하고.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간단하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식이 한달쯤 남자 소소한 스트레스들이 많았다. 어쨌든 잘 치뤘고, 여행도 잘 다녀왔다. 이제 그렇게 바라던 일상을 살아가는 일을 하고 있다. 결혼날짜를 잡으려고 할 때 친구가 되도록이면 빨리 잡으라고 했었다. 어차피 준비하는 동안 여러 스트레스들을 받게 되어 있는데, 그걸 최소화하려면 빨리 치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식이 끝나고 함께 살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고, 커다란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어제는 불금이라 기나긴 퇴근길 끝에 의왕역에서 만나 처음 가보는 통닭집에 들어갔다. 내 몫의 맥주와 옆사람 몫의 소주, 통닭 반반을 시켰다. 사람이 많았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 2019. 9. 7.
드레스 지난 주말에는 결혼식에 입을 드레스를 보러 갔다. 준비 초기에는 결혼식 관련해 이것저것 검색을 많이 해 보았는데, 인터넷이 시키는 대로 다 하자니 단 하루의 식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쳐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플래너 없이, 결혼식장도 딱 한 군데만 가보았고 마음에 들어 바로 계약을 했다. 드레스도, 헤어 메이크업도, 당일 스냅사진도 더 알아보지 않고 예식장 패키지로 예약했다. 예식장을 보니 패키지가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웨딩사진은 사진관 같은 곳에서 간단히 찍으려고 했는데, 친구가 직접 찍어준다고 해서 야외에서 찍었다. 이 사진들이 없었으면 영상이며, 테이블 위에 올릴 사진이며 모두 부족해서 뒤늦게 헤매고 있었을 거다. 사진을 볼 때마다 그 날의 풍경들을 생각한다. 흐렸던 날씨, 그럼에도 더웠고.. 2019. 8. 7.
나눔 ​ [책]1. Love & Free / 다카하시 아유무 2. 보통날의 파스타 / 박찬일3. 버텨요, 청춘 / 최전호4. 쫄깃 / 메가쑈킹 & 쫄깃패밀리5. 더 리더 / 베른하르트 슐링크6. 울릉도 여행 / 양영훈7. 일요일들 / 요시다 슈이치8. 퍼레이드 / 요시다 슈이치9. Line 매거진 #410. Line 매거진 #711. 독립생활자들 / 이봄12.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13.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14.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15. 오늘의 거짓말 / 정이현16.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 / 최도성17. 상하이 일기 / 황석원 18. 가만히 거닐다 / 전소연19. 깊은 강 / 엔도 슈사쿠20. 컨셉진 14호21. 컨셉진 24호22. 컨셉진 26호23. 컨셉진 27호24. 제.. 2019.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