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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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극장에가다 2017. 3. 18. 08:54
내가 여행지에서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좋았던 여행들을 떠올려 봤는데, 그 기억들에 항상 좋은 숙소가 있었다. 늦은 밤까지 와인을 마셨던 경주의 호텔은 폭신폭신했고, 위치를 극단적으로 잡아 하루 반나절을 숙소로 이동하는 데 써야했던 제주에서도 마침내 찾아간 숙소가 무척 좋았다. 테라스가 있었고, 나무가 많아서 어마어마했던 택시비가 아깝지 않았다. 에어텔로 예약했던 포르투갈의 숙소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리스본의 숙소는 근사한 거리가 내다보였고, 훌륭한 야경이 함께 했다. 역시 조그마한 테라스가 있었다. 포르토의 숙소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데, 아주 커다란 나무가 바로 앞에 있었다. 커다란 창문이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창문을 활짝 열고 손을 아-주 길게 뻗으면 나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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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더극장에가다 2017. 3. 15. 23:10
안산에서 내려와 북촌으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우리는 ㄷ자 한옥을 리모델링한 술집에 앉아 쏟아지는 햇볕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낮술을 마셨다. E는 같은 술을 계속 마셨고, 나는 매번 다른 술을 시켰다. 우리는 극장에서 처음 만났다. E가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를 봤는데, 참 좋아서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처음엔 궁금했는데, 이제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E는 한번 봐 보라고 했다. E는 전도연과 북유럽의 풍광이 나왔던 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나를 탓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집에서 조그만 티비화면으로 를 보다 정말 후회했다. 배우나 이야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저 북유럽의 새하얀 숲은 커다란 스크린 화면으로 봐야했다. E는 를 사람이 거의 없는 극장에서 보았고, 그 덕분에 더 좋은 영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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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터널 애니멀스극장에가다 2017. 2. 14. 22:44
소설쓰기와 이별에 관한 이야기, 라는 결론. 이토록 괴로운 이별, 이토록 처절한 글쓰기. 에이미 아담스가 계속 좋아진다. 올 겨울에는 를 습관처럼 틀어놓고 잠드는 날들이 있었다. 에이미 아담스가 화장기 거의 없는 말간 얼굴로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잘난 친구들 앞에서 주눅을 들고, 이런저런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롭게 자리잡은 보금자리에서 칼질을 하고 불을 피워 요리를 하는 장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몽글몽글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에서도 진하게 화장을 한 현재의 모습보다 화장기 없는 예전 모습이 백배 더 예뻤다. 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긴 했지만, 화장기 없는 모습은 여전히 좋았다. 이 언니를 계속 응원할 테다. 는 잔인하고, 강렬하고, 서글퍼서 여운이 꽤 오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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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극장에가다 2017. 1. 1. 21:53
2016년 마지막날은 계획했던 대로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밥때가 되면 무언가를 시켜 먹고, 티비를 보다 그대로 잠들었다. (그러니 말할 것도 없이 살은 찌고 있다.) 2017년 첫날의 계획도 마지막 날과 동일했는데, 나의 계획에 동참하고 있던 이들 중에 막내가 먼저 샤워를 하고 옷을 입더니 나갔다. 어디를 가는지 물어봤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동생과 나는 이른 오후까지 계획을 무리없이 진행하다 이건 너무 하다 싶어 샤워는 하지 않고, 옷만 바꿔 입고 동네 커피집에 갔다. 창가 자리에 막내가 앉아 있었다. 커피집에서 2017년 첫 커피를 마셨고, 2017년 첫 영화를 보러 갔다. 뒹굴거리다가 본 출발 비디오 여행에 낚였다고 해야 할까. 역시 신카이 마코토는 넘쳤다. 좀더 담백하게 풀어냈으면 좋았을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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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영화처럼기억의기억 2017. 1. 1. 21:12
너의 이름은.녹터널 애니멀스.제인 오스틴 북클럽. * 컨택트.맨체스터 바이 더 씨.아주 긴 변명.매기스 플랜. *문라이트. 싱글라이더.사일런스.파도가 지나간 자리.밤의 해변에서 혼자. 프란시스 하. *우리도 사랑일까.분노.사랑니. *파운더.시인의 사랑. 전주친애하는 우리 아이. 전주돌아온다. 전주 로맨틱 레시피. *내 사랑, 그리스.프로포즈 데이. *목소리의 형태. 도터 앤 파더.히든 피겨스.바르셀로나 썸머나잇. 내 사랑.덩케르크. 와니와 준하. * 아가씨. *행복 목욕탕. * 엘르.아이캔스피크.윈드 리버.우리의 20세기. 남한산성.아이 앰 히스레저.봄날은 간다. 투 러버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토르 : 라그나로크.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베스트 오퍼. *러빙 빈센트.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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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수잔극장에가다 2016. 11. 28. 23:02
나갈까 말까 수도 없이 망설였다. 죽은듯이 누워 있다 굴짬뽕을 시켜먹고, 티비를 보다 다시 잠들고, 공부하다 들어온 동생이랑 치킨을 시켜 먹고 다시 누웠다. 이대로 일어나지 않고 누워 저녁을 보낸다면, 나는 어제보다 더한 돼지가 되겠지. 흑흑- 나가보자. 친구가 예매권이 있어서 예매를 해준다고 했다. 레이디 제인, 이라고 말했는데 친구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레이디 수잔, 을 예매해줬다. 제인 오스틴의 첫 작품.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 제인 오스틴 원작 영화들을 보면서 가슴 떨렸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여자 주인공도, 남자 주인공도 참 매력적이었는데. 키이라 나이틀리의 오만과 편견은 최고였지.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는데. 이딴 생각들을 하며 영화를 봤다. 주인공 레이디 수잔이 너무나 공감할 수 없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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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더스트극장에가다 2016. 11. 23. 21:31
건강검진이 있어 연차를 썼다. 검진을 하는동안 병원 근처 극장 시간표를 검색해봤는데, 집 근처 극장에서는 내린 가 한 회 상영하는 걸 발견했다. 평이 하도 좋아서 못 본 걸 아쉬워 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신선설농탕에 들어가 떡만두설농탕 한 그릇을 먹고, 커피를 사들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왔다. 좌석 앞에 길다란 탁자가 있는 관이었다. 예매할 때 팔린 표가 없어서 혼자 보나 싶었는데, 두 명의 관객이 더 들어왔다. 영화는 무척 좋았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은행을 털어 어머니가 유산으로 남긴 농장땅을 지키려는 형제와 그들을 뒤쫓는 퇴직을 코앞에 둔 베테랑 형사의 이야기이다. 풍경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쓸쓸했다. 영화를 보면서 예상되던 결말이 있었는데, 틀어졌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인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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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를 본 남자극장에가다 2016. 11. 8. 23:43
이틀 연속 칼퇴기념으로 극장엘 갔다. 사실 보고 싶은 것은 없었지만,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오고, 제작진이 만든 영화라고 하길래 를 보기로 했다. 좌 버터구이, 우 맥주를 두고 한산한 극장의 중앙자리에 앉았다. 흠. 영화가 지루해서 겨우 봤다. 인도의 천재 수학자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도 실망스럽고, 이야기도 지루했다. 제레미 아이언스 때문에 끝까지 볼 수 있었다. 평면적인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인물. 제레미 아이언스는 고독한 학자 역할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제일 강력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의 영화는 인데, ( 시리즈의 열혈팬이었다! 4편 빼고-) 거기선 섹시한 악역으로 나왔더랬다. 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적당히 낡은 양복을 입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끼고,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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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러브레터극장에가다 2016. 10. 24. 23:47
오늘 갑자기 너무나도 답답해져 서둘러 이어폰을 찾았다. 핸드폰에 꽂고 멜론 플레이어를 실행시켰다. '러브레터 OST'라고 입력했다. 플레이. '그의 미소'라는 곡이 시작됐다. 영화의 첫 장면, 오타루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그곳에서 샤르르르르 미끌어져 내려왔다. 눈이 가득한 오타루 시내로. 가을바람도 제대로 불지 않던 시월의 어느 저녁에, 눈이 가득한 오타루에 다녀왔다. 우연히 극장상영을 하는 제주항공 행사를 보고, 응모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이틀 전 쯤에 발표가 났는데, '를 극장에서 다시 본다'라는 생각만으로 설레였다. 그렇게 많이 본 영화인데, 극장에서 다시 본다고 설레다니. 영화가 시작되고도, 그 설레임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막 자랑하고 싶어지는 거다. 엇, 저기! 앗, 저기 나 가봤어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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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극장에가다 2016. 10. 9. 20:27
9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렸다. 피곤해서 집에 바로 갈까 했는데, 나중에 보자고 미뤘는데 결국 극장에서 빨리 내려 못 보게 된 영화들이 많아서, 이제 보고 싶은 영화는 되도록이면 개봉하면 바로 보자고 생각했다. 애정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영화. 원래 복도쪽 자리에 앉는 걸 좋아하는데, 아이맥스관이니까, 그리고 관객도 별로 없었으니까, 정 중앙 자리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이맥스관에서는 정중앙 자리를 사수해야겠다. 정중앙에서 보는 느낌이 좋았다. 왠지 더 푸욱- 영화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담담한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먹먹해져 꽤 울었더랬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왜 우리는 그러지 못했는가, 라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