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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애하는 우리아이
    극장에가다 2017. 5. 6. 23:38



       <친애하는 우리아이>의 아사노 타다노부는 40대의 가장이다. 조금 특별한 건은 재혼 가정이다. 아사노 타다노부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딸이 한 명 있다. 그리고 재혼을 한 아내에게 두 명의 딸이 있다. 아사노 타다노부는 그 두 명의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다정한 남편이고 다정한 아빠이다. 퇴근 후 동료들과의 술자리를 마다하고 케잌가게에 들러 달콤한 디저트를 사간다. 그렇게 해서는 회사에서 좋은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상사의 이야기에, 지금이 아니면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리고 파견직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그런 그에게 아내가 말한다. 임신을 했다고.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과는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고, 재혼한 아내의 아이가 둘인데, 새로운 아이가 생기는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는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내와 자신이 의붓아빠인지 모르는 둘째 딸 뿐이다. 아사노 타다노부를 비롯한 첫째딸들은 이 상황이 편치 않다. 어렵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영화의 초반이었던 것 같다. 아사노 타다노부가 퇴근을 하고 딸들과 아내가 먹을 케잌을 사들고 들어온다. 아내는 냉장고에 맥주컵을 넣어뒀다고 말한다. 아사노 타다노부는 차가워진 맥주컵을 꺼내 맥주를 꽐꽐 따르고 시원하게 마신다. 이게 바로 아사노 타다노부가 바라던 일상이고 행복이었다. 아내가 임신을 하고, 첫째딸이 이를 삐딱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 네 사람의 가족이라는 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네 사람의 집으로 등장하는 아파트의 위치가 굉장히 특이했다. (아마도) 언덕 위 높은 곳에 위치한 중산층의 아파트였는데, 계단도 있었지만 가파르고 꽤 오래 올라가야 해서 건물 안이 아닌 바깥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주인공은 영화의 초반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지만, 관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괴로운 마음이 커질수록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땀을 흘리며 계단을 힘들게 올랐다. 다 오르고 나면 시내의 수많은 가정들의 불빛들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처음에는 따뜻하게 보이기만 했던 불빛들이, 주인공이 이런저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회피하고 싶은 불빛들로 변하더라.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곳, 도망가고 싶은 곳으로. 이 영화가 정말 좋았던 건, 영화의 결말 부분이었다. 주인공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고,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주인공이 술이 취해 결심했던 것처럼 모두 다 포기해버려도 그를 비난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노력했고 기다렸다. 그러한 결말이 좋았다. 그래, '가족'은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입소문이 퍼져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했음 좋겠다. 그래서 영화 촬영 장소도 자세하게 알고 싶고, 원작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보았으면 좋겠다. 남의 이야기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름아닌 우리의 이야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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