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듣다'에 해당되는 글 27건

  1. 그 겨울의 시작, 짙은 6 2009.11.22
  2. 잔인한 사월 8 2009.04.24
  3. 어제의 그 노래 4 2009.04.11
  4. 첫 눈 10 2008.11.20
  5. 요즘 내가 듣는 노래 가사 6 2008.11.05
  6. 요조가 들려주는 사랑스런 추임새 18 2008.03.31
  7. 김동률의 열가지 독백 18 2008.03.02
  8. 노래할게 4 2008.02.20
  9. 바자 2월호 부록 8 2008.02.18
  10. 기적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표정 10 2007.12.31

 
    짙은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작년이었고, 아주 추운 겨울이었다. 언젠가 싱클레어라는 잡지에 글을 실은 적이 있었는데, 고맙게도 그 뒤로 싱클레어에서 꾸준히 잡지를 보내 주신다. 어떤 달에는 씨디가 함께 있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 겨울, 작은 공연에 초대해줬다. 독자들과 글을 보내는 이들이 함께 하는 자리였는데, 나는 그 날 이아립을 보러 갔었다. 그녀가 기타치고 노래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친구랑 나는 충무로에서 만났다. 아마도 돈까스랑 우동을 먹었지. 그러고도 시간이 남았는데 딱히 들어갈 만한 데가 없어서 뜨끈뜨끈한 캔커피를 사들고 몇 백년이 되었을 것만 같은 커다란 나무 근처 벤치에 앉았다. 아주아주 추웠는데, 아주아주 따뜻하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그랬다. 거기에 앉아서 이아립 언니(양치기가 그렇게 부르니까 나도 그렇게 불러보아야지)가 기타를 들고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조그마한 카페였다. 이름이 뭐였더라. 책도 있었고, 맥주도 있었다. 친구랑 나는 맥주 한 병씩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중간중간 퀴즈시간도 있었고,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였다. 거기서 짙은을 봤다. 그가 쓱 나와서 인사를 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나는 그 때, 그의 노래를 하나도 몰랐으니까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나비섬'을 불렀던 것 같고, '곁에'는 불렀었나. 나는 나중에 '곁에'를 아주 좋아하게 됐으니까 그 때 불렀었으면 좋겠다. '시크릿'은 확실하게 불렀던 거 같다. '시크릿'을 부르겠다고 하니까 내 주위에 있던 그의 팬이 아주아주 좋아하면서 따라불렀으니까. 나는 그 때는 그냥 몇 살일까, 우리 또래일까 정도가 궁금했었는데 나중에 앨범을 듣게 되면서, 그의 노래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 계절, 계속 엠피쓰리 플레이어로 그의 노래들을 들었다. '곁에'는 무한반복. 가만히 듣고 있으면 아득해지는 느낌이 좋다. 그러면서 그 때, 쭈빗거리며 뭘 부를까요, 말하던 뿔테 안경 너머의 그의 표정이 떠오르고.

    그러니까, 이 글은 그의 공연에 가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기대평을 남기면 '그 겨울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공연에 초대해 준다기에. 이제 나도 그 때 내 옆에 앉아계셨던 그 팬처럼 '시크릿'을 부를 거예요, 라고 말하면 캭- 소리지르며, 함께 따라부를 수 있으니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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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사월

from 음악을듣다 2009. 4. 2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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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브로콜리 앨범이 도착했다.
그리고, 잔인한 사월,
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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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그 노래

from 음악을듣다 2009. 4. 11. 15:13

 

어제의 그 노래, 너무 좋아서 자꾸 생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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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from 음악을듣다 2008. 11. 20. 14:24


첫 눈이 온다. 첫 눈이 온다. 첫 눈이 온다.

내 엠피쓰리 재생목록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갔다.
역시 무척이나 촌스러운 목록명. 겨울, 니가 그리워.

I wish you love / Rachael Yamagata
눈 녹듯 / 패닉
눈 오던 날 / 재주소년
기다림 / 손지연
특별한 사람 / 마이앤트메리
Spring in my heart / 꽃피는 봄이 오면 OST
모르는 게 많았어요 / 015B
내게 머물러 / 마이앤트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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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동화책 뒷표지에서 이런 노래가사를 읽었다. '벤틀리의 노래'다.

요조의 새앨범이 나왔다. 'Sunday'.

원래 이건 재주소년의 노래다. 가사가 아주 조금, 다르다.
지금 요조의 나이 스물 여덟살,이라는 가사를 스물네살로 바꿔부르면 그건 재주소년의 노래다.
그러니까 거기에 스물 아홉살,이라고 흥얼거리면 내 노래가 되는거다.

그리고 가을이니까, 이 가을이 가고 있으니까, 나는 가을여자니까, 이런 노래도 듣는다.

이소라의 노래. 그리고, 이문세 아저씨의 노래. 

내가 갑자기 마음이 아플 때, 너에게 편지를 써 모든 걸 말하겠어. 
이 가을.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올려다보며 내가 아침저녁으로 듣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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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것만이 최고의 운동이라며 저녁 시간이 되면 중랑천으로 뛰쳐 나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걸어댔던 날들이 있었다. 무려 세 시간을 걸은 날도 있었다. (동생과 싸우고 뛰쳐나온 터라 체면상 빨리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나의 걷기 운동은 한 겨울에 무섭게 진행되었다. 한창 빠져있는 노래들을 엠피쓰리에 꽉 채워서 두 팔을 흔들며 걷다보면 코 끝이 빨개지고 겨드랑이에 땀이 차 오르면서 모든 게 잘 될 것 같은 무아지경에 빠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이 너무나 좋았다. 일석이조로 밤의 식욕도 사라졌다. 살도 빠졌다. 얼씨구나, 지화자 노래를 불렀었다. 그렇게 무아지경의 순간도, 체중이 줄어드는 것도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지.

   다이어트의 최대의 적. 밤 시간의 술. 마시면 되면 금방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어치웠어도 금새 손이 가는 안주들. 비가 오는 날, 눈이 오는 날은 아무런 죄책감없이 쉬어주고. (한 번은 우산 쓰고 걸으러 나간 적도 있었다. 미친 게지. 그런데 중랑천에 나가보니 그런 미친 사람들이 꽤 있더라) 한 번 띄어 넘으니 두 번 띄어 넘게 되고 그러다보니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밤의 식욕은 '얼씨구나' 다시 찾아와 주셨고 살은 '지화자, 이 틈이다'며 포동포동 올라주셨다. 무아지경의 순간도 사라진지 오래. 귀찮아 진 게지. 정말 걷는 게 최고의 운동일까. 게을러진 거지. 쯧쯧. 이 몹쓸 놈의 작심삼일.

   무슨 서론이 이렇게 긴지. 오늘 다시 걷기 시작했다. 겨울에 너무 많이 걸어서 빨리 지친거라 결론을 내렸다. 봄에는 꾸준히 30분씩 가뿐히 걸어주실란다. 그동안 왜 이렇게 안 걸었을까 생각해봤더니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흠뻑 빠져있던 음악이 없어 더 그랬던 것 같다. 리듬과 가사가 제일 잘 들리는 때가 바로 걸으면서 이어폰으로 음악듣는 순간이거든. 온 신경을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 좋은 음악만 발견하면 빨리 나가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발을 움직이고 싶어진다. 오늘, 30분을 걸으면서 내내 요조의 음악을 들었다.

    네이버 이주의 라이브에서 요조를 마주하고, 그녀의 음악을 모조리 찾아들었다. 책을 좋아하단다. 더군다나 예쁘다. 목소리도 맑다. 인터뷰를 보니 요조가 <인간실격>의 요조란다. 맙소사. 그 요조로 이 요조를 만들다니. 아직도 <안간실격>의 마지막 장을 넘긴 후 스르르 느껴지던 무기력함과 묘한 허탈감을 잊지 못한다. 특이하다. 홈페이지를 찾았다. 주성치를 엄청 좋아하는 구나. 사진도 잘 찍는다. 글도 맛깔나게 잘 쓰잖아. 락커 자세로 깨를 볶는 어머니 사진과 그 밑 요조의 코멘트 글을 보고 요조에 흠뻑 빠져 들기로 결심했다.

   흠. 지금. 봄에 들으면 딱 좋은 음악들이다. 조금 나른하고 조금 흥분되는 그런 느낌과 잘 어울린다. 중랑천에서 무술 연습하는 주성치가 투덜댄다는 '슈팅스타'에 완전 반해버렸다. 명랑한 가사에 명랑한 추임새라니. 슈슈슈. .슈팅 스타! '바나나 우유'의 냠냠냠, 쩝쩝쩝으로 이어지는 사랑스런 추임새는 어떤가. '사랑의 롤러코스터'의 칙칙폭폭 칙칙폭폭은! '낮잠'의 드르렁 푸우거리는 애교스런 추임새까지. 사랑스런 의성어 추임새들을 듣고 있으니 곧 무진장 행복해질 것만 같은 무아지경의 순간이 찾아왔다. 사랑스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요조.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한동안 30분씩 열심히 최고의 걷기 운동을 해 나간다면 그건 요조때문일 거다. 더군다나 '슈팅스타'의 그 중랑천에서 걷기 아닌가. 요조는 도봉구에 산다니깐 같은 중랑천이라도 조금 멀긴 하지만. 왠지 강물이 반짝거리고 따뜻한 낮에 중랑천에 나가면 노란색 트레이닝 복을 입고 미간을 바짝 찡그린 채 무술을 하고 있는 주성치과 그 옆에서 주성치 티를 입고 동그란 색색의 막대사탕을 마이크 삼아 열심히 노래 부르며 응원하고 있을 요조를 만날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무아지경의 순간에 했다. 나는 그 옆에서 뭘 해야 할까. 흠. 뭐 잘 하는 게 없구나. 쩝. 그냥 그 주위를 작은 동그라미를 만들면서 열심히 걸어야지. 걷기는 최고의 운동이니깐. 아비요.
 
   그녀의 귀엽고 깜찍한 홈페이지의 글들을 한꺼번에 읽어버리는 게 아쉬워서 무척 궁금하지만 하루에 최소량만 읽고 유유히 빠져나오고 있다. 그동안의 홈페이지 BGM 리스트를 뽑아 두고 하나씩 듣고 있으며, 현재 팔고 있는 주성치 티셔츠를 무척 탐내하고 있다. 조만간 주문할 지도 몰라. 그나저나 저 티셔츠를 여름에 간지나게 입으려면 일단 살을 많이 빼야겠다. 흑. 요조는 '침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구절을 써 놓았다.

나는 당신이 많이 보고싶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말하는 많이란 내가 떡볶이를 좋아하는 만큼인데
그 떡볶이가 당신에게는 별로 흥미없는 음식일까봐 불안하다
나는 당신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말하는 많이란 세렝게티 평원만큼인데
당신이 생각하는 많이가 도봉구 공영주차장만큼일까봐 불안하다.
나는 당신이 많이 고맙다.
내가 말하는 많이란 찰싹 달라붙어서 하루종일 돌아다닐수있을만큼인데
당신이 KFC에서 치킨몇조각 들고 나서는 뒷모습에 대고
알바중 하나가 외치는 '감사합니다' 로 들릴까봐 불안하다

이런 식이다. 정말 귀엽지 않은가. 자, 이 명랑한 봄에 우리 모두 요요요. .요조를 들어보자구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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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금요일이라는 이유로 맥주를 잔뜩 샀다. 금요일이면 약속이 없는 날에도 맥주 한 잔쯤은 꼭 해줘야 될 것만 같다. 간만에 밑반찬이 많아져 저녁을 넘치게 먹었고,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맥주를 꾸역꾸역 넘겨넣었다. 아, 금요일인데. 이 밤을 맘껏 즐겨야 하는데. 스르르 잠이 왔다. 먹고 바로 자면 살 찌는데. 기대서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요즘 살이 쪘다고 스트레스를 받는 동생은 언니도 더욱더 살찌워 같이 운동하러 나가자고 조를 속셈으로 친절하고 아주 다정하게 이불을 덮어주었단다.

   사온 맥주도 다 마시지도 못하고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 그 시간,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김동률이 나왔단다. 러브레터에 나올 때가 됐는데, 라며 지지난주부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출연자 리스트를 확인했는데. 마침 확인하지 못한 어제, 김동률이 러브레터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불렀다.

   겨울이 한창일 때, 김동률의 다섯번째 앨범이 나왔다. 나는 그걸 엠피쓰리로 듣다가 하루도 못 가 씨디로 주문했다. 가지고 싶어서. 이 앨범을 가지고 있다 아무때고 생각날 때 꺼내 듣고 싶어서. 아주 오랜 뒤에도 문득 생각이 날 것만 같았다. 아, 그리고 그가 누구에게 어떤식으로 감사의 인사를 남겼을지 쌩스투도 궁금했다. 앨범 속에 담긴 열 곡을 들으면서 중랑천을 열심히 걸어다녔던 그 밤들. 너무 추워서 코가 빨개졌는데 노래가 좋아서, 그것이 담고 있는 가사가 마음에 닿아서 찌릿해지던 밤들이 오늘도 생생하다.

   모놀로그. 올 겨울은, 아니 지난 겨울은 루시드 폴에서 시작해서 김동률로 끝맺었다. 겨울에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이 루시드 폴과 김동률이다. 김동률이 내는 낮은 독백들을 눈이 오고 겨울이 지나가는 동안 열심히 들었다. 산뜻한 출발을 하고, 아직도 널 그리워하고, 예전의 나를 그리워하고, 지루한 일상을 떨쳐 버리려 하고, 웃게 만들어주는 사랑에 감사하고, 무대 위의 나를 느끼고, 그녀가 친구의 여자친구가 되어버린 현실이 원망스럽고, 어떤 뒷모습을 놓쳐버리고, 다시 시작해보자고, 늘 힘을 주는 멜로디에 감사하는 그의 열가지 독백을 부지런히도 들었다.

   특히 좋았던 곡은 '오래된 노래'. 처음 들었을 땐 이 노래가 타이틀인 줄 알았는데. 오래 전 내가 그립고, 부럽다는 노래. 오래 전 내가 '부럽다'는. 이 가사에서 찌릿찌릿했다. '점프'도 좋고. 토마스랑 목소리가 잘 어울리더라. 진짜 그의 이야기같은 조금 가벼워진 김동률의 독백을 듣는 일. 이 노래들이 조금 부풀려지고 꾸며진 말들이더라도 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가사를 하나하나 음미하며 듣다보면 이 노래들은 그의 이야기가 되었다가 나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그러다 아득해진다.

   오늘. 토요일 밤에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온 김동률을 찾아서 보고 있다. 토요일 밤이니깐. 오늘은 맥주 없이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약간 긴장한 듯한 그의 라이브를 듣는다. 뭐랄까. 다행이다. 여전히 그의 노래들같은 그로 남아있어줘서. 깊은 짝사랑을 노래했던 그가 너무나 행복하다며 결혼을 해버렸다면 그가 부르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나 '취중진담'은 예전의 그를 추억하는 노래가 되어버렸을테니까. 당분간 결혼 생각은 없다는 그의 말이 고마운 건 팬으로써의 욕심이겠지. 하긴 그의 노래들엔 김동률만 담겨져 있는 게 아니니깐. 벌써 많은 누군가가 담겨져 있는 곡들이 많으니깐. 어떤 사람은 김동률 노래만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듣는 것조차 무척 힘들다고 한다. 다들 진심을 담아서 노래하고, 듣고 있다는 거다. 다행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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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할게

from 음악을듣다 2008. 2. 20. 10:12

BGM
노래할게 by 루시드 폴

   깊은 새벽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다시 노트북을 켰다. 인터넷을 둥둥 떠다니다 아주 우연히 그 곳에 도착했다. 그 때는 깊은 겨울이었고, 나는 그 겨울을 맞이하면서부터 루시드 폴에 빠져있었다. 그의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는 것이 좋았다. 그러니까 그 곳 이야기.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던 그 곳. 동남아시아 어딘가의 따뜻한 사진들이 많았던 그 곳. 깊은 겨울, 깊은 새벽에 만난 그 곳은 아주 깊은 곳이었다는 이야기.
  
   아무렇지도 않게 사진을 보고 방명록을 훑어나갔다. 보고싶다는 흔적에 나는 이 사람이 조금 먼 곳에 있나보다고 생각했다. 오늘 무슨 일을 하다 문득 생각이 났다는 흔적에 나는 이 사람이 친구가 많은 다정한 사람인가보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이라는 흔적에 나는 이 사람이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인가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상한 기운이 몰려왔다. 보고싶다는 평범한 문장들은 점점 짧아졌다. 이러저러해서 생각이 났다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고싶다는 긴 글이 아니었다. 단지 보고싶다,는 문장. 얼마나 보고싶길래, 얼마나 생각나길래. 나는 이 짧은 네 글자로 이루어진 깊은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머무르게 됐다. 더이상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어느 순간에 대한 기록. 그러니까 조금 먼 곳에 있는, 친구가 많은, 선생님인 이 사람이 더 이상 이 땅 위에 없다는. 고향바다가 그를 삼켰다는. 사고였다는. 나는 아, 탄식을 뱉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리고 떠오른 이 노래. 나는 급하게 플레이어를 찾아 재생 버튼을 눌렀다. 

 노래할게.     

   깊은 겨울, 깊은 새벽,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엉엉 울었다. 내 친구도 아닌데, 내 친구의 친구도 아닌데,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도 아닌데. 한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나는 마치 그가 내 친구인양 그렇게 목놓아 울었다. 오늘 루시드 폴 홈페이지에 올라온 그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그 날 새벽이 생각나 아침부터 '노래할게'를 찾아 들었다. 왠지 오늘은 쓸쓸한 하루가 될 것만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하나의 목소리로 쓸쓸하게 시작된 노래가 어제는 태양이 너무 싫었다며 두 목소리가 함께 노래하기 시작하는 부분. 마치 그가 함께 부르는 것처럼. 찾아보니 루시드 폴은 이번 겨울 공연에서 '노래할게'를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부르지 못했다고 한다,는 표현이 맞는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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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 2월호 부록

from 음악을듣다 2008. 2. 18. 11:04
   패션잡지를 10대 이후로 '사' 보지 않던 내가 2월호 바자 코리아를 뒤늦게 구입한 이유는 바로 이 씨디 부록 때문. 일요일 오후 내내 틀어놓고 있었다.


   김작가의 해설글 中
. . . 담당 에디터에게 해설지 청탁을 받고 참여 아티스트와 수록곡을 들었을 때 나는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정말, 주옥 같군요." 입에 발린 찬사가 아니었다. 달리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하다.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인디 신 안에서도 자신만의 영토를 차지하고 또 만들어낸 팀들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문제적 아티스트들의 문제적 노래다. 어떤 아티스트들의 어떤 노래이기에? 다, 이제 그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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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ED SOUNDS by BAZAAR volume 1

1. MOT / 날개
2. 백현진 / 학수고대했던 날
3. 허클베리핀 / 연
4. 모조소년 / La Rosa
5. 3호선 버터플라이 / 사랑은 어디에
6. 청년실업 /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7. 아마츄어 증폭기 / 금자탑
8. 소히 / 누구에게
9.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뽀뽀
10. 머스탱스 / 바람
11. 더 문샤이너스 / 한밤의 히치하이커
12. Demicat / Life Streamin'
13.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 멕시코행 고속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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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밤, 집에 있게 되면 맥주 한 잔쯤은 필수이게 되요. 금요일 밤인데 맥주 한 잔도 없이 밋밋한 밤을 보내면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거들요. 맥주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어요. W에서 폴 포츠 이야기가 나왔어요. 아마도 올해의 굵직굵직한 이야기들이 방송되어 있었던 듯 해요. 건성건성 보고 있었거든요. 폴 포츠 이야기가 나오고 그의 영상이 흘러나오면서 완전 TV에 집중했죠. 약간 취기가 달큰하게 올라 오면서 갑자기 울컥해지는 거예요. 아, 그래 올해 폴 포츠가 있었지.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다가 다시 TV에서 만난 폴 포츠 감동의 영상에서 금요일 날 제가 보았던 건 '기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였어요. 처음 폴 포츠가 예선을 통과하는 모습이였는데, 사람들은 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외모의 남자에게 일말의 기대도 가지지 않았죠. 더군다나 그가 오페라를 부를 거라고 하니 대놓고 비웃는 표정이였어요. 그런데 기적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죠. 그가 입을 벌려 노래를 시작했고, 그 노래가 너무나 좋았어요.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놀라워하고, 눈물을 찔끔 훔치고, 커다란 미소를 절로 띄우게 되고, 저절로 박수를 치게 되었어요. 심사위원인 아만다 홀덴은 그가 무대에서 사라지자마자 정말 놀랐다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했어요.

   그렇게 기적은 이루어지는 건가 봐요. 꿈을 잊지 않고, 잃지 않고, 노력하며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거위의 꿈은 이루어지는 건가 봐요. 핸드폰을 팔면서 번 돈으로 레슨을 받고, 따돌림 당하고 사람들이 비웃어도 꿈을 향한 열정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그가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그렇게 원하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걸 보면요. 이제 누구도 그를 부끄러워하거나 따돌리지 않잖아요. 모두들 자랑스러워하죠.
 
   정말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면 꿈은 언젠가 이루어지는 건가 봐요. 아쉬움이 많은 2007년, 폴 포츠의 기적을 떠올리며 보내려고 해요. 그리고 그 기적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자세에 대해서도요. 너무 편견의 벽이 두껍지 않나, 안 될거라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실패의 말들을 너무 많이 하고 있지는 않나, <그토록 뜨거운 순간>의 대사처럼 어릴 때는 다들 꿈을 쫓으라고 하는데, 어른이 되어서 꿈을 쫓으려 하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나 있지는 않나.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역시 꿈은 잃지 않아야 겠어요. 잊지도 않아야 겠어요. 이루지 못해도 그걸 지닌 순간은 이룬만큼이나 행복하잖아요.

   2008년, 꿈이 이루어지는 기적을 폴 포츠처럼 만들어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 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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