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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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를 본 남자극장에가다 2016. 11. 8. 23:43
이틀 연속 칼퇴기념으로 극장엘 갔다. 사실 보고 싶은 것은 없었지만,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오고, 제작진이 만든 영화라고 하길래 를 보기로 했다. 좌 버터구이, 우 맥주를 두고 한산한 극장의 중앙자리에 앉았다. 흠. 영화가 지루해서 겨우 봤다. 인도의 천재 수학자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도 실망스럽고, 이야기도 지루했다. 제레미 아이언스 때문에 끝까지 볼 수 있었다. 평면적인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인물. 제레미 아이언스는 고독한 학자 역할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제일 강력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의 영화는 인데, ( 시리즈의 열혈팬이었다! 4편 빼고-) 거기선 섹시한 악역으로 나왔더랬다. 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적당히 낡은 양복을 입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끼고,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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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러브레터극장에가다 2016. 10. 24. 23:47
오늘 갑자기 너무나도 답답해져 서둘러 이어폰을 찾았다. 핸드폰에 꽂고 멜론 플레이어를 실행시켰다. '러브레터 OST'라고 입력했다. 플레이. '그의 미소'라는 곡이 시작됐다. 영화의 첫 장면, 오타루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그곳에서 샤르르르르 미끌어져 내려왔다. 눈이 가득한 오타루 시내로. 가을바람도 제대로 불지 않던 시월의 어느 저녁에, 눈이 가득한 오타루에 다녀왔다. 우연히 극장상영을 하는 제주항공 행사를 보고, 응모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이틀 전 쯤에 발표가 났는데, '를 극장에서 다시 본다'라는 생각만으로 설레였다. 그렇게 많이 본 영화인데, 극장에서 다시 본다고 설레다니. 영화가 시작되고도, 그 설레임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막 자랑하고 싶어지는 거다. 엇, 저기! 앗, 저기 나 가봤어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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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극장에가다 2016. 10. 9. 20:27
9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렸다. 피곤해서 집에 바로 갈까 했는데, 나중에 보자고 미뤘는데 결국 극장에서 빨리 내려 못 보게 된 영화들이 많아서, 이제 보고 싶은 영화는 되도록이면 개봉하면 바로 보자고 생각했다. 애정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영화. 원래 복도쪽 자리에 앉는 걸 좋아하는데, 아이맥스관이니까, 그리고 관객도 별로 없었으니까, 정 중앙 자리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이맥스관에서는 정중앙 자리를 사수해야겠다. 정중앙에서 보는 느낌이 좋았다. 왠지 더 푸욱- 영화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담담한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먹먹해져 꽤 울었더랬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왜 우리는 그러지 못했는가, 라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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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극장에가다 2016. 3. 7. 23:34
영화를 보고 나오니 밤이 되어 있었다. 극 중의 여자아이가 동주와 함께 걷다가 이야기 했던 것처럼 보고나니 조금 쓸쓸해졌다. 여자아이는 동주에게 시들이 좋다고, 읽고나니 쓸쓸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좋았다고 했다. 영화가 개봉할 때는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한 마디씩 해 줬다. S는 엄청나게 울었는데, 울음소리가 새어나올까봐 입을 손으로 틀어 막았다고 했다. 몽규가 강렬해서 몽규의 영화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영화제목이 왜 동주인지 알겠더라고 했다. B는 눈물 세 방울이 동시에 흘러내렸다고 했다. OST도 좋았다고 했다. 곡예사 언니는 크레딧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주와 몽규 두 사람의 일생이 나란히 올라가는데, 두 사람은 태어나서, 함께 자랐고, 항상 함께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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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다이어리 - S에게극장에가다 2015. 12. 31. 23:14
우리는 영화 를 보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내가 먼저 일본영화를 좋아하느냐고 물었죠. 영화를 각자 보고 토요일에 만나 함께 돈까스를 먹기로 했습니다. 나는 간만에 칼퇴를 하고 극장 시간표를 봤습니다. 마침 시간이 맞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추웠지만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나는 S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나 지금 보고 나오는 길이라고. S가 먼저 영화를 보고 보낸 메시지가 있는데, 그 말의 의미가 뭔지 알 것 같다고요.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두리라 결심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의 나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돌아와 메모도 하지 않고 씻고 잠들어 버렸습니다. 기억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우리는 토요일에 만났고, 돈까스 대신 치즈찜닭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동네의 조금은 허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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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리스 아메리카극장에가다 2015. 12. 29. 23:42
십이월의 토요일. 친구와 밥을 먹고 영화나 볼까 하고 상상마당엘 갔다. 마침 시작하는 영화가 있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들어가서 봤는데, 꽤나 재밌었다. 제일 기억나는 장면은, 주인공 여자아이가 엄마와 곧 결혼할 남자의 딸, 그러니까 언니가 될 30대 여자와 신나게 밤을 보내고 돌아와 그 날의 전리품들을 책상 가까이에 두고, 놓고, 붙이고 나서 의자에 앉아 '문제'의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장면. 그러니까 그 밤이 그 여자아이의 '영감'의 밤이었던 거다. 그 장면이 계속 생각난다. 여자아이 역을 맡은 배우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사진은 코리아 투모로우 2015 전시 보고, 관람 스티커 가슴팍에 붙이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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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극장에가다 2015. 9. 30. 22:12
오늘 휴가였다. 지난 달에는 휴가 없이 버텼다. 아침에 일찍 눈이 띄여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고등어를 구워 아침밥을 먹고 상암으로 향했다. 홍상수의 새영화를 보러. 홍상수니까 밤에 어울릴 영화일 게 분명하지만 아침에 서둘러 보고 싶었다. F열 3번 좌석에서 영화를 봤다. 중반 정도까지는 심드렁하게 봤다. 동생 말대로 김민희가 예뻐보이네, 정도였다. 이야기가 끝나길래 기지개를 펴고 꺼두었던 핸드폰을 켰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라는 타이틀이 한번 더 나왔다. 그런데 극장 불이 켜지지 않고 이야기가 새로 시작됐다. 아, 어쩐지 영화가 지나치게 짧더라 생각하며 다시 자리를 잡고 이어지는 반복되는 이야기를 봤다. 이 2부의 이야기가 내 아침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나는 어쩌면 1부의 이야기가 남자의 관점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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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극장에가다 2015. 9. 24. 23:38
세 번째인가 네 번째인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월요일에 친구와 명동에서 만나기로 했다. 친구는 창가에 서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르더니, 갑자기 배가 이렇게 나왔어, 하고 배를 가리켰다. 정말 친구의 배는 지난 주보다 몰라보게 나와 있었다. 우리는 커피쉐이크와 아메리카노를 사들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역시 CGV. 광고가 10분동안 이어졌다. 이럴 거면 7시 40분 시작이라고 했어야지. 나란히 앉아 광고를 보고 있는데, 친구가 말했다. 광고소리에 아가가 발을 찼다고. 나는 친구의 배에 얼른 손을 올렸는데, 수줍음이 많은 녀석인가 내게는 들려주질 않았다. 나는 를 아주 슬프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의외로 재미난 구석이 많은 영화였다. 기억하고 있었던 것 만큼 슬프지 않았다. 내가 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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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삼바극장에가다 2015. 9. 3. 20:25
메모를 보니, 3월에 이 영화를 봤다. 샤를로뜨 갱스부르 때문에 본 영화였다.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망설이다 놓쳤고 3월의 어느 주말 집에 혼자 있다가 영화 목록에 뜬 걸 보고 결제하고 봤던 영화다. 영화는 썩 좋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영 아니지도 않았는데, 요새 계속 생각이 난다. 처음 생각은 희미했다. 누군가 회사 스트레스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갑자기 동료 머리에 핸드폰을 내리쳤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디서 봤던 이야기인지 떠올리기도 전에 '이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가 급속도로 솟아오르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어진 생각이 누구였지? 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샤를로뜨 갱스부르였다. 삼바는 불법 체류자였고,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자원봉사로 그를 도우러 왔다가 어찌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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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극장에가다 2015. 6. 24. 23:39
나는 이해영 감독이 좋더라. 예전에 EBS 에서 변영주, 김태용 감독과 수다를 떨 때 보면 유쾌하고 좋은 사람 같았다. 연출한 영화는 밖에 보질 못했네. 도 좋았다. 는 평이 아주 안 좋았지만, 나는 이해영 감독을 인간적으로 좋아하니까, 그리고 엄지원도 좋으니까, 봤다. 평이 왜 안 좋은지는 충분히 알겠다. 영화의 전반부는 미스테리하다. 여리여리한 소녀 감성도 풍부하고, 색감이나 미술도 좋다. 도 생각난다. 연덕 역의 박소담 배우의 얼굴도 좋고, 연기도 좋다. 그러다 중반을 지나 영화가 180도 바뀐다. 영화의 분위기가 거의 액션 영화 수준으로까지 바뀐다. 뭔가 그 두 부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질 않아서 평이 안 좋은 것 같다. 나는, 흠. 괜찮았다. 좋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굳이 선을 나누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