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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노
    극장에가다 2017. 4. 20. 22:17



       이상일 감독이 영화화했다는 이야길 듣고, 요시다 슈이치 원작을 읽고,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개봉주에 보질 않으니 시간표에 올라오질 않더라. 그러다 지난주 주말 시간표에 한 타임 올라온 걸 보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결국 보았다.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니, 영화는 소설의 압축판 같았다. 소설의 엑기스들이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펼쳐졌다. 범인이 누구냐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지만, 범인이 누군지 모르고 영화를 보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이번 영화에서 <조제>에서처럼 또 한번 오열하는데, 두 영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우는 것인데도 느낌이 무척 달랐다. <조제>에서는 그야말로 '사랑' 때문이었고, 이번 영화 <분노>에서는 '사람' 때문이었다. 츠마부키 사토시도, 나도, 그리고 우리가 감정을 공유하는 영화도 나이가 들었다. (이날 밤에는 망원에서 <사랑니>를 봤는데, 내가 왜 이 영화를 그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정은의 여성여성한 끼부림이 싫더라. 아, 나는 정말로 나이가 들어버린 것이다.) 사토시는 더 멋있어졌더라.


       영화의 마지막, 모든 의심과 모든 믿음이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순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들에 서정적인 선율의 음악이 흐르는데, 그 음악이 따듯해서 집에 가서 다시 들어봐야지 생각을 했다. 다음날 OST를 찾아 음악을 틀었는데 제목이 '믿음'이었다. 살인이 일어나도 이상할 리 없는 무더운 한여름의 도쿄, 누군가 한없이 믿어보고 싶어지는 바람이 부는 치바의 항구, 너를 향한 절망과 믿음이 공존하는 오키나와 섬, 사실은 내가 무서워 너를 먼저 외면해버린 또다른 도쿄. 내가 발견한 소설과 다른 점은,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의 장소인데, 그 장소는 영화가 더 좋았다. 책 읽을 때는 분명 영화가 더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영화를 볼 때는 장면과 장면 사이 소설 생각이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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