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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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홍당무 - 얼굴 빨개지는 아이, 미숙이극장에가다 2008. 10. 26. 12:08
(스포일러 있어요)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보면, 영화가 더 재밌다. 동대문 메가박스에는 극장 내에서 맥주를 팔더라. 그래서 하나씩 사서, 테이크 아웃용 컵에 빨대를 꽂고 를 봤다. 원래 재밌는 영화가 더 재밌었다. 깔깔거리며 손뼉을 치면서 봤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영화 주제곡인 달파란의 '나도 공주가 되고 싶어'를 계속 들었다. 점집으로 향했어 / 나의 전생 뭐였을까? / 나는 공주였을까? / 현생에서 이 고생인데 점쟁이가 말했어 / 넌 전생에 노예였다고 / 씨발 졸라 충실한 개같은 노예 억장이 무너졌어 / 그게 전분 아닐거야 / 한 번 더 물어봤어 / 노예 전엔 뭐였냐고 점쟁이가 말했어 / 그 전에 넌 닭이었다고 / 것도 졸라 머리 작은 닭대가리 그래 그래서 내가 이런가 / 그래 결국 그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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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 미셸 공드리와 봉준호 감독 영화극장에가다 2008. 10. 25. 18:22
(스포일러 있어요) 타닥타닥. 지금 서울에는 비가 내린다. 당신이 있는 곳에도 비가 내리는지. 오늘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비가 내린다. 토요일이고, 약속도 없으니, 집에서 비 내리는 소리를 듣는 시간이 즐겁다. 이번 주에 봤던 영화 에서도 비가 내렸다. 타닥타닥. 고백하자면, 이 날은 너무 피곤해서 영화를 보다가 좀 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레오 까락스 감독 영화에서만 잤다. 그래서 를 보긴 했는데, 제대로 다 본 건 아니다. 제일 좋았던 건 미셸 공드리 단편. 내가 좋아하는 미셸 공드리는 찰리 카우프만과 함께하는 미셸인데. 이번 영화를 보니, 그냥 미셸 공드리도 꽤 좋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곧 찰리 카우프만 감독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니, 그냥 찰리 카우프만은 어떤지 그 때 판단해봐야겠다. 봉준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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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는 고양이다 - 당신도 나도, 기쁨도 슬픔도 나이를 먹어극장에가다 2008. 10. 24. 00:36
영화를 보고 나서 이누도 잇신 감독 영화 중에 내가 못 본 영화가 뭐지, 기억을 더듬어 봤다. 검색해보니 본 영화를 추려보는 편이 더 빠르겠다. , . 은 끝까지 다 못 봤으니까. 그리고 . 이번 주말에는 을 꼭 봐야지, 생각했다. 그런 대사가 나온다. 슬픔도, 구구도 나이를 먹는다. 물론 정확한 대사는 아니다. 내 가슴에 콕 와 닿은 부분은 슬픔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이가 드는 슬픔에 대해 생각해 봤다. 심장이 터질 듯 엉엉 울어제치는 슬픔에서, 이따금 흐느끼는 슬픔을 거쳐,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또르르 눈물이 흘러 내리는 슬픔. 그리고 결국엔 미소를 짓게 되는 슬픔까지. 당신도 나도 나이를 먹고, 기쁨도 슬픔도 나이를 먹는다. 이건 정말 멋진 말이다. 이런 말도 등장한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3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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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극장에가다 2008. 10. 19. 21:16
토요일 밤 를 봤다. 동네 극장에 버스를 타고 가서 커다란 라떼 하나를 사 가지고 를 봤다. 2시간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당연히 술이 땡기고, 이야기가 땡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냥 집에 들어가서 바로 쓰러져 자고 싶었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나는 차 안에서 계속 우울하다,고 말했다. 는 전혀 우울한 영화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리뷰를 찾아 읽은 이동진 기사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 웃음을 멈추지 못해 다른 장면으로 넘어갔는데도 낄낄거리고 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우울했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우울해져 버렸다. 마치 인생의 비밀 하나를 알아버린 스무살처럼. 동생은 말했다. 처음엔 내 생각이 나더니, 다음엔 언니 생각이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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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 - 고마운 꿈. 그래서 슬픈 꿈극장에가다 2008. 10. 12. 17:28
이건 스포일러 덩어리예요. 을 봤다. 슬픈 꿈 이야기. 나도 꿈을 꾼다. 어느 날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고 있는데, 나 혼자 벗은채 허둥대고 있는 꿈을 꿨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경우에만 좋은 꿈이란다. 나는 그런 꿈을 꿀 때마다, 매번 부끄러웠다. 어떤 날은 야한 꿈도 꾸고, 어떤 날은 뱀이 우글거리는 꿈도 꾼다. 그리고 너를 만나는 꿈도 꾼다. 며칠 전에 그런 꿈을 꾸고는 정말 우연히 지하철에서 너와 만났다. 나도 예지몽이란 걸 꾸는 구나, 신기했던 날이었다. 아무튼 을 봤다. 오다기리가 꿈을 꾼다. 대부분 헤어진지 얼마 안 된 여자와 만나는 꿈이다. 그래서 오다기리는 꿈을 꿀 때 행복하다. 그건 현실과 다르니까. 이나영은 오다기리가 꿈을 꾸는 그대로 행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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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70 - 조승우가 헤이!라고 외치면?극장에가다 2008. 10. 8. 21:43
조승우의 영화 을 봤다. 이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 수 있다. 은 조승우 영화라는 걸. 인물도 괜찮지, 노래도 잘 부르지, 연기도 잘 해. 조승우는 영화 안에서 정말 신나게 논다. 노래부르고, 기타치고. 나는 조승우가 스타가 된 뒤에도 꾸준히, 아니 그 전보다 더 열심히 무대에 올라 연기하고 노래 불러줘서 좋다. 그건 정말 배우라는 얘기니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조승우 공연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2003년 여름이었고,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이었다. 그 날 그는 돈호세였다. 하얀옷을 나풀거리며 달빛에 대고 맹세를 하는 미카엘라를 뒤로 하고, 새빨간 옷에 새빨간 입술로 남자들을 유혹하던 카르멘에게 달려가던 욕망을 불태우던 나약한 남자. 벌써 5년 전 일이다. 어젯밤 영화를 보고, 오늘 하루종일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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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 아주 사랑스런 남자를 만나고 왔다극장에가다 2008. 9. 27. 16:10
전도연이 나온 '영화' 중에 보고 실망했던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 나는 을 사랑하고, 고등학교 때 을 극장에서 보고 엉엉 울었다. 을 보면서 전도연의 동안과 연기력에 감탄했고, 를 보고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에는 좋아하는 장면들이 아주 많다. 도 좋았고, 는 말할 필요도 없지. 이 영화는 나와 내 친구를 많이 울게 만들었다. 도 나름 좋았다. 아, 랑 은 아직 못 봤다. 그렇지만 전도연은 '영화' 보는 눈이 좋으니깐, 를 보고 확실히 그렇게 믿기로 했으니까, 못 본 두 영화도 분명 좋을 거다. 사실 전도연이 나오는 영화니까, 그리고 이윤기 감독 영화니까 보러 간 거다. 하정우는 글쎄, 좋은 배우라는 건 알지만 그 때문에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말은 못 하겠다. 그런데 는 하정우 영화였다. 올해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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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텐 - 나도 산책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극장에가다 2008. 9. 21. 10:39
산책이라면 나도 할 이야기가 있다. 우선, 지난 가을과 겨울에 나는 아주 열심히 걸어다녔다. 살을 빼겠다는 목적도 있었지만(그리고 결국 실패했지만 ㅠ), 걷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화가 날 때나 짜증이 날 때, 사는 게 갑자기 허무해 질 때 나는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걸었다. 어느 날은 동생과 싸우고 집을 나와선 3시간을 쉬지 않고 걷기도 하고, 어느 날은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를 듣다가 눈물을 아주 조금 흘리기도 했다. 산책을 하면서 가장 놀라운 순간을 경험한 건, 얼마 전의 일이다. 그 날 나는 일부러 가까운 마트를 놔두고 조금 멀리 있는 마트로 가서 물을 사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건 정말 마법같은 순간이었다. 나는 늘 그 마트를 작고 좁은 찻길가로 다니곤 했는데, 얼마 전 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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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오버 미 - 우리도 그들처럼극장에가다 2008. 9. 10. 22:46
축구때문에 한 시간 앞당긴 MBC 9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저녁을 굶은채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는데 이런 뉴스가 나왔다. 카메라가 포착한 돌고래 집단 장례의식 같은 거다. 빛나게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돌고래 녀석들이 떼지어 화면에 나타났다. 한 녀석이 새하얀 배를 보였다. 죽어가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이 죽어가는 녀석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아 바다 속으로 가라 앉으려는 녀석을 바다 위로 띄우고 있었다. 새하얀 배와 회색의 등이 무리지어 바다 위에서 반짝거렸다. 그러기를 1시간. 결국 녀석이 죽었다. 녀석은 가라 앉았다. 바다 속 깊이깊이. 바다 속이 얼마나 깊은지 나는 모르니까, 녀석이 얼마만큼 깊이 가라 앉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마도 아주 깊이, 아주 천천히, 한 마리의 매끄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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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피플 - 따듯한 겨울 풍경들극장에가다 2008. 8. 23. 16:49
동생의 졸업식 날.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사진을 찍었다. 학사모와 가운을 뒤집어쓰고 학교 구석구석을 찾아 다녔다. 여름의 졸업식 풍경은 무척 한산하더라. 가운 입고 사진 찍는 졸업생은 동생을 제외하고 딱 두 명 더 봤다. 길고 높은 계단을 타고 내려와 너무나 배가 고파 버스를 타고 나가 베니건스에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계단 아래 제일 첫 번째로 보이는 중국집에 들어갔다. 쟁반짜장과 깐풍육을 시키고 TV에서 해주는 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나와 한 때 내가 갈망했던 KFC의 커다란 치킨통을 닮은 팝콘 대자를 들고 를 보러갔다. 내가 아는 누구는 제목이 '스마트 피플'이라니까 내 얘기잖아, 말했다. (-_-) 이건 정확하게 말하자면 머리는 스마트하지만 마음은 스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