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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고70 - 조승우가 헤이!라고 외치면?
    극장에가다 2008. 10. 8. 21:43

       조승우의 영화 <고고70>을 봤다. 이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 수 있다. <고고70>은 조승우 영화라는 걸. 인물도 괜찮지, 노래도 잘 부르지, 연기도 잘 해. 조승우는 영화 안에서 정말 신나게 논다. 노래부르고, 기타치고. 나는 조승우가 스타가 된 뒤에도 꾸준히, 아니 그 전보다 더 열심히 무대에 올라 연기하고 노래 불러줘서 좋다. 그건 정말 배우라는 얘기니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조승우 공연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2003년 여름이었고,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이었다. 그 날 그는 돈호세였다. 하얀옷을 나풀거리며 달빛에 대고 맹세를 하는 미카엘라를 뒤로 하고, 새빨간 옷에 새빨간 입술로 남자들을 유혹하던 카르멘에게 달려가던 욕망을 불태우던 나약한 남자. 벌써 5년 전 일이다. 

        어젯밤 영화를 보고, 오늘 하루종일 영화 음악 네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 네 곡 중에 내가 가장 신나하는 부분이 두 군데 있다. 모두다 조승우가 헤이!라고 외치는 부분이다. 첫 번째는 '청춘의 불꽃'에서다. 조승우가 곧 폭발할 감정을 누르고 누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이런 가사가 있다. '가진 것은 이 뜨거운 혈기뿐. 이 세상 어두운 밤에 불을 태우지-이-에-에-에-에-예에-' 그러고 조승우가 '헤이!'라고 외치면 둥둥둥둥둥둥 심장 박동 소리같은 드럼소리가 뒤따라 나온다. 그럼 가슴이 쿵쿵. 두 번째는 'Land of 1000 dances'. 나나나나나나-를 반복하다 어느 부분에 조승우가 '헤이! 데블스-' 그런다. 그러면 데블스가 그걸 받아 나나나나나나나-. 최고다. 이건 영화를 본 사람이면 알 수 있다.

       어제는 몹시 피곤했고, 1시간이 걸려 극장에 도착했고, 구두굽은 내 몸무게를 견디지 못해 너덜거렸고, 라면 사리가 들어간 맛있는 부대찌개에 밥 한 공기를 뚝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분명 잘 거예요,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라지 사이즈에 샷까지 추가한 커피를 들고 자면 할 수 없어, 이렇게 피곤한데,라며 최면을 걸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잘 수가 없었다. 너무 재밌어서. 영화가 전개도 빠르고, 무엇보다 신난다. 조승우와 데블스는 말할 것도 없고, 신민아에게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신민아는 청순한 얼굴에 섹시한 몸매를 가졌고, 그 장점을 이 영화에서 많이 보여줬다.

       감독의 의도대로라면 영화 끝나고 맥주 한 잔도 하고, 퇴폐 문화에 젖어 노느라 집에 들어가는 걸 잊어버렸지 뭐예요,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내일 할 일들이 있어서 바로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영화보기 전까지 죽어가던 몸이 어찌나 펄펄 날 것 같던지. 심지어 요즘 누으면 바로 자는 내가 어제는 잠까지 설쳤다. 그러고서도 아침에 거뜬히 일어나, 음악 들으면서 룰루랄라 지하철을 탔다. 아, 안되겠다. OST도 질러야겠다. 무려 CD 2장에 36곡이다. 퇴폐 문화에 젖고 싶을 때 틀어놓고 혼자서 고고댄스를 춰야지. 에헤. 그러러면 신민아의 댄스교본이 있어야 하는데. 어디 구할 데 없을까? 

       아. 맞다. 안 들은지 꽤 오래되어서, 오랫동안 듣지 않을 거 같아서 중고샵에 팔려고 올려놓았던 조승우의 낭독집 <별>을 팔기 리스트에서 내렸다. 나는 조승우의 목소리를 좋아했었는데. 그래서 발매되었을 때 영풍으로 쪼르르 달려가 샀었는데. 눈을 감고 소년의 얼굴에 조승우를 대입시키고 낭독을 들었었는데. (맹세컨데 아가씨 얼굴에 내 얼굴을 집어넣지는 않았다. 아무리 상상이라지만 팬으로써 도리가 아니지. -_-) 나중에는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 조정은의 목소리도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승우에 애정이 식어버린 나는 그를 배신하고, 지금은 품절이여서 다시 사지도 못할 그 귀한 것을 단돈 오천원에 팔려도 올려놓았던 것이다. 이런 냄비근성이 철철 넘치는 팬은 말이지 정말 반성해야 한다. 지금 반성중이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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