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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우 - 유머코드만 맞는다면,
    극장에가다 2009. 7. 19. 18:05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금요일 밤에 이 영화를 보고 흡족한 마음에 집에 들어왔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별로라는 평이 꽤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유머코드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는데. 나는 만족스러웠다. 어쩜 그렇게 웃기던지, 한참을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 유머코드라는 게, 맞는 사람에게는 흡족한 웃음을 줄 수 있지만, 안 맞는 사람에게는 괜한 짜증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고런 유머코드랄까. 예를 들면, 영화 속 형사 캐릭터 중에서 남은 물건을 슬쩍 자기 주머니에 집어 넣는 심각한 표정의 소유자께서 등장하시는데 (그 물건이라는 건 캔커피나 담배 등등) 다음 날 아침에 아무렇지도 않게 우아하게 고 캔커피를 마시고 있는 장면에 웃음이 펑,하고 터져야 맞는 유머코드인 것이다. 나는 펑펑, 터졌지. 그래서 이 영화가 무척 재밌었다.  

        <시실리 2km>에서도 펑펑 터졌었다. 심야영화로 시실리를 봤는데, 보면서 충격이었다. 공포영환데, 웃긴 거다. 맘에 안 드는 스토리 라인도 몇 군데 있긴 했지만, 끝나고 박수 치고 싶어질 정도로 재밌었던 기억이다. 물론 다음 영화 두 편은 내리 잤다. 심야영화 보면서, 온전히 세 편 다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흑. <시실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차우>에서도 배우 캐스팅이 죽인다. 어쩜 다들 그렇게 연기를 잘 하고, 캐릭터에 맞는 사람으로 구했는지. 연기에 감탄감탄. <폴라로이드 작동법> 이후 내가 격하게 아끼고 있는 (<케세라세라>는 못 봤어요. 미안요. 하지만 <사랑니>는 격하게 사랑한다구요. 몇 번을 봤는지 몰라요. 아, 그러고보니 얼마 전의 영화도 못 봤네요. 더 미안요.) 정유미는 사나운 남자들 틈에서, 거무죽죽한 분장에, 안 예쁜 빠마 머리를 하고 있으면서도 빛난다. 빛나. 연기도 좋다아. 다른 배우들도 그렇고. 아, 윤제문의 아니야, 삼백킬로 이상이야, 요 포복절도 대사는 영화가 끝나도 자꾸만 떠오르면서 웃음이 난다니깐. CG가 별로라고 했던 멧돼지도, 뭐. 훌륭하진 않았지만, 영 아니다도 아니었다. 그럭저럭인 듯.

        영화가 상업영화가 아니었다면, 뭔가 멧돼지의 식인성보다 더 잔혹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이중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만들었을 법한 인상을 남기는 대목들이 몇몇 있다. 결국 영화에서도 식인 멧돼지가 출현하게 된 게, 인간의 무자비한 개발 욕심으로 인한 거였으니까. 신정원 감독님은 도시보다, 시골 배경의 이야기에 관심이 더 많으신 듯 하다. 그것도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 아닌, 순박한 듯 보이나 재물 앞에서는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의 이중적인 면을 부각시키시는 듯하다. 뭐. 그게 인간이지. 사는 곳이 시골이든 도시든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이야 말할 것도 없잖아. 나부터가 그렇고. 그래도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면이 <시실리>보다는 적게 나온다. 일단 멧돼지를 잡아야 하니까. 다음 작품도 기대합니다아. :D 2편이 만들어진다면, 윤제문-미친X 커플의 변신이 기대된다구요.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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