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빵

from 모퉁이다방 2019.01.22 21:09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J씨가 차장님 아버지가 갑자기 위독해지셨다고 했다. 잠시 뒤 들어온 차장님 얼굴이 눈물범벅이었다. 택시를 타기 직전까지 차장님은 울고 울고 또 우셨다. 오후내 여러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친구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 이별은 갑자기 찾아왔다. 마지막 인사 따위 차분하게 나눌 새도 없이 그렇게 갑자기 소중했던 사람이 순식간에 떠나버렸다. 일을 하면서 계속 눈물이 나서 모니터 아랫쪽에서 눈물을 닦아댔다. 


    케이블 채널을 뒤적거리다 <외식하는 날>이라는 프로그램 재방을 보게 됐는데, 배순탁 작가 편이었다. 배순탁 작가는 밤새 원고마감을 하고 자주가는 순대국집에 갔다. 맛집인 것 같았다. 밥이 따뜻하게 토렴되어 나오는 순대국집이었다. 배순탁 작가는 아버지에게 순대국을 배웠다고 했다. 그래서 순대국을 먹을 때면 늘 아버지 생각이 난다고 했다. 아버지 이야기에 스튜디오에 있는 작가의 눈이 금새 촉촉해졌다. 아버지와 함께 살 집을 마련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집은 있는데 아버지가 안 계시다고. 토렴한 따듯한 순대국을 먹는 작가의 모습이 느리게 나오고 그 위에 음악이 깔렸다. 작가가 아주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했다. 댄스 위드 마이 파더. 


   네이버의 도움을 받은 이 노래 가사 중 가장 울컥했던 부분은, "난 사랑받고 있음을 분명 알았어요." 옛날에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 아빠는 나를 높이 들어 올리고 엄마와 함께 춤을 추곤 하셨죠. 그리고 나서 내가 잠이 들 때까지 날 안고 흔들어주었고, 위층 침대에 데려다 눕히셨죠. 그렇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 알았던 나날들의 가사. 그리고 이 부분. "아빠와 다시 춤을 출 수 있다면, 난 절대 끝나지 않을 노래를 부를 거예요. 얼마나 좋을까. 아빠와 다시a 춤을 춘다면." 절대 상상도 못했어요. 아빠가 내 곁을 떠날 거라고는. 마지막으로 아빠를 한번 더 볼 수 있다면, 아빠와 한번 더 춤을 출 수 있다면. 


   왜 중요한 것들은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서야 깨닫게 되는 걸까. 얼마나 좋을까. 아빠와 다시 춤을 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 아빠 : <소아> 아버지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1. 2019.01.29 19: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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