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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황
    모퉁이다방 2019. 9. 24. 22:07




      오늘은 꼭 써야지 다짐한 날들. 오늘은 정말로 책상 앞에 앉았다. 이 방에는 한 켠에 긴 책상을 두었고, 한 켠에 긴 책장을 두었다. 책상 앞에는 각자의 의자가 나란히 있다. 이제 군포가 집이 되었다. 내일이면 결혼식을 한지 딱 한 달이 된다. 평일에는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난다. 알람을 다섯 시 반에 한 번, 다섯 시 사십오 분에 한 번, 여섯 시에 한 번, 여섯 시 십오 분에 한 번 맞춰두었다. 보통은 다섯 시 반에서 여섯 시 사이에 일어난다. 일어나면 물을 마시고, 2인분의 커피콩을 간다. 물만 넣으면 일정한 맛을 만들어주는 드립커피머신의 스위치를 올려놓고 욕실에 들어가 씻는다. 씻고 나서는 화장품을 바르고 가볍게 분칠을 하고 눈썹을 그리고 옷을 찾아입고 전날 준비해둔 것들을 꺼내 간단한 아침상을 차린다. 어떤 날은 전날 만들어준 카레를 먹었고, 어떤 날은 토스트기에 구운 빵을 먹었다. 어떤 날은 비비고 곰탕국물에 만두와 떡을 넣어 후다닥 떡만두국을 만들었다. 같이 사는 사람을 깨워 함께 밥을 먹는데, 비몽사몽인데도 같이 먹자고 하면 잘 일어나준다. 각자의 텀블러에 따뜻한 커피와 얼음 가득한 차가운 커피를 담고 내 텀블러만 챙겨 집을 나선다. 주로 같이 사는 사람이 먼저 내려가 아침담배를 피고, 내가 나중에 내려간다. 집이 역이랑 가깝지 않고, 버스가 자주 오지 않아 아침에는 회사가 무척 가까운 사람이 역까지 데려다준다. 

     

       긴 지하철 이동 시간 동안 꽤 많은 분량의 책을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졸리고 피곤해서 멍하게 있거나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많다. 어쩌다 자리라도 나면 앉아서 꾸벅꾸벅 존다. 여기서 출근하면 늘 앉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출발하는걸까. 늘 시작지점부터 사람이 많다. 퇴근할 때는 같이 사는 사람이 같이 들어가자고 먼저 말을 건네지 않는 한 혼자 힘으로 들어온다. 너무 많이 의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결혼생활 내내 그러고 싶다. 처음에는 20분이 넘게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이렇게는 다닐 수가 없겠다 절망했는데, 네이버 지도를 이렇게 저렇게 검색한 끝에 조금만 더 걸으면 금방금방 버스가 오는 정류장을 발견했다. 그 길 중간에 제법 큰 규모의 꽃가게가 있는데, 그곳에서 키가 큰 로즈마리도 샀다. 정류장 바로 앞에는 조그만 마트가 있다. 깨끗하고 왠만한 건 다 있고 일하시는 분들도 친절해서 벌써 여러 번 갔다. 그렇게 다섯 정거장 정도 버스를 타고 오면 집이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같이 사는 사람이 대학원을 가서 혼자 밤시간을 보낸다. 그런 날들을 보내며 이 집과 출퇴근길과 한 사람과 같이 사는 것에 적응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결혼식 전에 붙인 패티큐어 사이로 한 2밀리미터 정도의 발톱이 보인다. 오늘 발을 씻으면서 2밀리미터의 시간이 지났구나 싶었다. 침대 옆에는 읽다 만 책들을 여러 권 쌓아둬야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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