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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
    모퉁이다방 2019. 9. 7. 12:56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시작이기도 하고.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간단하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식이 한달쯤 남자 소소한 스트레스들이 많았다. 어쨌든 잘 치뤘고, 여행도 잘 다녀왔다. 이제 그렇게 바라던 일상을 살아가는 일을 하고 있다. 결혼날짜를 잡으려고 할 때 친구가 되도록이면 빨리 잡으라고 했었다. 어차피 준비하는 동안 여러 스트레스들을 받게 되어 있는데, 그걸 최소화하려면 빨리 치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식이 끝나고 함께 살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고, 커다란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어제는 불금이라 기나긴 퇴근길 끝에 의왕역에서 만나 처음 가보는 통닭집에 들어갔다. 내 몫의 맥주와 옆사람 몫의 소주, 통닭 반반을 시켰다. 사람이 많았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던 통닭집에서는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을 시킨 우리에게 양념 한마리를 가져다주며 그냥 다 양념을 묻혀 버렸대요, 사실 양념이 더 맛있어요, 라고 말하며 접시를 내왔다. 어이 없었지만 배가 고파 그냥 먹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는 오지 않기로. 난폭 운전을 하는 버스 제일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집으로 들어와 쥐포와 오징어, 김, 견과류를 조금씩 꺼내놓고 2차를 했다. 옆사람은 사실 결혼식 일주일 전만 해도 우리 둘이 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반신반의했다고 했다. 그동안 쭉 혼자 잘 살았는데 결혼을 하지 않는 편이 어쩌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여행을 함께 하고 (물론 싸웠더랬다) 일상을 살기 시작했는데, 어, 이거 정말 좋은데, 라는 생각이 든단다. 친구의 말대로 생각보다 훨씬 좋다고, 커다란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나도 이사짐을 싸면서 여러 생각이 들어 몇 시간동안 울었는데 막상 생활이 시작되고 보니, 좋다. 이 좋은 감정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결혼식 눈물의 축사를 해준 소윤이의 말대로 한 사람이 요리를 하면, 한 사람이 설거지를 하고, 한 사람이 청소를 하면, 한 사람이 빨래를 하며, 우리답게, 가능한 오래 다정하고 든든하게 살아가고 싶다. 멀리서 응원해준 공의 말대로 둘이서 함께 성장해가야지. 결혼식을 준비하며 고마운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다 보답하며 살아가고 싶다. 보내준 응원의 메시지들 마음 속 깊이 새겨두었다. 정말이지 나 그동안 잘 살았구나 싶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도 시간이 날 때마다 기록해두고 싶다. 앞으로 살아갈 일들도. 태풍이 올라오는 중이란다. 창문 밖 작은 숲의 나무들이 출렁거린다. 이제 간장과 참기름, 앞치마, 옆 사람의 의자를 사고 커튼과 블라인드만 달면 이 집도 거의 준비가 끝난 것 같다. 잘 살아보자, 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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