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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년
    모퉁이다방 2019. 10. 1. 17:02




       출근 준비를 하면서 뉴스를 틀어놓았는데, 우리나라 노년층이 다른나라에 비해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적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삼십대 때는 무척 많은데, 노년이 되면서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거다. 그 원인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단지 생존만을 위한 경제활동을 하는 것, 아니, 할 수밖에 없는 것, 한국형 전통 가족형태는 이미 붕괴되었는데 아직도 가족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 등이 있었다. 역까지 가는 차 안에서 뉴스의 내용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더니, 옆 사람이 말했다. 젊었을 때 그렇게 뼈 빠지도록 일했는데 왜 그렇게 되는 걸까. 뉴스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고, 부모님과 우리 미래에 대한 걱정이기도 했다. 


       합정역에 작은 휴게공간이 있는데, 아침 8시 즈음에 가면 엄청나게 피로한 몸으로 엎드려 있는 할아버지가 있다. 무척 작고 마른 사람이다. 처음 그를 발견한 건 급한 일을 해치우고 화장실에서 나오던 길이었는데, 너무 작고 너무 앙상한 사람이 테이블 위에 동그랗게 엎드려 있어 눈이 자꾸 갔다. 테이블 위에 검정색 배낭을 두고 배낭 위에 두툼한 신문지를 두고 그 위에 고개를 바깥 쪽으로 돌린채 정신없이 골아떨어져 있었다. 다음 날도 있었고, 그 다음 날도 있었다. 오늘도 있었다. 어떤 날은 엎드려 있고, 어떤 날은 의자에 기대 있었다. 의자에 기대 있을 때도 마치 등판과 하나가 된 것마냥 짝 달라붙은 채 골아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노숙자인가 생각했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침마다 일부러 그 자리를 지나간다. 그리고 그의 생애를 조금씩 생각해본다. 무얼 하는 사람인지, 어디서 온 사람인지, 어디로 가는 사람인지. 그리고 그에겐 미안한 일이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살아보자, 아끼자 다짐해본다. 오늘은 옆사람의 말이 생각났다. 그도 그랬을 텐데, 우리 아빠도 그랬는데, 왜 이렇게 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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