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3

영화 '행복'에 관한 잔상들 늘 그렇다. 좋았든 별로였든 허진호 영화는 보고 나면 머릿속에서 여러번 곱씹어보게 된다. 어제 을 보고 오늘 든 이런저런 생각들. 하나. 허진호 영화 속 여자들을 생각해보면 얼굴이나 분위기는 부드럽고 여리고 보듬아주고 싶은 이미지로 비슷비슷하지만 영화 속 그들은 남자들보다 더 적극적이다. 심은하는 늘 먼저 한석규의 사진관을 방문하는 입장이었고, 의 이영애는 먼저 라면을 먹고 가라고 하더니 자고 갈래요? 라고 했고, 의 손예진도 술에 취해 농담조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두 사람에게 복수하게 우리 사귈래요, 라는 과감한 멘트를 날렸다. 그리고 의 임수정도 저 옮는 병 아니예요,라며 그를 유혹했다. 둘. 영화 속에서 유난히 거울을 보는 씬이 많이 등장하는데 은희(임수정)이 거울을 보는 씬들은 대개 초반부였다. .. 2007. 9. 21.
영화 '행복'을 보고 투덜거리다 허진호 감독님께. 감독님. 오늘 시사회를 보고 나왔는데 맥주 생각이 간절했어요. 영화를 보면 술, 담배하면 몸 다 망친다는 교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술이 땡기던지요. 같이 간 친구랑 좋아하는 술집에 가서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냥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맥주 두 병을 샀습니다. 그리고 영화 생각을 하면서 한 병 마셨어요. 친구도 집에 들어가서 한 잔 한다고 했으니 어쩌면 장소만 다르지 우리는 함께 술 한잔 하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감독님 영화를 처음 본 건 진주의 극장이었어요. 친구가 소개해준 남자아이와 함께 봤는데, 영화가 그 아이만큼이나 심드렁했어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 사실 그때 졸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지루하다는 느낌만 남아있거든요. 그러다 대학생이.. 2007. 9. 21.
여름밤의 행복 원래 여름은 지독하게 싫어했다. 끈적끈적 달라붙는 땀냄새같은 여름. 그런데 점점 여름이 좋아진다. 뭐 여름뿐인가. 봄은 봄이라서 좋고, 여름은 여름이라 좋고, 가을은 가을이라 좋다. 겨울은 말할 필요도 없는 거고. 여름은 지금 이 순간 때문에 좋다. 갑자기 내리는 여름밤의 소나기. 후덥지근했던 공기들이 갑자기 이렇게 촉촉하게 적셔질 때. 창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바람을 따라 들어오는 여름 내음새. 톡톡 음악소리같은 빗소리. 찬물로 샤워 한번하고 스탠드 불빛만 켜두고 여름밤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놓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을 읽고 있으면, 이 순간 정말 행복하구나, 느껴진다. 정말 좋구나, 라고. 하루종일 비가 오다 말고 오다 말고 하는데 자꾸만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생각났다. 지금 OST를 찾아서 틀어놓.. 2007.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