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옷의모임6

애도일기 한나는 롤랑 바르트의 일을 겪었다고 했다. 몇달 만에 나타나 그동안 별일이 없었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말했다. 나는 힘들었겠다, 말했다. 눈가가 촉촉해진 한나가 이제 괜찮다고 했다. 십일월의 시옷의 책은 롤랑 바르트의 였다. 십일월 시옷의 모임에, 우리는 셋이서 만났다가, 잠시 넷이 되었다가, 다시 셋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넷이 되었다. 셋일 때 책 이야기를 했는데, 둘이 하진이가 왜 이 책을 골랐을까 읽으면서 궁금했다고 했다. 나는 생각보다 책이 그렇게 우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나는 반쯤 읽었다고 했는데, 끝까지 롤랑 바르트가 이런 마음이냐고 물었다. 나는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해설에 있던 그의 죽음에 대해 말해줬다. "1980년 2월 25일 바르트는 작은 .. 2017. 11. 29.
전주영화제 올해도 전주영화제에 갔다. 소윤이가 1월에 전주로 내려갔고, 4월의 시옷의 모임이 전주에서 있었다. 우리는 함께 내려가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고, 맥주를 마시고, 밤길을 함께 걷었다. 여행 중에도 즐거웠지만, 여행이 끝나자마자 그리워지는 것이 많아졌다.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러 가다가 9와 숫자들 공연을 우연히 발견! 단톡방에 올려 각자 갈길을 가던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런던에 있던 민정이는 이런 감동적인 선물을 해 주었다.보자마자 살 수밖에 없었다구, 언니꺼야, 라는 말을 해준 고마운 민정이. 전일슈퍼 맞은편 가맥집에서 모기향이 너무나 좋다고 감탄을 연발하는 시옷. 우리도 무언가 적자.우리는 우리로 존재하자! 중국사랑 쁘띠동환님이 함께한 4월의 시옷. 봄이의 제안에 이런 아름다.. 2017. 5. 2.
이월의 시옷 2월의 시옷의 책은 로베르트 무질의 였다. 기석이가 선정한 책이었다. 나는 거의 읽질 못하고 모임에 갔다. 다들 많이 읽지 못했노라고 고백했다. 소윤이만 다 읽었다. 소윤이는 힘들게 읽었는데, 무질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바로 하지 않고 빙빙 둘러서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런데 그런 무질의 이야기를 빙빙 둘러 따라가보면 그곳에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있더라고 이야기했다. 무질이 일부러 그렇게 쓴 것 같다고. 그러니 그렇게 읽어야 했다고. 그게 무질이 원한 거였다고. (소윤이의 말을 적어두질 않아서 내 멋대로 해석했다) 봄이는 성격 없는 인간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의 자신의 성격이 정확하게 무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시옷에서 이렇지만, 회사에서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이야. 또 다른 곳에서는 다른 모습이고. 어.. 2016. 3. 8.
1월의 일들 토요일에서 일요일이 되는 동안, 우리는 시인의 방에 있었다. 다섯 명이서 한 대의 택시를 타고 연남동으로 왔다. 택시 아저씨는 시작하는 연인들의 풋풋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 풋풋한 택시의 기운을 받아야 한다고 조잘거렸다. 서촌에서 시인은 이야기했다. 지금 시작되고 있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언제나 그렇듯 물어봐야 겨우 답했지만, 나는 그의 '좋은' 기운을 느꼈다. 우리는 시인의 방에서 방백도 듣고, 이소라도 들었다. 나와 동생은 요즘 하루에 한 개씩 버리는 중이다. 좁은 원룸에 살고 있는데, 살면 살수록 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살펴보면 대부분이 필요없는 것들. 그걸 하루에 하나씩 찾아내 버리고 있다. 어떤 날은 더이상 나오지 않는 볼펜을 버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일년 내내 한 번.. 2016. 1. 26.
오지은 사인본을 받으려고 오지은 산문집을 부랴부랴 주문했다. 가사집도 같이 왔다. 어제는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맥주를 잔뜩 마시고 잠이 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편의점에서 세계맥주 다섯 캔을 (그것도 큰 걸로) 사 왔지만, 두 캔도 제대로 못 마시고 잠들었다. 크리스마스,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리고, 소파 위에 앉아 오지은 가사집을 뒤적거렸다. 어제 길을 걷다가 생각한 건데, 올해 내게 가장 고마운 사람은 이봄이다. 올해 봄이는 내 손을 잡아줬고, 좋은 사람들을 무려 일곱명이나 내게 소개시켜줬다. 두번째 모임에서인가 뒤풀이 자리에서 살짝 취한 봄이 말했다. 언니는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뽑았어. 원래 두 명만 뽑기로 했는데, 셋을 뽑았어.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 좋아. 귀여운.. 2015. 12. 25.
포르투갈, 단 한 권의 책 처음엔 페소아의 를 제본해 갈까 했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니 7권 정도로 제본을 하고 하루에 한 권씩 들고 다니면 좋을 것 같았다. 고작 서문을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황홀할 지경이었으니. 포르투갈에서 포르투갈 시인이 쓴 글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봤다. 결국 게으른 나는 제본할 곳을 찾지 못했다. 두꺼운 책은 서울에서 천천히 읽기로 했다. 요시다 슈이치의 를 주문하기도 했다. 혼자 잘 해내가는 이야기를 읽고 싶었는데, 이 소설이 그런 이야기인 것 같았다. 곡예사 언니랑 언젠가 이 책 얘길 했는데, 언니는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중에 이 책이 제일 좋다고 했다. 나는 나 안 읽었나봐요 기억이 안 나요, 하니 언니가 너도 분명 읽었을 텐데, 했는데. 이번에 주문하면서 보니 내가 주문을 했.. 2015.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