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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일기, 남가좌동
    모퉁이다방 2015. 8. 5. 21:40

     

     

     

       막 여행이 끝난 나는 내가 봐도 멋있었다. 해야할 것들이 많이 보였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에 돌아오니 나는 칼퇴만을 바라고 사건사고가 없길 바라는 생기없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결심하는 순간, 8월이 왔다. 8월에는 뭔가를 배우고, 많이 돌아다녀보자고 다짐했다. 여행 가서는 더워도 그게 낭만인데, 일상에서는 움직이기도 싫게 되어 버리고. 일상을 여행처럼.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서울 땅을 열심히 돌아다니고, 열심히 보기. 이게 내 8월의 목표다. 일단 일본어 학원을 등록했다. 그동안 일본어를 위한 숱한 도전들이 있었다. 매번 얼마 못 가 사라져버린 얕은 열정 따위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올해 안에 그 책을 읽게 될 수 있을까. 화이팅. 학원 첫 수업을 듣고 봄이 마지막으로 기사를 쓴 잡지(주제가 무려 '여름밤')에서 본 남가좌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8월 첫째 주말의 목표는 남가좌동 일본 우동집 가타쯔무리에서 우동 먹기.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가타쯔무리는 간판도 없다. 전에 있던 간판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일본인이 시코쿠의 카가와 현에서 쌓은 경험으로 문을 연 곳. 직접 면을 만든다. 메뉴의 종류도 많지 않다. 양도 많지 않다. 카드도 안 된다. 에어컨도 없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2시 직전이었는데, 내 뒤로 한 테이블이 더 오고 면이 떨어졌다. 면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브레이크 타임. 잡지에는 주인 혼자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귀엽고 친절한 여자아이가 한 명 더 있었다. 정말 친절했다. 에어컨도 없는 곳이라 무척 더웠다. 내가 앉은 자리는 선풍기 바람도 오질 않았다. 가만히 벽을 보고 앉아서 메뉴판을 들여다보다가 이렇게 더우니 찬 국물에 찬 면이 좋겠지, 생각하고 우동과 반숙 계란과 돼지고기 사이드메뉴도 시켰다. (여름 메뉴로 유자우동도 있었다. Y언니가 딱 좋아할 메뉴인데) 우동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양이 적네, 생각했지만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딱 적당한 양이었다. 면은 탱탱하고 단단했다. 국물까지 마시고 나니 아, 잘 먹었다 느낌이 들었다. 좋다. 좋다. '가타쯔무리'는 일본어로 달팽이라는 뜻. 가게를 나와서 집까지 걸었다. 오르막길도 있고, 무척 무더웠던 날이라 걷는 내내 땀이 삐질삐질 났다. 그래도 좋았다. 나 지금, 뭔가 생산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라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마무리는 이번 맥스 한정판으로 낮술을. 다음 주는 어딜 가 볼까. (추천 받아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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