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
-
세 PD의 미식여행, 목포서재를쌓다 2018. 5. 23. 21:17
목포 여행 전에 읽은 책. 미식 여행을 하고 싶어서 였는데, 귀찮아서 숙소 근처만 다녔다. 비록 낙지도 먹지 못하고, 한정식 부럽지 않다는 백반도 먹지 못했지만, 그래도 맛난 음식들을 먹고 다녔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함양에서 먹은 오동통한 길거리 소라. 책에 소개된 음식 중에 하나는 먹었다. 목포에서 유명하다는 유달콩물. 어릴 땐 휴일 아침에 시장에서 얼음 동동 띄워진 콩물을 곧잘 사다 마셨는데. 콩국수를 시켜먹고, 콩물은 한 통 사가지고 와서 집에서 아껴 마셨다. 진하고 고소했다. 책은 여행을 앞두고 있어 나름 재미나게 읽었던 것 같다. 포스트잇 붙여둔 페이지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여행지에 가서 주로 보고 듣는다. 관광(觀光)이라는 한자어가 뜻하듯 어디 놀러간다는 것은 그곳의 빛,..
-
전주여행을가다 2018. 5. 22. 14:30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전주에 여러번 갔었다. 마당이 이쁜 한옥집에서 두 번 잤고, 오래됐지만 깔끔한 시내의 호텔에서 두 번 잤다. 이번에는 지은지 오십년도 넘은 시내의 호텔에서 잤는데, 여기에 여섯명이 한꺼번에 투숙할 수 있는 침대방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저렴했다. 모과가 전날, 샤워용품과 수건이 있는지 물어봐서 직접 전화를 했다. 전화해보니 친절하기까지 했다. 샤워용품과 수건 모두 있는 걸 확인하고, 정말 그 방에서 여섯 명이서 잘 수 있는지 물어봤다. 다섯 명이 침대에서 자고, 요가 있어 한 명은 바닥에서 자면 된다고, 여섯 명이 충분히 투숙할 수 있는 방이라고 했다. 와, 정말 그런 방이 있다니. 제일 먼저 방에 도착한 건 모과와 나. 우리는 터미널에서 남부시장까지 한..
-
상상모퉁이다방 2018. 5. 18. 23:47
어느 날은, 시골에 가서 소 키우며 살래? 라고 물었다. 나는 잡아먹힐 소를 어떻게 애지중지 키우냐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시골에 가 소 키우고 밭 가꾸며 사는 조용한 삶에 대해서 상상해봤다. 일찍 일어나 몸 움직여 일하고, 오후부터는 내 삶이 있는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 오후 볕이 있고, 달콤한 낮잠도 있고, 느긋한 저녁 시간이 있는 삶. 물론 그렇게 달달한 삶만이 아니겠지만, 그 속에 놓여 있는 나를 상상해봤다. 어느 날은, 친구가 미국으로 이직을 한다며, 영어 잘해? 라고 물었다. 나는 다 그만두고 미국에 가는 상상을 해본다. 빠듯하게 일해서 집렌트비 내고, 생활비 내고, 술집에도 가지 않고, 저녁에 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삶일 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 외롭겠지? 외로울 거야. 영..
-
일본맛집산책서재를쌓다 2018. 5. 10. 23:14
히라마츠 요코의 가 무척 좋아서 새 책이 출간되면 때맞춰 읽어야지 다짐했었다. 신간 알리미 신청을 안 해놔서 몰랐는데, 이라는 촌스러운 제목의 책이 히라마트 요코의 새 책이라는 걸 알고 바로 주문했다. 그림이 조금 나오는데, 의 다니구치 지로가 그렸다. 히라마츠 요코가 출판사 편집자 Y군과 함께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먹는 내용인데, 흠. 뭐랄까 뒤로 갈수록 기사 느낌이랄까. 딱딱한 글도 있고, 잘 읽히지 않기도 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보다. 그래도 다시 일본을 가게 된다면 방문하고 싶은 가게가 몇 생겼다. 중고서점에 팔기 전에 적어둬야지. 그나저나 나는 '비어홀'이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좋을까. 비어홀. 듣기만 해도 넓직한 곳에서 왁자지껄하게, 삼삼오오 커다랗고 튼튼한 맥주잔을 부딪히는 풍경이 ..
-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서재를쌓다 2018. 5. 8. 20:49
망원의 벨로주에서 친구와 나란히 본 정밀아 공연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곡은 '심술꽃잎'이다. 정밀아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집안에 사정이 있어 형제 중 자신만 잠시 시골 할머니집에 맡겨졌는데, 그때 서럽고 슬펐던 것이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생각이 났다고 한다. 이 아이를 잘 달래서 노래로 만들어 잘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심술꽃잎'은 그렇게 만든 노래라고 했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큰 나무, 풀잎, 바람 모두 실제의 것이니, 노래를 들을 때 그것들을 직접 눈앞에 그려보라고 했다. 노동절에는 혼자 광화문에 가 와인영화를 봤다. . 와인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다 보니 아버지와의 어긋난 관계로 집을 떠나 이곳 저곳을 떠돌던 주인공이 집에 돌아와 돌아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