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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쌓다341

7번 국도 - 2000년의 너와 마주하는 일 7번 국도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까지 마쳤다. 속 나와 재현이 포항에서 속초까지 7번 국도를 거슬러 올라갔듯이 나도 김연수의 책들을 거슬러 읽었다. 절판된 과 는 조금 멀리 떨어진 도서관까지 땡볕에 걸어가 빌려왔다. 처음 가는 길이라 무작정 버스 노선을 따라 걸어 빙 둘러가 도착해보니 늘 가던 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던 곳이었다. 바보같이. '2001년 문학 활성화를 위해 문예진흥원이 뽑은 좋은책'이란 동그란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를 펼치니 놀랍도록 어린 김연수가 불테안경에 주황색 스웨터를 입은 채 이 보다 더 활짝 웃을 순 없다는 듯 아주 방긋 웃고 있었다. 초판의 인쇄가 1997년 11월 17일. 그러니 그는 1997년의 김연수. 무려 십여년 전. 김연수를 거슬러 읽으며 감탄했던 책은 과 . 설레여.. 2008. 7. 1.
바닥, 옥산휴게소 어제, 너무 화가 나서 도저히 집에 우두커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반납할 책을 챙겨 들고 나와 조금 걸었다. 주말, 비가 오래 올 줄 알았는데, 하룻밤뿐이었다. 비온 뒤 쾌청한 하늘이 아주 새파래서, 썬크림도 안 바른 얼굴로 오래오래 하늘을 올려다봤다. 자주 걷는 그 길에는 얼마 전, 주홍색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침엽수같이 생긴 진한 초록의 식물에는 연한 연두빛 새순이 돋아나 있었다. 나는 그것이 신기해 한참을 들여다봤다. 진하디 진한 초록과 연하디 연한 연두가 한 몸으로 이어져 있다. 간밤에 시인의 낭송 소리를 엠피쓰리 플레이어에 담아뒀다. 다 옛일이 되었다, 이 구절 하나에 마음이 먹먹해져 버렸던 기억. 바닥 문태준 그리고. 도서관에서 이런 시를 읽었다. 옥산휴게소 정호승 오늘은 하늘이 조금 .. 2008. 6. 30.
돌의 내력 - 고독한 주문을 외자 돌의 내력 오쿠이즈미 히카루 지음, 박태규 옮김/문학동네 나는 이 책을 '돌의 내력'을 담은 장편소설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144페이지에서 뚝 끊겼다. 그래서 큰 챕터가 나눠진 것이라 생각하고 '세눈박이 메기'를 읽었다.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돌의 내력'은 144페이지가 마지막이었다. 그러니까 은 '돌의 내력'과 '세눈박이 메기' 두 중편소설을 담은 책이다. '돌의 내력'을 읽다 가슴이 시릴대로 서늘해진 나는 갑자기 밝아진 분위기의 '세눈박이 메기'를 그냥 덮어버리고 읽지 않으려 했다. 이건 순전히 '돌의 내력'의 서늘함 때문이었다. 그러다 '돌의 내력'을 쓴 작가라는 생각에 끝까지 읽어냈다. 그러다 이 문장을 발견했다. 279페이지. "세계는 그야말로 웅대하고 산뜻했다." 이 짧.. 2008. 6. 27.
검은책 - 읽는 것은 거울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검은 책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민음사 내가 가진 유일한 세계지도, 삼성지능업 세계지도에서 보자면 터키를 대표하는 건 성 소피아 성당이다. 포털 검색창에서 '터키 성 소피아 성당'이라고 치니 성 소피아 성당을 앞에 우뚝 세우고 가지각색의 하늘이 펼쳐진다. 사파이어 빛깔의 파아란 하늘, 금세 쏟아질 것 같은 회색빛 하늘, 노을을 품은 주홍빛 하늘, 야경만 환히 빛나는 까아만 하늘. 성당의 지붕, 돔 위에 하얗게 눈이 내려앉은 사진도 있다. 이 즈음이 의 계절일테지. 이 곳에서 쓰여진 책을 읽었다. 언젠가 친구가 꼭 가보고 싶어했지만 결국 계획에서 빼버릴 수밖에 없다고 했던 나라, 터키. 내겐 사람에게도 그렇듯 책에게도 첫인상이 있다. 물론 사람에게도 첫인상을 착각해 나랑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 2008. 6. 26.
김연수 작가의 특별한 낭독회 지난 수요일, 일산에서 김연수 작가의 낭독회가 있었다. 우연찮게 한 달여 전에 일산에 있다는 아람누리 도서관에서 진행된 은희경 작가 낭독회 기사를 봤다. 그 기사에는 다음 달은 김연수 작가가 낭독회를 합니다, 라고 적혀져 있었다. 앗싸. 가야지. 그런데 다음 문장, 일산 주민들만 초대합니다. 이런.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메일을 보냈다. 일산주민도 아니면서 일산주민인 척 한 건 아니고, 일산주민이 아니지만 작가님을 아주 좋아하는 독자라 꼭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이틀 후 메일이 왔는데, 착한 담당자께서는 오히려 먼 거리를 걱정해주셨다. 그래서 아 기다리고 오 기다린 지난 수요일. 김연수 작가를 보러가는 길인데 일산까지가 뭐가 머냐, 고 생각은 했지만 한 번 갈아타고 내내 서서 가는 길은 정말 길었다.. 2008. 5. 26.
청춘의 문장들 - 판매자 김영하가 건네준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마음산책 알라딘 중고샵에서 '김영하'라는 판매자 이름을 발견했다. 김영하? 그 김영하? 정말? 판매자 김영하가 내어놓은 중고책 리스트를 봤다. 책의 권수도 많았고, 그 중에 한국소설도 많았다. 아, 이 책을 왜 파는거지? 소장하시지 않고? 나는 판매자 김영하를 그 김영하로 확신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책은 출판사에서도 보내주고 직접 구입도 하고 그러그러해서 두 권이 생긴 걸거야. 그래서 알라딘 중고샵도 오픈했다, 재밌겠다 그런 생각으로 이렇게 대방출하는 거겠지. 언젠가 책이 너무 많아 둘 곳이 없어서 한번씩 헌책방에 판다는 이야기를 읽은 것도 같다. 아, 그래도 이 책은 가지고 계시는 게 좋을텐데. 그러다 상품상태에 구입날짜와 서명이 적혀져 있다는 책들을 발견했다. 오호라,.. 2008.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