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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쌓다341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하루키를 읽는 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문학사상사 하루키의 데뷔작 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실로 간단하다. 갑자기 무언가가 쓰고 싶어졌다. 그뿐이다. 정말 불현듯 쓰고 싶어졌다." 아니. 이건 이를테면 프롤로그고, 실제 시작하는 문장은 이렇다.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학교 1학년 때 내게 꽤 나이 차이가 나는 남자를 소개시켜준 선배가 있었다. 나는 그 남자의 나이가 부담스러워 만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선배는 메일이라도 주고받아보라고 했다. 선배는 내게 그 남자가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라고 소개했다.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는 내게 종종 메일과 함께 사진을 보내왔다. 이.. 2008. 8. 30.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 여름의 끝자락, 시를 읽다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이성미 지음/문학과지성사 도서관에 들렀다. 시를 잘 읽지도 않는 주제에 시를 읽고 싶은 날이란 생각에 시집을 빌렸다. 이성미 시인의 라는 시집이었다. 집에서 도서관까지 가는 시간은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데, 제일 빠른 길은 이렇게 가는 길이다. 대문을 나서 '오이마트'에서 좌회전해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내가 순간적인 판단으로 '컷트머리로 잘라달라고 한 미용실'에서 좌회전해서 2분정도 걸어가면 도서관이 있다. 4층이 내가 늘 가는 종합자료실이다. 크리스마스 아침 도서관 가는 길에 우리 자매가 종종 이용하는 술집이 즐비해 있다. '황룡성'이라는 중국집을 닮은 치킨집은 얼마 전 '푸닥푸닥'이라는 이름으로 개업하며 떡이며, 머릿고기를 돌렸다. 이 집은 조명이 푸른 색이다. 역시 '.. 2008. 8. 27.
불릿파크 - 살얼음판을 건너는 일에 대하여 불릿파크 존 치버 지음, 황보석 옮김/문학동네 이 소설을 읽고 기억에 남은, 아니 마음에 남은 두 가지. 마법과 노란방. 이 몇 페이지를 읽는 동안 마음이 벅차 올랐다. 아, 이건 내가 찾아 헤맨 마법, 그리고 노란방이야. 미국 교외 중산층에 대한 반어적인 풍자와 코미디 이런 해석은 이미 멀리 보내 버렸다. 토니의 마법, 해머의 노란방. 어제 술자리에서 동생은 인생이란 살얼음판이야, 라고 중얼거렸다. 튼튼해보여도 언제 내 밑의 얼음이 깨져 풍덩 차가운 물 속으로 빠져버릴지 몰라. 동생은 일주일 전만 해도 다닌지 한 달이 채 안 된 회사에서 돌아와 매일 울었다. 나와 동생의 남자친구는 멀지 않은 곳에서 내내 따라가겠다고, 그러다 니가 빠지면 재빠르게 밧줄을 휘둘러 구해주겠다고 안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2008. 8. 19.
은비령 - 2천 5백만 년 전 당신에게 은비령 이순원 지음/굿북(GoodBook) 2천 5백만 년 전 당신에게 이건 2천 5백만 년 전의 당신에게 보내는 글이지만, 2천 5백만 년 후의 당신에게 보내는 글일지도 몰라요. 겹겹이 쌓여있는 영겁의 시간을 지나 우리가 만나고 다시 헤어지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나는 지금 하고 있는 거예요. 어제는 장맛비가 한참을 내리고 오래간만에 맑은 날씨였어요. 비 개인 뒤의 이런 날이라면 별들이 평소보다 1미터쯤은 가까이 다가와 있을거란 생각을 했지요. 나는 별을 자주 보지 않는 사람이예요. 언제부턴가 그렇게 되어버렸지요. 어제는 고깃집이 즐비한 큰 길가를 지나 중랑천에까지 걸어 나갔어요. 이곳이 내가 사는 곳보다 별이 좀 더 보이는 곳이죠. 별을 자주 보지 않는 나도 그쯤은 알아요. 나는 선 채로 고.. 2008. 8. 19.
동행 - 이 땅에 김소진이라는 소설가가 있었다. 동행 함정임 지음/강 이 땅에 김소진이라는 소설가가 있었다. 이라는 책을 읽었다. 나는 김소진이라는 작가를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이제는 이 땅에 없는 그를 떠올리며 쓴 글이 있다기에 찾아본 책이었다. 을 읽으며 정작 그의 글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주제에, 30분 전에는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던 주제에, 나는 몇 번인가 울었다. 제일 크게 울어버린 건 아마도 성석제의 글을 읽으면서였다. 나는 성석제가 그려주는 김소진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려 봤다. 깡마르고 선하게 웃는 츄리닝을 입은 소설가. 그가 내어오는 찻잔을 생각했다. 찻잔을 담은 쟁반을 든 소설가의 정직한 손을 생각해봤다. 가슴이 뻐근해져 왔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후, 그를 기억하는 문인들의 글과 비평들로 이루어진 을 나는 끝.. 2008. 8. 18.
여름밤의 기억 어젯밤 그날 밤 그리고 이런 詩 우주로 날아가는 방1 김경주 이건, 7월의 밤 2008.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