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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보다45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 또 보자, 멋쟁이 지난주 목요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봤다. 갑자기 예매한 공연. 뭔가 감동받고 싶었다. 너무 무미건조해서. 해서 점심시간에 급예매했다. 혼자 보는 거라, 좋은 좌석도 남아 있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 이 공연을 셀 수 없이 많이 본 분이 있다. 그 분이 엄지손가락 치켜들고 강추하는 공연. 역삼역에 내려 맥도날드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커피 한 잔도 했다. 공연시간도 모르고 왔는데, 세 시간이란다.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예요, 정말 좋아요. 이 말만 믿고. 평일 공연인데도 자리가 꽉꽉 찼다. 내가 본 공연은 진호빌리. 오늘,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을 찾아봤다. 어른빌리가 무대 위에서 비상하는 장면. 빌리가 등장하기 전, 빌리의 아빠와 형의 모습. 이미 눈에 눈물이 가득한 두 사람이 무대 위.. 2011. 1. 8.
연극 낮잠 - 말뿐인 봄인가요 아직 읽지 못한 소설인 줄 알았다. 허진호 감독이 박민규의 '낮잠'이라는 제목의 단편으로 연극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내가 아직 안 읽은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연극이 시작되니까 알겠더라. 이건 내가 읽은 소설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연극의 결말을 알았다. 해피엔딩. 내가 기억하는 소설의 결말이었다. 내가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고 깨달은 순간은, 노년의 영진이 고향에 돌아와 열아홉 시절을 회상할 때. 무대 위에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또 하나의 무대가 보였다. 어디선가 빗소리가 들려왔다. 그 무대, 아니 그 길 위에 코스모스가 그득했다. 남자아이가 뛰어오더니 멈춰섰다. 여자아이도 뛰어왔다. 멈칫멈칫. 결국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게 우산을 건네지 못했다. 이 장면이 소설에 나왔나. 그렇지 않은 것 같은.. 2010. 3. 3.
크리스마스에는, 루시드 폴 눈이 내렸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친구는 분홍색 향기가 솔솔 나는 목욕물을 받아주고는 샤워를 하고 들어가 반신욕을 하라고 했다. 아침에는 김치찌개를 끓여주고, 점심에는 고추장에 밥을 비벼줬다. 함께 쿠키를 만들었고, 달달한 다방커피도 마셨다. 친구 집을 나서는데, 눈발이 날렸다. 물고기 마음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매진되었으나, 기계적 오류로 인해 남은 좌석을 현장에서 판매한다고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연대로 가보기로. 이건 내가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그렇게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혼자, 루시드 폴을 만났다. 그리고 다음에도 폴의 공연에는 혼자 와야지, 생각했다. 배를 탄 것 같았다. 무대 위의 하얀 장식에 불이 들어오자 한번도 본 적 없지만 밤의 바다에 떠 있는 오징어 배 불빛 같았다. .. 2009. 12. 27.
그 겨울의 시작, 화이트 아웃 그 날, 첫눈이 왔다고 했다. 늦잠을 잤는데 두 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모두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는 내용. 잠깐 흩날리는 눈이었다고 했다. 어쨌든 내가 보지 못한 첫눈이 온 날, 아주 추웠고, 짙은 공연을 보러 갔다. 어찌나 춥던지 어쩜 공연 제목을 이렇게 잘 지었지 싶었다. 그야말로 이 겨울의 시작. 공연장 안도 몹시 추웠는데, 용욱씨(아, 어떻게 불러야 하지. 그와 나는 동갑인데)만 덥다고 했다. 옆에서 형로군(한 살 어리니까. 그래도 이상하네.)은 긴장한 사람은 원래 더운 법이라고 했다. 사실 용욱씨는 덥다고, 긴장했다고 했지만 전혀 긴장한 사람답지 않게 기타를 치고, 멘트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 날, 충무로의 그 겨울에는 용욱씨랑 기타 한 대 뿐이었는데, 이 날, 이 겨울에는 형로군도 있.. 2009. 12. 14.
2009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09 GMF 그러니까요, 라쎄 린드 오지은 스위트피 (무려 재주소년들이 함께 나와준) 스윗 소로우 크립스 마이앤트메리 (단정한 루시드폴도, 캬오) 그리고, 2009. 10. 26.
오지은과 손지연 가 생각나는 밤이다. 내게도 아끼는 영화'들'이 있는데, 가 그 중 하나다. 그 영화'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각이 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화해주는 사람도 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각나는 영화들도 있다. 봄에는 다가올 초여름의 밤바람이 기대되어서, 여름에는 여름이니까, 겨울에는 와니가 정원에 호수로 물을 뿌리면서 자갈밭 위의 자기 발을 씻어내는 장면이 생각나서. 정말 여러 번 보았구나. 월요일에도 가 생각났다. 그날 나는 오지은을 만나고 있었다. 이름하야 팬미팅 자리. 오지은은 그 말이 쑥스럽다며, '히든 트랙'이라는 이름을 붙여봤다고 했다. 몇 시간을 자리에 앉아서 쉴새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에너자이저' 지은씨의 수다가 끝나고, 그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세 곡이었다. 1.. 2009.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