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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보다45

박경환, 봄이 오는 동안 * Farewell 1. 작별 (인사) 2. 안녕히 가세요. 일요일에 걸은 길이 좋아서, 이번 주 내내 걷고 있다. 월, 화, 수. 오늘은 무척 추웠지만 걸었다. 손이 얼 것 같았는데, 걷고 나니 좋았다. 일요일에 길을 걷다 들어와 만보기를 주문했다. 요즘 내가 애정을 가지고 보는 프로그램 . 개그맨들이 그렇게 따뜻한 사람인 줄 몰랐다. 2주 전에 우연히 봤다가, 너무 좋아서 1회부터 최근 방송까지 연이어 다시보기로 봤다. 최근의 프로젝트는 대중교통 이용하기. 이 프로를 보고 급 좋아지기 시작한 따뜻한 남자 정태호가 저번주에 만보기 여섯 개를 구입했다. 그걸 보고, 나도 만보기를 사야겠다 생각했다. 매일 내가 얼마나 움직이는지 체크하고, 숫자가 적은 날은 좀더 걷다 집에 들어오기로 했다. 오늘은 첫날이라.. 2013. 3. 21.
2012년 12월 21일, 굿트립 휴가가 이틀 남아서 이어서 썼다. 하루는 속초 다녀오는 데 썼고, 하루는 굿트립을 위해 썼다.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다. 친구와 만나 늦은 오후부터 통닭에 맥주를 하고, 노래방도 갔다. 처음 가는 공연장이라 좀더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둘다 낮술에 얼큰하게 취해서는 눈길 위를 뒤뚱거리며 걷다가 공연 시작된 뒤 겨우 찾은 공연장. 다행이 출입문 쪽 좌석이었다. 낮게 조용하고, 따듯하게 읊조리는 두 남자의 노래를 가만히 들었던 이천십이년 십이월 이십일일의 굿트립. 주윤하. 커다란 사람이 포근한 가디건을 입고 기타를 치고, 업라이트 피아노를 치며 노래했다. (못하는 게 뭐예요) 이어폰으로 들을 때보다 더 따뜻했다. 토마스쿡 순서에 공연장 뒤로 머그컵을 들고 이동했는데, 우리를 보고 씩 웃어줬다. 아, 따뜻한 .. 2012. 12. 26.
버자이너 모놀로그 몇 년 전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아주 오래전 일. 일을 그만두면서 같이 일하던 분에게서 책을 선물받았다. 부랴부랴 챙기느라 읽던 책을 가져왔다면서, 괜찮으면 받아달라고 했던 책. . 메모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찾아보니 메모는 없네. 대신 그 분의 이름이 새겨진 책도장 흔적이 있다. 그렇게 읽게 된 . 몇 년이 지나 이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보았다. 한 달 후면 서른 넷이 되는 친구와 함께. 친구는 이 연극을 십년 전부터 보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는 신당역에서 만나, 샌드위치를 나눠 먹고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극장에 들어갔다. 나는 웃었고, 친구는 울었다. 나도 울었고, 친구도 웃었다. 극장을 나와 감자튀김에 맥주를 먹고, 자리를 옮겨 대하구이에 맥주를 좀 더 마셨다. 그리고 노래방에 가서 .. 2012. 12. 3.
그가 노래할 때 어떤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나의 결심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날의 풍경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가 노래할 때, 나는 생각했다. 그가 말했다. 잠을 못 들던 시기가 있었다고. 누워만 있던 날들도 있었다고. 어떤 노래처럼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보일 때가 있었다고. 잠이 들 때, 꿈을 꾸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고. 나의 마음 때문에, 나의 결심 때문에 그가 불러주는 어떤 노래에서 울컥했다. 아, 다행이다. 계절이 바뀌었고, 그가 내 앞에서 노래해주었다. 기타 하나 만으로. 어떤 노래들은 어떤 시기에 닿도록 많이 들어서, 전주 부분을 듣기만 해도 마음이 반응한다. 그때의 그리움과 그때의 좌절과 그때의 즐거움이 저절로 떠오른다. 어제의 노래들도 그렇겠지. 어제의 나의 마음과, 어제의 .. 2012. 9. 16.
이소라, 다섯번째 봄. 아멘. 수많은 밤을 남 모르게 별을 헤며 날 위로해 강해지길 기도하고 지나간 이별로 울기도해 날 떠난 그댄 잘 있는지 다가올 만남을 빌기도 해 끝이 없는 미련들 소리없는 바람들 나의 어둠 속에 빛 되도록 날이 가기 전에 별이 지기 전에 나의 방황을 나의 가난을 별에 기도해 다 잊기로 해 나의 욕망을 나의 절망을 다 잊기로 해 나를 믿기로 해 아멘 * 그녀와 나의 두번째 봄. 그녀가 살아주어서 다행이다. 그녀와 사랑하고, 그녀와 이별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 아멘. 2012. 5. 26.
기타와 노래, 이영훈입니다. 나보다 세 살이 어린 사람. 내 동생과 나이가 같은 사람. 남자인 사람. 멘트를 할 때 쑥스러워 여자관객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 착하게 생긴 사람. 웃을 때 예쁜 사람.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나온 사람. 리허설 때 너무 열심히 노래를 불러 목이 쉬어버렸다고 말하는 사람. 그럼에도 잘 불렀다 생각한다고 수줍게 말하는 사람. 요즘 돈이 제일 걱정거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 내일 춘천에 오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 길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자를 보고 노래를 만드는 사람. 그 노래의 제목을 위로라고 짓는 사람. 같이 연주하는 세션들이 자기보다 훨씬 더 유명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사람. 봄을 좋아하는 사람. 비를 좋아하는 사람. 짝사랑을 많이 해봤을 것 같은 사람. 서툰 고백을 할 것 같은 사람. '결국.. 2012.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