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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보다45

올해 마지막 루시드폴 공연 "우리는 1년 전 즈음 처음 만났어요. 운명적으로." 라고 소개하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공연에 다녀왔다. 금요일이라서 그런가. 공연 안내 방송 멘트처럼 소수정예 공연. 내가 가 본 루시드 폴 공연 중에 제일 관객이 적었다. 그렇지만 꽉 찼던 공연. 조윤석. 조윤성. 운명적으로 만난 두 사람은 공연 내내 서로를 어찌나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던지. 마치 오늘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그건 사실이기도 했지만) 기타 치고 한번 보고, 피아노 치고 한번 보고. 두 사람 얼굴이 닳는 줄 알았다니까요. 이번주 내내 루시드 폴을 다시 듣고 있다. 앨범이 나오고 한창 들을 때 들리지 않던 가사가 공연장을 다녀오니 들리고 있다. '어디인지 몰라요'의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어젯밤 담담히 멎은 사랑뿐인데.' 라는 가.. 2012. 4. 25.
단 한 번의 이브나 구두를 꺼내신고 새 귀걸이를 한 3월의 수요일. (남들은 이 날을 화이트 데이라 했다.) 저녁 7시에 혼자 대흥역 근처에 있는 한 백반집에서 생선구이 백반을 먹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또 지진이 났다 했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버스 사고가 크게 나 아이들이 죽었다고 했다. 이런 저런 뉴스를 보는 동안 고등어 살을 발라먹고, 두부 반찬도 다 먹고, 다시마도 초장에 찍어 먹고, 목이 버섯 반찬도 다 먹었다. 백반집을 나와, 나와 같은 장소로 가는 것이 분명한 사람들과 발을 맞춰 걸었다. 동생을 기다리는 동안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고, 화장실로 가 양치를 했다. 8시에 나는 마포에 있는 한 공연장에 앉아 있었다. 가을방학, 클래식에 빠지다. 공연은 1부, 2부, 3부로 진행됐다. 1부는 가을방학이 밴드 음악.. 2012. 3. 15.
뮤지컬 조로 - 조승우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정확하게 기억하질 못하겠지만, 10월의 어느날 내가 한 시인을 만났던 것만은 분명하다. 홍대의 어느 카페에서였다. 시인은 생각했던 것보다 키가 작았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해맑게 웃었다. 소년처럼. 시인에게는 덧니가 있었다. 그래서 그가 웃을 때 덧니가 보였다. 어, 웃는다 싶으면 덧니가 보였다. 시인은 그날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는 나는 다 기억하지 못하고 딱 하나만 기억하고 있다.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시인이 말했다. 평소의 자신과 시를 쓸 때의 자신은 조금 다른 사람 같다고. 시를 쓸 때는 평소보다 더 발전된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더 용기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기억력이 나쁜 나는, 시인의 말을 이렇게.. 2011. 11. 13.
2011년 여름, 그의 목소리와 기타 봄이었던 것 같다. 어느 계절에 보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그 드라마 속 계절은 봄이었던 것 같다. 단막극이었고 내가 보았던 부분은 드라마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던 부분. 티비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거다. 하기 싫어하는 일이지만 방을 닦고 있었다든지, 수첩을 정리하고 있었다든지. 그때 그 음악이 나왔다. 물이 되는 꿈. 물이 되고, 꽃이 되고, 풀이 되는 꿈을 꾸는 노래. 하던 일을 멈추고 그 노래를 가만히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게 내가 루시드폴을 들은 온전한 첫 기억이다. 토요일에 소나기가 내렸다. 나는 대학로에 있었다. 소나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아마도 그의 앵콜이 시작되었을 거다. 앵콜곡 마지막 곡이 '물이 되는 꿈'이었다. 참 신기한 노래다. 꿈을 꾸는 대상이 하나하나 차분.. 2011. 8. 21.
Concert 아무 것도 아닌 나 토마스 쿡 - 2집 journey 토마스 쿡 (Thomas Cook) 노래/로엔 동생이 혼자 점을 보러 갔다. 가족들 사주도 조금씩 보아준 모양이다. 언니는 조금 외로운 사주래. 결혼을 못 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조금 외롭대. 금요일에 토마스 쿡 공연을 다녀왔다. 그 공연을 보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동생이 말해 준 사주 생각이 났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 사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외로웠으니 이제 외롭지 않고 싶었다. 어제 버스 안에서 그 사주 생각이 났다. 그리 나쁜 사주 같지 않았다. 나는 예전에도 외로웠고, 지금도 외롭고, 앞으로도 외로울 거고. 외로운 건 이 세상에 나 뿐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자 이 사주가 꽤 근사해졌다. 조금 외로운 사주. 생각해 봤는데, .. 2011. 8. 6.
사월, 네번째 봄 네번째 봄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이소라를 만나고 돌아왔다. 그녀는 조용히 앉아, 때로는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했다. '봄'에서 시작해 '난 행복해'로 끝나는 공연. 그녀가 몇 곡의 노래를 끝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날이 꾸물꾸물해요, 라는 말이었는데 나는 오늘 날이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로 알아들었다. 꾸물꾸물. 꿈을 꾸는. 그녀의 말은 내게 늘 그렇다. 기대하던 그녀와 나의 첫번째 봄, 그리고 그녀의 네번째 봄. 어떤 가사들이 또렷하게 들렸다. 아프고, 외롭고, 고독하다는 가사였을 거다. 그 가사들이 또렷하게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가 아프고, 외롭고, 고독해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아프고, 외롭고, 고독하지 않았다. 그건 그녀의 말처럼, 그녀가 지은 가사처럼, '올해가 지나면 또 한살.. 2011.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