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보다45 새해의 포크 언니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 S가 그랬다. 우리는 강아솔과 이영훈의 공연을 보고, 금룡통닭으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맥주를 마시다 S가 말했다. 언니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언니가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게 내가 기도하고 있어. 언닌 정말 좋은 사람 만날 거야. S는 내가 빌려준 책을 돌려주며 퇴근길에 먹으라며 말랑카우도 여러 개 넣어주고, 내가 좋아하는 맥주도 귀엽게 리본을 묶어 넣어줬다. 이런 다정한 아이가 다 있나. S를 위해 나는 올해 꼭!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강아솔과 이영훈은 우리에게 여러 노래들을 들려줬다. 그 중 몇몇 곡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마음에 남아 여러 날 반복해서 듣고 다녔다. 출근길에, 퇴근길에, 일할 때에, 이유없이 길을 걸을 때에. 강아솔은 농담을 던.. 2016. 2. 10. 베르테르 공연을 보고 찾아본 조승우의 인터뷰에 그런 말이 있었다. 사실은 13년 전처럼 베르테르라는 역할에 푹 빠져들 수가 없다고. 조승우는 13년 전, 실제로 깊은 짝사랑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이 아팠다고 한다. 그는 정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던 거다. 이번에는, '젊은'도 빠지고, '슬픔'도 빠졌다. 그냥 '베르테르'다. 항상 무대 위의 조승우를 보고 오면 범접할 수 없는 그의 성장에 설레이면서도 마음이 착찹해지기도 했다. 같은 80년 생이고, 오랫동안 지켜본 팬으로써, 그는 성큼성큼 나아가는데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이번엔 공연을 보고 찾아본 그 인터뷰 기사 덕분에, 그와 나의 '다름'이 아니라 '같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 우리 같이 나이 먹어가고 있지. 발하임.. 2015. 12. 21. 맨 오브 라만차 10월의 연휴에 돈 키호테를 만나러 갔다. 그는 여전히 황량한 라만차를 떠돌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어김없이 사랑에 빠졌다. 허름한 여관에서 '알돈자'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자를 만났다. 돈 키호테는 노래했다. 당신은 '둘시네아'라고. '둘시네아'는 스페인어로 '사랑스러운 여인', '귀여운 여인'. 알돈자는 그를 무시했다. 이 망할 놈의 영감탱이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화를 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몸을 팔고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는 자신은 알돈자라고. 하지만 돈 키호테는 계속해서 노래했다. 그에겐 이 허름한 여관이 기사 작위를 받을 수 있는 고귀한 성이었고, 촐싹대는 여관주인은 자신에게 기사 작위를 내려줄 고마운 성주였고, 모두가 한번 하고 싶은 헤픈 여자.. 2015. 11. 16. 제비다방의 강아솔 2월, 우리는 신촌의 맥주창고에 앉아 있었다. 그날 언니와 헤어지면서 일기를 꼭 쓰고 자겠노라 말했다. 술집의 풍경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날 우리가 맥주를 마시는 동안 손님이 거의 없었다. 새로 개업한 가게였고, 토요일 밤에 이렇게 술 손님이 없다니 곧 망할 것만 같았다. 그 가게에 한참 뒤에 등장한 세 팀의 손님이 모두 특이했다. 한 여자가 잔뜩 술이 취한 채 비틀거리며 혼자 들어와서 결국 맥주잔을 깼고, 의대생들이 우루루 몰려와 잘 빠진 몸매의 여자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았다. 그리고 또 한 팀. 한 쌍의 커플은 장애가 있었다. 그리고 서로를 무척 사랑하고 있었다. 그 속에 우리가 있었다. 나는 이 모든 풍경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자꾸만 웃음이 났.. 2014. 5. 9. 새해의 포크 매진이 된 뒤에 공연 소식을 알았다. 혹시나 해서 대기 댓글을 남겨뒀는데, 하루 전에 연락이 왔다. 원래는 J씨의 청첩장을 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었는데, 정말 보고 싶었던 공연이어서 양해를 구했다. 요즘 계속 듣고 있는 음반이 강아솔 2집과 이아립 4집. 둘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어서 기대했던 공연. 금요일 밤, 홍대의 한 공연장에 혼자 앉아 그녀들의 노래를 차례차례 들었다. 강아솔-시와-이아립-합동무대 순서였다. 강아솔은 노래는 솔직하고 잔잔한데 멘트들은 귀여웠다. 시와는 표정으로 행복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무대였다. 이아립은 정말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이번 4집의 노래들은 질리지가 않는다. 그런데 역시 나레이션의 오글거림은 적응이 안 된다. 흐- 흠. 강아솔의 노래들이 특히 좋았다. 작.. 2014. 1. 18. 러브, 러브, 러브 막내동생이 장염에 걸려 어제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죽만 먹어도 화장실로 직행해 따뜻한 물과 매실차만 마시고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잔다. 삼일동안 계속 잠만 자는 것 같다. 미닛메이드 통에 따뜻한 물을 넣고 얇은 수건으로 감싸줬다. 장염에는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단다. 동생이 자는 동안 시들어가기 시작하는 쑥으로 전을 한 장 만들어 먹었다. 봄비가 보슬보슬 기분좋게 내렸다. 기분좋게 낮술도 한 잔 했다. 어제 명동에서 연극을 보고 사온 맥주가 있었는데, 못 마시고 바로 잤다. 맥주를 마시며 삼천원 주고 사온 팜플렛을 읽었다. 거기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배우와 관객이, 서로 만지고 안아주고 냄새도 맡고 속삭이고 그런 연극이 좋습니다. 그건 다른 어떤 예술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연극만이 만들.. 2013. 4. 21. 이전 1 2 3 4 5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