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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다방450

D-3 열달동안 차곡차곡 받아온 마음들. 전탕이야, 소중한 마음들을 잊지않는 고운 사람이 되자. 2021. 5. 28.
D-4 어제 친구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그랬다. 좋은 와이프 얻어서 자기가 이런 호사도 누린다고. 친구는 엘리베이터에서 남편에게 봉투를 건넸는데 이건 너 거야, 금령이꺼 아니라 용효 너 꺼야, 그러니까 꼭 너를 위해서 써, 라고 했다. 봉투 안에는 상품권과 메모가 있었다. 아기와 나는 선물을 많이 받았으니 이건 꼭 너를 위해서 쓰라고, 지금껏 좋은 남편이었고 이제 좋은 아빠가 될 게 분명하다고 쓰여 있었다. 남편은 자기 친구들은 아기를 낳으면 선물 같은 건 하지 않고 아빠가 되는 사람이 술을 한 턱 쏜다며 내 친구들의 연이은 선물과 격려를 놀라워했다. 나도 결혼식 이후 이렇게 벅찬 감정을 느낀 건 오랜만이다. 모두들 너무너무 고맙다. 내가 이렇게 챙김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건지. 아기를 잘 낳고 길.. 2021. 5. 27.
D-6 오늘은 수술 전 마지막 정기검진일. 태동검사를 하고 진료를 봤다. 검사 이십분 여 동안 탕이는 조금씩 꼼지락거렸다. 이런 사랑스런 태동도 이번주가 마지막이다. 사람 많은 토요일보다 그나마 사람이 적은 평일이 병원도 간호사 분도 선생님도 여유로우시다. 선생님은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물으셨다. 아직도 머리가 위에 있을까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역시 탕이는 돌지 않았다. 처음으로 선생님이 진료 외 다른 이야기를 건네셨다. 오늘의 날씨에 관한 것이었는데, 밖의 날씨가 어떤가요? 바람이 많이 불어요. 날씨 때문인지 오늘따라 손이 많이 차가운데 배에 손 올릴 때마다 걱정이 된다고. 선생님이랑도 어느새 팔개월 째다. 다 정상이란다. 오늘은 얼굴을 좀더 자세히 보여 주셨다. 뭔가 저번 진료 때보다 얼굴이 성숙해진 .. 2021. 5. 25.
D-7 지난주에는 를 봤다. (영화 스포일러가 있어요) 남편이 갑자기 이 영화를 봤느냐고 물었다. 자신이 아는 대충의 줄거리를 말해줬는데 나는 바로 보자고 했다. 더스틴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이 부부로 나온다. 그들에게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다. 어느 날 메릴 스트립이 떠나겠다고 한다. 자신을 찾기 위해서. 그동안 회사에 몰두하느라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더스틴 호프만은 아들을 혼자 키우게 된다. 아내가 떠난 다음 날 프렌치 토스트를 아침으로 만들어달라는 아들의 요청에 고군분투하지만 주방과 음식은 엉망진창이 된다. 그 뒤 그는 차츰차츰 집안일과 아들 돌보는 일에 적응해 나간다. 덕분에 회사에서 맡은 일은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아들 돌보는 일이 더 중요했다. 부족하지만 점점 좋은 .. 2021. 5. 24.
D-10 그제 밤 티비를 켜고 누웠는데 오은영 선생님의 이라는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다. 네 가지 애착 유형에 대해 설명 중이었다. 안정형, 집착형, 회피거부형, 두려움형. 이 유형들은 내가 남편과 연애 중일 때, 한창 많이 싸우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이 연애를 잘 이어나가고 싶어 읽던 책에 있었다. 당시 남편과 내가 안정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로 인해 우리가 오랫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남편 집 앞 커피집에서 그 책을 다 읽었는데 야근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기다리다 결국 만나지 못하고 혼자 돌아왔더랬다. 혼자 그 먼길을 돌아오는데 서글프거나 지치지 않았다. 나를 반성하게 되고 이제 우리 둘다 잘해나가보자는 다짐을 하게.. 2021. 5. 21.
D-13 진료실에 들어가면 매번 선생님이 제일 먼저 물어보신다. 돈 것 같아요? 내 대답은 항상 아니요. 초음파를 보신 선생님은 그러네, 아직 머리가 위에 있네. 오늘도 그랬다. 매번 아가 자세를 산모수첩에 그려두시는 선생님. 오늘의 그림은 제일 위 동그라미 그 아래 세로 한 줄 그 아래 산봉우리 두 개. 몸무게도 괜찮고 양수양도 괜찮고 아가는 잘 있단다. 목에 탯줄을 한 번 감고 있는데 별 문제는 없다고 하셨다. 수술 날짜를 확정했다. 5월 31일. 갑자기 디데이 날짜가 확 줄었다. 남편 전회사 동료가 있는데 나보다 예정일이 3주 빨랐다. 태명은 코코. 코코가 오늘 오전에 태어났단다. 지난주 일요일에 집에 가서 놀다왔는데 그 집 남편이 석가탄신일 하루 전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랬는데 진짜 바램대로 되었다. 세 .. 2021.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