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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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행모퉁이다방 2019. 11. 17. 18:52
친구의 결혼식을 보고 올라가는 길. 밑에서는 흐리기만 했는데, 충청도에 들어서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동생은 서울에 비가 많이 오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은 아주 춥다는 예보가 있다고. 친구의 신랑은 내 결혼식에서 한 번 보고 오늘이 두 번째인데, 오늘 보니 다부져보였다. 친구는 붉은색 부케를 들었다. 내 결혼식에서 친구가 부케를 받았는데, 세 달 안되는 시간 동안 잘 말려 예쁜 케이스에 담아 내게 다시 선물을 했다. 원래 이러는 거야, 라고 물었더니 요즘 유행이래, 라고 말했다. 어제 이걸 만든다고 잠을 못자 눈이 빨개졌다며. 친구의 부케는 신랑의 친구가 받았다. 남자사람이. 요즘 그런다고들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부러 폴짝폴짝 뛰며 유쾌하게 받아 모두들 즐거워했다. 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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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모퉁이다방 2019. 11. 7. 17:16
막내의 결혼식이 있던 시월의 일요일에 보경이가 놀러오기로 했다. 영종도에서 군포까지. 네이버 지도앱으로 검색해보니 대중교통만 이용했을 경우 두시간 남짓이었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겠냐고 하니 여행하는 기분으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온다고 했다. 고맙고 미안했다. 산본에서 내려 택시를 탔다고 했다. 친구가 집들이 선물로 전자레인지 겸 오븐을 선물해줬는데 오븐 덕분에 삶의 질이 1도 정도 높아졌다. 갓 지은 밥을 냉동실에 얼려놓고 금방 해동할 수 있게 되었으며, 생선도 냄새 걱정 없이 구울 수 있게 되었다. 고구마도 적당히 구워 단맛이 한껏 오른채 버터를 살짝 녹여 맛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베이킹. 오븐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보자는 생각에 베이킹에까지 이르렀다. 보경이는 케이크도 구워 판매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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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모퉁이다방 2019. 10. 23. 00:39
오늘은 커피필터를 사야했다. 주말에 필터가 떨어져 월요일과 화요일 커피를 못 내리고 출근을 했다. Y씨가 셔틀 안에서 저녁 먹고 갈래요? 라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우리는 오랜만에 합정 안쪽 골목길로 들어갔다. Y씨가 감바스를 먹고 싶다고 해서 감바스와 문어머리 튀김을 시켰다. 감바스는 무척 맛났지만, 살이 많이 찔 것 같았다. 새우와 야채를 다 먹은 뒤에 스파게티 면을 추가해서 먹었다. 맥주도 두 잔 마셨다. 살이 더 찔 것 같았다. 8시 반쯤에 시계를 보고 9시쯤 일어서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시계를 보니 9시 반이었다. 읔. 내일은 꼭 커피를 내려 마셔야 하므로 합정에 있는 다이소에 들렀다. 올해 안에는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넉넉하게 샀다. 올해가 벌써 두달 밖에 남지 않았다. 아침 일찍 뜨끈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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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모퉁이다방 2019. 10. 14. 22:05
욕심이 쌓이고 쌓이기만 한다는 이유로 요즘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생이 어느 날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책 읽는 것도 명상 같아. 집중해서 그 안에 있잖아. 좋은 책이 내가 가고 싶은 마음상태나 모습으로 가게 해주는 거 아닐까." 동생에게 명상을 알려주시는 분이 그러셨단다. 명상이란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상상하고 그려보고 그 안에 머무르는 거라고. 욕심을 버리고 싶으면 욕심을 버리는 내가 되는 것이다. 눈을 감고 차를 마시고 생각을 비워가면서. 동생이 저 메시지를 보낸 뒤로부터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명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땅 밑으로 들어가 모험을 하기도 하고, 사고를 당해 죽어가는 아내를 둔 남편이 되어 하와이의 일상을 살아보기도 한다.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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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모퉁이다방 2019. 10. 1. 17:02
출근 준비를 하면서 뉴스를 틀어놓았는데, 우리나라 노년층이 다른나라에 비해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적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삼십대 때는 무척 많은데, 노년이 되면서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거다. 그 원인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단지 생존만을 위한 경제활동을 하는 것, 아니, 할 수밖에 없는 것, 한국형 전통 가족형태는 이미 붕괴되었는데 아직도 가족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 등이 있었다. 역까지 가는 차 안에서 뉴스의 내용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더니, 옆 사람이 말했다. 젊었을 때 그렇게 뼈 빠지도록 일했는데 왜 그렇게 되는 걸까. 뉴스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고, 부모님과 우리 미래에 대한 걱정이기도 했다. 합정역에 작은 휴게공간이 있는데, 아침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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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모퉁이다방 2019. 9. 24. 22:07
오늘은 꼭 써야지 다짐한 날들. 오늘은 정말로 책상 앞에 앉았다. 이 방에는 한 켠에 긴 책상을 두었고, 한 켠에 긴 책장을 두었다. 책상 앞에는 각자의 의자가 나란히 있다. 이제 군포가 집이 되었다. 내일이면 결혼식을 한지 딱 한 달이 된다. 평일에는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난다. 알람을 다섯 시 반에 한 번, 다섯 시 사십오 분에 한 번, 여섯 시에 한 번, 여섯 시 십오 분에 한 번 맞춰두었다. 보통은 다섯 시 반에서 여섯 시 사이에 일어난다. 일어나면 물을 마시고, 2인분의 커피콩을 간다. 물만 넣으면 일정한 맛을 만들어주는 드립커피머신의 스위치를 올려놓고 욕실에 들어가 씻는다. 씻고 나서는 화장품을 바르고 가볍게 분칠을 하고 눈썹을 그리고 옷을 찾아입고 전날 준비해둔 것들을 꺼내 간단한 아침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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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모퉁이다방 2019. 9. 7. 12:56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시작이기도 하고.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간단하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식이 한달쯤 남자 소소한 스트레스들이 많았다. 어쨌든 잘 치뤘고, 여행도 잘 다녀왔다. 이제 그렇게 바라던 일상을 살아가는 일을 하고 있다. 결혼날짜를 잡으려고 할 때 친구가 되도록이면 빨리 잡으라고 했었다. 어차피 준비하는 동안 여러 스트레스들을 받게 되어 있는데, 그걸 최소화하려면 빨리 치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식이 끝나고 함께 살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고, 커다란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어제는 불금이라 기나긴 퇴근길 끝에 의왕역에서 만나 처음 가보는 통닭집에 들어갔다. 내 몫의 맥주와 옆사람 몫의 소주, 통닭 반반을 시켰다. 사람이 많았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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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모퉁이다방 2019. 8. 7. 17:07
지난 주말에는 결혼식에 입을 드레스를 보러 갔다. 준비 초기에는 결혼식 관련해 이것저것 검색을 많이 해 보았는데, 인터넷이 시키는 대로 다 하자니 단 하루의 식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쳐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플래너 없이, 결혼식장도 딱 한 군데만 가보았고 마음에 들어 바로 계약을 했다. 드레스도, 헤어 메이크업도, 당일 스냅사진도 더 알아보지 않고 예식장 패키지로 예약했다. 예식장을 보니 패키지가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웨딩사진은 사진관 같은 곳에서 간단히 찍으려고 했는데, 친구가 직접 찍어준다고 해서 야외에서 찍었다. 이 사진들이 없었으면 영상이며, 테이블 위에 올릴 사진이며 모두 부족해서 뒤늦게 헤매고 있었을 거다. 사진을 볼 때마다 그 날의 풍경들을 생각한다. 흐렸던 날씨, 그럼에도 더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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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모퉁이다방 2019. 7. 21. 17:25
[책]1. Love & Free / 다카하시 아유무 2. 보통날의 파스타 / 박찬일3. 버텨요, 청춘 / 최전호4. 쫄깃 / 메가쑈킹 & 쫄깃패밀리5. 더 리더 / 베른하르트 슐링크6. 울릉도 여행 / 양영훈7. 일요일들 / 요시다 슈이치8. 퍼레이드 / 요시다 슈이치9. Line 매거진 #410. Line 매거진 #711. 독립생활자들 / 이봄12.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13.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14.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15. 오늘의 거짓말 / 정이현16.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 / 최도성17. 상하이 일기 / 황석원 18. 가만히 거닐다 / 전소연19. 깊은 강 / 엔도 슈사쿠20. 컨셉진 14호21. 컨셉진 24호22. 컨셉진 26호23. 컨셉진 27호24.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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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모퉁이다방 2019. 7. 18. 23:11
엄마랑만 싸우고 아빠랑만 싸우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데, 엄마랑도 싸우고 아빠랑도 싸우면 내가 정말 구제불능같다. 어쩌면 이렇게 못나서 이러나 싶다.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오늘은 아빠랑만 싸웠지만 얼마 전에 엄마랑도 싸웠으므로 구제불능과 같은 상태가 되어 운동을 하러 갔다. 땀을 닦고 눈물을 닦으며 러닝머신 위에서 임경선의 을 읽어나갔다. 임경선은 아버지가 마흔일 때 자식 셋과 아내와 나이든 부모를 두고 혼자 낯선 이국에 포르투갈어를 배우러 와 1년을 보냈던 리스본 대학을 아버지를 생각하며 거닌다. 그곳에서 그 시절 아버지가 보았을 풍경들, 걸었던 길들, 먹었던 음식들을 상상해본다. 아버지는 1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마흔살의 남자가 자신의 어깨에 가득했던 짐들을 잠시 걷어내고 이국에서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