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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퉁이다방 2021. 5. 24. 13:29

     

     

      지난주에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봤다. (영화 스포일러가 있어요) 남편이 갑자기 이 영화를 봤느냐고 물었다. 자신이 아는 대충의 줄거리를 말해줬는데 나는 바로 보자고 했다. 더스틴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이 부부로 나온다. 그들에게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다. 어느 날 메릴 스트립이 떠나겠다고 한다. 자신을 찾기 위해서. 그동안 회사에 몰두하느라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더스틴 호프만은 아들을 혼자 키우게 된다. 아내가 떠난 다음 날 프렌치 토스트를 아침으로 만들어달라는 아들의 요청에 고군분투하지만 주방과 음식은 엉망진창이 된다. 그 뒤 그는 차츰차츰 집안일과 아들 돌보는 일에 적응해 나간다. 덕분에 회사에서 맡은 일은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아들 돌보는 일이 더 중요했다. 부족하지만 점점 좋은 아빠가 되어간다. 몇개월 후 메릴 스트립이 돌아온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았고, 자신이 아들을 충분히 혼자 키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양육권을 주장한다. 더스틴 호프만은 소중한 아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들을 돌보느라 회사에서 잘렸지만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연봉이 낮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직장을 구한다. 두 사람은 법정에서 다툰다. 결국 메릴 스트립이 양육권을 차지하게 된다. 더스틴 호프만은 받아들인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일어난 두 사람은 아무 말없이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메뉴는 프렌치 토스트. 메릴 스트립이 떠난 다음날 고군분투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춰 척척 아침을 준비해나간다. 아들이 커다란 볼에 계란을 포크로 잘 저어주면 아빠가 식빵을 촉촉히 적셔 후라이팬에 얹히고 타지 않게 적당한 때에 잘 뒤집어 준다. 그리고 식탁에서 각자의 읽을거리를 읽으며 따뜻한 아침을 먹는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장면에서 펑펑 울었다. 영화는 점점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 영화는 더스틴 호프만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였는데, 메릴 스트립 관점에서 찍는다면 또 다른 영화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점점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은 똑같을 거다. 

     

      주말에는 부모님이 결혼식이 있어 올라오셨다. 가족들이 다같이 모였다.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고 막내동생네로 가서 과일을 먹었다. 엄마는 남편에게 술 한잔 하라고 하고 동생네에서 자고 내일 가라고 했다. 나는 요즘 밤에 잠도 못자고 화장실을 자주 가는터라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할거라 했는데 괜찮다고 자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둘째동생도 남편과 나도 모두 막내동생네서 잤다. 거실에 이불을 펴놓고 모여서 잤다. 결국 나는 새벽 4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힘들어했고 그걸 둘째동생만 지켜봤지만. 다음 날 아침에 김밥을 사와 라면을 끓여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집에 안 가고 하루 자길 잘했다 생각이 들었다. 둘째동생이 커피도 내려줬다. 남편은 동생네서 술 한 잔을 하며 우리 가족이 이렇게 모두 모인 건 처음이다, 너무 좋다, 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남편이 '우리 가족'이라고 말해서 울컥했다. 남편이 엄마 아빠를 장모님 장인어른이라고 하지 않고 어머니, 아버지라고 말해주는 것도 고맙고. 동생네에서 나오며 모두 다음에는 여덟명이서 만나자고 했다. 이제 탕이까지 '우리 가족'이 여덟명이 된다. 아기가 태어나면 가족 모두 조금씩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할 거라 믿고 있다. 아, 딱 일주일 남았다. 남편 친구가 아기침대를 물려줘 어제 가져와 조립하고 우리 침대 옆에 뒀다. 아주 조금씩 실감이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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