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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퉁이다방 2021. 5. 25. 22:50

     

     

      오늘은 수술 전 마지막 정기검진일. 태동검사를 하고 진료를 봤다. 검사 이십분 여 동안 탕이는 조금씩 꼼지락거렸다. 이런 사랑스런 태동도 이번주가 마지막이다. 사람 많은 토요일보다 그나마 사람이 적은 평일이 병원도 간호사 분도 선생님도 여유로우시다. 선생님은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물으셨다. 아직도 머리가 위에 있을까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역시 탕이는 돌지 않았다. 처음으로 선생님이 진료 외 다른 이야기를 건네셨다. 오늘의 날씨에 관한 것이었는데, 밖의 날씨가 어떤가요? 바람이 많이 불어요. 날씨 때문인지 오늘따라 손이 많이 차가운데 배에 손 올릴 때마다 걱정이 된다고. 선생님이랑도 어느새 팔개월 째다. 다 정상이란다. 오늘은 얼굴을 좀더 자세히 보여 주셨다. 뭔가 저번 진료 때보다 얼굴이 성숙해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입술은 나를 닮았는데 턱 부분은 남편을 닮은 것도 같다. 지난 주에 이어 여전히 탯줄을 목에 감고 있는데 느슨하게 한 번 감고 있어 자세를 돌리면 금방 풀어질 것 같다고 걱정하지 말라 하셨다. 

     

      오늘은 남편이 늦게 출근해도 된다고 해서 병원을 나와 같이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순대국. 탕이는 이제 2.9키로이고, 머리크기며 배둘레가 1주 정도 늦다. 선생님은 다음주면 3키로 조금 넘을 거고 양수양도 충분하니 수술하기 전에 아기 위치를 진료실에서 한 번 보고 올라가자고 하셨다. 31일 월요일에 12시까지 병원에 가야한다. 토요일에 남편과 나는 코로나 검사를 해야하고, 수술은 1시 반에서 3시 반 사이에. 밥을 먹고 각자의 커피를 사들고 집까지 왔다. 남편은 그대로 회사에 갔고 나는 집에 와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들을 검색하고 주문했다. 병원가서 살 것들을 빼면 대충 준비는 끝난 것 같다. 이번주에 빨래를 한두번 더 돌리면 될 것 같고. 친구들의 선물이 택배로 도착하고 있고, 나는 너무너무 고마운데, 이 마음이 온전히 전달될까 싶고. <노매드랜드>를 결제해서 봤는데 영화관에서 큰 화면에 집중해서 봐야했던 영화였다. 아주 큰 스크린 화면에 펼쳐졌으면 정말 멋졌을 장면들이 이어졌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 포스트잇을 붙여둔 좋은 구절들을 옮겨 쓰고 있는데, 오늘은 이주란의 소설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다. 이 책은 좋았던 단편과 그렇지 않았던 단편이 분명했는데, '한 사람을 위한 마음'과 '준과 나의 여름'이 좋았다. 힘들지만 소중한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준과 나의 여름'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근데 I 말이야. 너무 귀엽지 않았어?

      너도 귀여워!

      우리도 그런 아이 낳을까?

      오늘?

      ......

      오늘 너무 고맙네.

      만약 우리가 아이를 낳는다면 골프연습장은 못 보내겠지.

      그런 걸 뭐 아무나 보내나.

      만약 우리가 아이를 낳는다면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눠 먹고 나눠 쓰며 살아야 하겠지.

      내 거 다 줄게.

      아냐, 아냐.

      우리는 다 마른 발을 포개고 누웠다. 나는 오늘 준이 전에 없이 다정하다고 느꼈다. 왜......라고 생각하며 그의 이마와 손가락 같은 것을 오래 바라보았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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