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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다방450

D-32 병원에 다녀왔다. 이제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진료를 보러간다. 새벽에 피가 나서 병원에 갔을 때 선생님이 35주까지만 잘 버티면 그때는 태어나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 35주차가 되었다. 탕이는 2주동안 200그램이 늘어 있었다. 여전히 역아였는데, 머리가 가슴 바로 아래에 있다고 하셨다. 아가 머리 때문에 많이 힘드시겠는데요? 나는 요새 배가 많이 단단하다고 이게 정상인지 물었다. 머리가 위에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근종도 있고. 다행히 근종은 더 커지진 않았다. 머리 바로 옆에 발이 보였는데 아가가 지금 폴더처럼 몸을 접고 있다고 했다. 32주부터 선생님은 산모수첩에 탕이의 자세를 그려놓으시는데, 보시더니 그래도 아가가 계속 자세를 바꾸고 있다고 하셨다. 그래도 계속 역아이니 수술 확정으로 마음을.. 2021. 5. 12.
D-37 어제는 소윤이가 전주에서 군포로 왔다. 아침 아홉시에 출발해 군포로 오니 오후 한 시. 그리고 다섯 시에 여섯시 반 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 멀리서 배부른 나를 보기 위해 와줬다. 고맙게도. 계산해보니 일 년여만이었다. 세상에. 내 평생 이만큼 커다란 꽃다발을 받아본 적이 있었나. 품에 안아야 할 정도의 풍성한 꽃다발과 밤에 잠을 잘 못 잔다는 나를 위해 어여쁜 패키지의 차 세트를 가지고 왔다. 대야미역에서 만나 남편이 좋아하는 (나도 한 번 가보고 바로 좋아하게 된) 쌈밥집에 가서 푸짐하게 점심을 먹었다. 제육쌈밥으로 3인분을 시켰다. 제육볶음과 당귀를 포함한 쌈채소와 우렁무침과 우렁쌈장, 각종 밑반찬과 된장찌개가 나온다. 한창 먹고 있으면 따끈따끈한 누룽지도 가져다 주신다. 그동안 어떻게 .. 2021. 5. 6.
D-40 어제는 장난감 소독을 마쳤다. 전부 물려받은 것들이다. 세탁하지 못하는 것들은 클리너를 싹싹 뿌려 마른천으로 뽀득뽀득 닦아냈다. 세탁할 수 있는 것들은 큼지막한 세탁망에 넣어 울세탁 모드로 돌렸다. 세 번씩 돌려야 했던 손수건과 천기저귀 빨래는 평일에 끝냈다. 어제는 아가옷 빨래를 했다. 남편 지인 중에 이제 돌이 된 아가가 있어 많이 물려받았다. 뜯어진 곳이 두 군데 있어 실로 단단하게 꼬맸다. 디데이 40일이다. 탕이는 아직도 역아이니 여러모로 수술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 디데이는 더 줄어들겠지. 한 달도 남지 않았을 거다. 저번주에 병원에 가니 다행히 경부길이가 조금 늘었다고 했다. 그래도 35주까지는 집에서 누워만 있음 좋겠다고 하셨다. 누워만 있는 건 너무 힘들어 집안에서 조금씩 움직인다... 2021. 5. 3.
다시 눕눕 지난 정기 검진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제 검진주기가 한달에서 2주로 바뀌었고, 마지막 진료 때 아가는 2주 사이 500그램이나 늘어 있었다. 아직 역아였지만. 선생님은 내가 많이 노산이라 아기가 돌더라도 수술을 원하면 할 수 있다고, 노산은 보통 진행이 많이 느려 골반이 좋더라도 힘들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내가 자연분만을 원하면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주변에서 수술이 나쁘지 않다고 권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 수술 쪽으로 마음을 먹고 있다. 탕이는 몸무게가 는만큼 태동도 힘차졌다. 이제 밖의 소리를 다 듣는단다. 선생님은 초음파에 아가 얼굴이 보이자 "안-녀영, 아가야." 하고 인사를 건넸다. 다음 진료 날짜를 처음으로 평일로 잡았다. 그날 막달 검사를 한다고 했다. 5월부터 휴가를 쓸 거니.. 2021. 4. 22.
배려 오월부터 쉬기로 했다. 연차 소진하고 출산휴가 들어가기로. 삼십대에는 단 한번도 회사를 쉰 적이 없다. 오월에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지 기대도 되고 셀레기도 한다. 더불어 다가올 진통의 시간과 육아의 시작이 걱정도 되고. 아가는 아무래도 나를 닮은 것 같다. 입체초음파의 입이 완전 도톰한 것이 나다. 눈은 감고 있어서 잘 모르겠고, 코도 양수에 불어 있어 잘 모르겠는데 입은 딱 봐도 나다. 나를 닮은 아이가 초여름이 되면 이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다는 게 아직까지 믿기지 않고 신기하기만 하다. 오월에는 사놓은 손수건과 천기저귀 빨래도 하고 물려받은 작디작은 옷들도 빨아야지. 어제는 남편의 지인이 아가옷을 잔뜩 물려줬다. 지인의 아가는 돌을 앞두고 있는데 사실은 두번째이지만 거의 처음 보는 삼촌 이모에.. 2021. 3. 27.
출근 다시 출근한지 3주가 지나고 있다. 재택을 두 달 반이나 했다. 첫 주에는 긴 출퇴근길이 고단했으나 금새 몸이 적응해 나가고 있다. 재택할 때는 늦게 일어나도 되니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 날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집에 와서 밥 먹고나면 바로 기절이다. 집에 사람이 들어오는지 바로 옆에 누가 눕는지 모를 정도로 기절하듯 잠에 든다. 일찍 일어나니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알겠다. 해가 뜨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차 타고 역까지 나가는 길이 점점 밝아진다. 초여름이 가까워지면 이 시간이 지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환하겠지. 탕이는 출근 첫 날 지하철 안에서 지나치게 콩콩거려 나를 놀라게 했다. 이제 자신만의 하루 사이클이 생기고 외부 소리에도 반응을 한다는데 집에서 앉아 있거나 누워만 있던 엄마가.. 2021.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