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D-4
    모퉁이다방 2021. 5. 27. 11:31

     

     

      어제 친구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그랬다. 좋은 와이프 얻어서 자기가 이런 호사도 누린다고. 친구는 엘리베이터에서 남편에게 봉투를 건넸는데 이건 너 거야, 금령이꺼 아니라 용효 너 꺼야, 그러니까 꼭 너를 위해서 써, 라고 했다. 봉투 안에는 상품권과 메모가 있었다. 아기와 나는 선물을 많이 받았으니 이건 꼭 너를 위해서 쓰라고, 지금껏 좋은 남편이었고 이제 좋은 아빠가 될 게 분명하다고 쓰여 있었다. 남편은 자기 친구들은 아기를 낳으면 선물 같은 건 하지 않고 아빠가 되는 사람이 술을 한 턱 쏜다며 내 친구들의 연이은 선물과 격려를 놀라워했다. 나도 결혼식 이후 이렇게 벅찬 감정을 느낀 건 오랜만이다. 모두들 너무너무 고맙다. 내가 이렇게 챙김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건지. 아기를 잘 낳고 길러서 고마움에 보답해야지. 

     

      어제는 역시나 친구가 멀리서 얼굴을 보러 와줬다.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왔다고 한다. 나는 동네를 빙 둘러서 둘이 먹을 빵과 샐러드를 사왔다. 동네에 좋아하는 꽃집이 있는데, 수요일마다 행사를 한다. 작은 꽃다발을 한정수량 만들어 오천원에 판다. 꽃다발을 두 개 사와 하나는 친구를 주고 하나는 유리컵에 꽂아뒀다. 내가 가진 꽃은 스토크, 비단향꽃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찾아보니 이런 설명이 있었다. '영원히 아름답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또 어떤 역경이라도 밝게 극복하는 강인한 사람을 뜻하기도 하며,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훌륭하다는 뜻도 안고 있다. 

     

      이번주에는 어디에든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 동생이 오늘 아침 축하메시지를 보내며 둘이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네, 라고 했다. 오늘은 출산 전, 진짜 엄마가 되기 전 마지막 생일. 마지막 목요일이기도 하고. 일찌감치 일어나 어제 배달온 갈비탕에 미역을 추가해 아침밥을 먹었다. 비가 촉촉히 내리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오늘은 책을 조금 읽어야지. 요즘 통 책을 읽지 못했다. 좋은 영화도 한 편 볼 수 있으면 봐야지.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면 같이 밥을 먹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하루를 보내야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