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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84

사량도, 봄의 시작 새집에서 거의 한 달이 되었다. 이사 하기 전에 걱정이 많았는데, 옮기고 나니 참 좋다. 우리는 이 집에 와서 커다란 책장도 사고, 하얀색 탁자도 사고, 조립식 소파도 샀다. 어느 날은 동생이랑 길을 걷다 핸드드립 무료 강습을 한다는 안내판을 보고, 커피 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곳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조금씩 사다 먹고 있는데, 드립커피가 이렇게 신선하구나 매일 아침 감동하고 있다. 멀리 출근하는 동생이 아침밥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덕분에 나도 매일 거르지 않고 아침밥을 먹고 출근하고 있다는 믿지 못할 사실도. 몇몇 친구들이 다녀갔고, 주말에 한 번의 커다란 집들이가 있다. 뭘 해야 하나 아침 출근길마다 메뉴를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머릿 속의 메뉴는 매일매일 바뀌고. 집이랑 정 붙이느라 영화도, 책도 보지.. 2013. 3. 7.
다시, 바다 그렇게 많이 마실 생각은 아니였는데. 낙산사가 너무 아름다워서, 거기서 산 염주 팔찌가 마음에 쏙 들어서, 친구에게 이사선물로 줄 풍경소리가 너무 좋아서, 낙산사 아래 해수욕장에서 마신 캔맥주가 너무 시원하고 달아서, 파도소리가 너무 고와서, 시내로 돌아와 어렵게 찾아간 맛집의 물회랑 멍게비빔밥이 너무 맛있어서, 두 달만에 다시 맛 본 옥수수 동동주가 맛나서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그래서 거기서 나와 숙소 체크인을 하고, 걷다가 바닷가에서 도로묵과 양미리를 먹고, 맥주를 조금 더 마셔주고, 숙소로 돌아와 깨끗하게 씻고 일기를 쓰고 룰루랄라 좋은 꿈을 꾸며 잠이 들 생각이었는데. 개표 방송 때문에 모든 게 다 어긋났다. 우리는 어렵게 찾아간 맛집에서 오징어 순대를 하나 더 시키고, 옥수수 동동주를 세 병 .. 2012. 12. 21.
시월, 속초여행 를 다시 봤다. 마지막에 댄이 부르는 노래 가사가 좋아서 따로 적어뒀다. "모든게 끝나버린 뒤 모두 그대에게 등을 돌릴 때, 그댈 위해 네잎 클로버를 건네요. 모든 근심걱정 떨쳐버려요." 모든 근심걱정을 떨쳐버리고, 시월에 조금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가고 싶은 곳은 많았으나, 이번에는 조용하게 쉬고 싶었다. 올해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해보고 싶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아흑). 그래서 지리산 근처에 숙소를 잡고 빈둥거리며 먹고, 걷고, 책 읽고, 마시고, 늦잠과 낮잠을 자면서 지내보기로 결정. 금요일 근무를 끝내고 토요일부터 가 있기로 결심했는데, 예약문의를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방이 월요일부터밖에 없었다. 주말도 그냥 서울에서 보내기는 아쉬워 일요일에 .. 2012. 10. 28.
여름의 끝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울 때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마을에서 탱고 배우기, 지친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영종도 선녀바위 옆 낡은 배들이 놓인 해변을 찾아가기, 삶의 중요한 선택 앞에 섰을 때는 불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 마을에 머물다 오기, 미운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는 새벽이 아침과 닿는 시간에 광안리 해변을 걷기, 목표에 대한 부담으로 힘겨울 때는 낡은 도시 나가사키를 방문해 목적 없이 오래 걷기, 내 안의 아픈 상처를 묻고 싶을 때는 하늘계단에 도착해 버려진 것들의 산을 오르기,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졌을 때는 아프리카 하얀 사막 아틀란티스 샌듄을 걷기. 여름의 끝.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나는 이런 문장을 읽었다. 어떤 책을 소개하는 글이었는데, 이 문구들이 좋아 따로 프린트해뒀다. 나도 어딘가 .. 2012. 8. 26.
겨울 대게 여행 봄이 올 거다. 삼월이 올 거다. 봄이 오기 전에, 삼월이 오기 전에, 여자 셋이 경북으로 겨울 대게 여행을 다녀왔다. 후포항이라는 곳에서 머물면서 대게를 먹고, 대게를 보고, 또 대게를 먹고, 또 대게를 먹었다. 2월 17일부터 18일까지의 기억. 저녁의 기억. 아침의 기억. 그리고, 이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 봄이 오기 전에, 셋이서 어딘가 다녀오길 잘했다. 잘한 거 같아. 6시간 가까이 멀미 날 정도로 버스를 갈아타고 후포에 도착해 숙소에 짐 풀자마자 대게를 먹으러 갔다. 대게 한마리에 홍게 세마리에 두 병의 소주를 나눠 마시고, 살을 에이는 바람이 부는 기나긴 방파제를 걸어 등대를 보고 왔다. 너무 추워서 등대까지 달리기 내기를 했다. 꼴찌가 대게라면 끓이기. 숙소에서는 맥주를 마셨다. 신기하게 .. 2012. 2. 26.
2007 황순원 문학상 작품집 - 단편 속을 유영하다 달로 간 코미디언 김연수 외 지음/중앙북스 일단 저는 황순원 문학상 작품집 표지와 전체적인 책의 촉감이 좋아요. 전체적으로 은은한 파스텔톤이고, 작가 한 명 한 명의 캐리커쳐가 있어요. 직접 그려넣은 선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작가들의 표정은 인자해 보이기도 하고, 무덤덤해 보이기도 하고, 또 새초롬해보이기도 해요. 표지는 까칠까칠하고 울퉁불퉁한 종이의 촉감으로 살아있고 내지도 가벼운 재질이라서 가방 안에 넣고 다녀도 무겁지가 않아요. 김훈 작가가 수상했던 지난해랑 비교해보면 파스텔톤의 전체적인 표지 색깔만 살짝 달라졌어요. 마음에 듭니다. 김연수 | 달로 간 코미디언 을 읽고 싶어서 구입했어요. 동생이 김연수를 좋아하는데 저는 사실 그의 작품을 산문 몇 개밖에 보질 못했거든요. 산문 몇 개에서 느껴.. 2007.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