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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9

맨 오브 라만차 10월의 연휴에 돈 키호테를 만나러 갔다. 그는 여전히 황량한 라만차를 떠돌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어김없이 사랑에 빠졌다. 허름한 여관에서 '알돈자'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자를 만났다. 돈 키호테는 노래했다. 당신은 '둘시네아'라고. '둘시네아'는 스페인어로 '사랑스러운 여인', '귀여운 여인'. 알돈자는 그를 무시했다. 이 망할 놈의 영감탱이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화를 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몸을 팔고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는 자신은 알돈자라고. 하지만 돈 키호테는 계속해서 노래했다. 그에겐 이 허름한 여관이 기사 작위를 받을 수 있는 고귀한 성이었고, 촐싹대는 여관주인은 자신에게 기사 작위를 내려줄 고마운 성주였고, 모두가 한번 하고 싶은 헤픈 여자.. 2015. 11. 16.
6월의 일 6월 12일 화요일. 비가 왔다. 6월이 되고 나는 중랑천을 두 번 걷고, 한 번의 결혼식을 다녀오고, 세 편의 영화를 보고, 한 편의 뮤지컬을 봤다. 그리고 에피톤과 존 메이어의 새 앨범을 번갈아 듣고 있다. 세 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에서 못 본 영화를 다 보고 싶었는데, 실패. 딱 한 편만 봤다. . 예전에 이비에스에서 해주는 거 보다가 초반에 잠들어 버렸는데, 이번에도 역시 잠들어 버렸다. 좌석과 좌석 사이가 너무 가까워 졸면서도 아, 쪽팔리게 졸면 안 되는데 그랬는데, 나중에 내가 정신 차렸을 때 옆에 앉은 남자가 헤드뱅잉하면서 막 졸고 있어서 안심했다는. 영화는 참 좋은데, 왜 항상 이 영화를 보면서 조는지 모르겠다. 초기작이기 때문에, 라는 .. 2012. 6. 12.
뮤지컬 조로 - 조승우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정확하게 기억하질 못하겠지만, 10월의 어느날 내가 한 시인을 만났던 것만은 분명하다. 홍대의 어느 카페에서였다. 시인은 생각했던 것보다 키가 작았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해맑게 웃었다. 소년처럼. 시인에게는 덧니가 있었다. 그래서 그가 웃을 때 덧니가 보였다. 어, 웃는다 싶으면 덧니가 보였다. 시인은 그날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는 나는 다 기억하지 못하고 딱 하나만 기억하고 있다.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시인이 말했다. 평소의 자신과 시를 쓸 때의 자신은 조금 다른 사람 같다고. 시를 쓸 때는 평소보다 더 발전된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더 용기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기억력이 나쁜 나는, 시인의 말을 이렇게.. 2011. 11. 13.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 또 보자, 멋쟁이 지난주 목요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봤다. 갑자기 예매한 공연. 뭔가 감동받고 싶었다. 너무 무미건조해서. 해서 점심시간에 급예매했다. 혼자 보는 거라, 좋은 좌석도 남아 있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 이 공연을 셀 수 없이 많이 본 분이 있다. 그 분이 엄지손가락 치켜들고 강추하는 공연. 역삼역에 내려 맥도날드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커피 한 잔도 했다. 공연시간도 모르고 왔는데, 세 시간이란다.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예요, 정말 좋아요. 이 말만 믿고. 평일 공연인데도 자리가 꽉꽉 찼다. 내가 본 공연은 진호빌리. 오늘,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을 찾아봤다. 어른빌리가 무대 위에서 비상하는 장면. 빌리가 등장하기 전, 빌리의 아빠와 형의 모습. 이미 눈에 눈물이 가득한 두 사람이 무대 위.. 2011. 1. 8.
뮤지컬 클레오파트라 - 당신은 왕이 되었죠 체코에서 초연된 뮤지컬이라 했다. 나는 클레오파트라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이 뮤지컬 속 클레오파트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겠다.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운 미모를 빛내며 노래를 부른다. '난 왕이 될거야. 저 태양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는 황금 독수리처럼 강한 왕이 될거야.' 그녀는 카페트에 몸을 숨치고 시저 앞에 등장한다. 시저에게 바치는 선물입니다, 라는 말이 끝나자마차 카페트가 도르르 풀리더니, 요염한 클레오파트라가 등장한다. 그녀는 도도한 표정과 몸짓으로 시저를 유혹한다. 내가 본 그녀의 첫 번째 사랑이다. 뮤지컬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에겐 두 번의 사랑이 있었다. 그녀가 사랑한 두 남자는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한 남자는 자신의 반대세력에게 여러 번 칼에 찔려 죽었으며, 한 남자는 스스.. 2009. 6. 15.
2008 Live 민자씨의 황금시대. 신경림 시인 북 콘서트. 썸걸즈. 컴퍼니. 철수영희. 마이앤트메리_First Circle 2008.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