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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44

얼굴 빨개지는 아이 - 나도 잘해줄게요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열린책들 '금령씨에게 잘해줄게요'로 끝나는 메일을 받았다. 나는 내가 아끼는 김연수의 낭독 파일을 첨부해 보냈다. '난 이걸 우울할 때마다 꺼내 들어요. 슬픈 날에도요.' 라고 쓴 메일이었다. 그러자 그녀가 성기완 시집의 낭송 파일을 보내왔다. '기분이 조금 좋아지더라구요. 솜사탕도 사탕일까, 솜솜솜.' 어제 오늘 나는 여러번 이 파일을 꺼내 들었다. '솜은 왜 솜이 되었을까. 솜솜솜. 솜사탕도 사탕일까. 솜솜솜.' 나는 그녀의 메일을 받고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거기다 어제부터 시작된 이 비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장맛비는 도대체 언제오는거야, 노래를 불렀었는데. 가끔씩 속이 시원해질 정도로 쏴아쏴아 쏟아져준 덕분에 오늘 하루 아주 자알 보냈다... 2008. 7. 24.
다크 나이트 - 그는 최고의 조커다, 틀림없이 히스 레저가 등장했다. 그는 화장을 하고 다녀. 사람들에게 겁주려고. 히스 레저의 이야기다. 아니, 그가 맡은 조커의 이야기다. 새하얀 분칠을 하고 새까맣고 짙은 눈화장을 드리우고 흉터부위를 따라 새빨갛게 칠한 입술. 꼬들꼬들한 컬의 머리카락. 히스 레저의 모습이다. 아니, 그가 맡은 조커의 모습이다. 그가 그렇게 처음 등장했을 때, 커다란 총으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를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면서 가면을 벗으며 등장했을 때, 나는 예상했던 것처럼 슬펐다. 그는 이제 이 땅에 없는 사람. 그래서 우스꽝스러운 조커의 분장때문에 사람들이 낄낄거릴 때 나는 그 커다란 극장에서 벌떡 일어나 외치고 싶었다. 여러분, 보세요. 히스 레저잖아요.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잖아요. 저 슬픈 모습을 봐요. 울고 있어도 웃는.. 2008. 7. 23.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 스무살의 그 길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문학동네 왜 형,에서 민,으로 바꿨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지형,이라고 발음했을 때의 입 안의 울림이 작가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데. 어떤 이유가 있겠지만 이지민,은 너무 여성적인 느낌이다. 여리고 흔한. 그러고보니 우리 사촌동생 꼬맹이랑도 같은 이름이네. 표지가 예쁜 문학동네 책. 이 소설집에서 마음에 들었던 단편들은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와 '오늘의 커피', '키티 부인' 정도. 소설을 읽고 난 후에 책 표지와 차례를 놓고 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오늘의 커피'에서는 번쩍거리는 카페에서 조명을 가장 많이 받는 빛나는 주인장 자리에 어떤 손님이 서서 카페의 주인이 되어 씨디를 고르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모습. '키티 부인.. 2008. 7. 23.
모래의 여자 - 이곳에 살면서 구멍에 빠지는 곤충을 기다려 잡아먹는다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아베 코보의 , 제1장 첫번째 이야기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8월 어느 날, 한 남자가 행방불명되었다." 그리고 첫번째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 "이렇게 하여 아무도 그가 실종된 진정한 이유를 모르는 채 7년이 지나, 민법 제30조에 의해 끝내 사망으로 인정되고 말았다." 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 제1장 첫번째 이야기, 9페이지에서 11페이지에 걸쳐 짧게 요약되어있다. 아니, 나는 그렇다고 본다. 실종된 '진정한' 이유는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나는 잘 모르겠다.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를 읽지 않은 누군가가 그래, 7년이 지나게 그 남자가 실종된 '진정한' 이유란 뭐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글쎄요, 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제1장.. 2008. 7. 18.
김중혁의 두 권의 소설집 네이버 검색창에 '김연수'라고 치면 오른쪽 연관검색어에 김중혁, 박민규, 김현수, 미스코리아(미스코리아 김연수가 있는 모양이지?)가 뜬다. '김중혁'이라고 치면 간단하게 딱 한 사람과 연관된다. 김연수. (문태준 시인은 연관검색이 아예 없구나) 그러니까 김연수와 김중혁은 연관검색의 관계. 김중혁 작가의 과 를 읽었다. 역시 김천. 1970년의(1971년까지, 김중혁 작가는 71년생이니깐) 김천에는 어떤 문학적 태동의 기운이 넘실거렸던 게 틀림없다. 얼마 전,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를 읽고 마음이 먹먹해져 검색창에 문태준만 다섯 번 쳐대며 그의 인터뷰 기사들을 읽었다. '자동피아노'를 시작으로 '펭귄뉴스'까지 김중혁 작가를 만난 동안에 느낀 점이란 이런 거다. 한 문장만 쓸 수 있는 작가의 말이 있었다면.. 2008. 7. 12.
열네 살 - 나의 타임리프 열네 살 1 다니구치 지로 지음/샘터사 꽃이 지기 전 열네 살의 몸으로 돌아간 의 2권, 127페이지에는 내가 이 책을 보면서 제일 좋아한 그림이 있다. 48살에 일과 일상에 지친 중년의 남자가 어느 날 잘못 탄 기차를 타고 돌아간 열네 살이라는 역. 그 역에 발을 내딛는 순간, 48살의 술과 스트레스에 찌든 지친 몸의 주인공 나카하라는 14살의 가볍고 젊고 부드러운 몸이 된다. 타임리프. 열넷의 몸은 어색하고,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젊은 모습도 낯설고, 어느 날 실종되어버린 아버지의 변함없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도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시간 이동. 그리고 127페이지. 어느새 열넷, 싱그런 자신의 몸에 익숙해진 나카하라가 한 여름의 바다에 뛰어들어 흥분한 몸을 식히고, 바다 위에 둥둥 몸을 띄워 자.. 2008.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