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7 밀레니엄 맘보 - 2011년으로부터 온 편지 그녀의 이름은 비키. 그녀에겐 하오라는 연인이 있다. 그녀는 하오와 헤어지고 싶지만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주술이나 최면에 걸린 것처럼 그녀는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다짐했다. 예금해둔 돈을 다 써버리는 날, 그를 떠나리라고. 이것은 세계가 축제로 들떠있던 10년 전, 2001년에 일어난 일이다. 2011년의 비키는 그녀의 10년 전 이야기라며 말문을 연다. 비키는 10년 전 자신을 '그녀'라고 말한다. 마치 10년 전 자신은 자신이 아닌 것처럼. 자신은 그냥 10년 전 비키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제3자처럼. 그러니까 10년 전, 그녀는 열아홉살이였고,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으나 그들은 너무나 어렸고, 그를 버리지도, 떠나버리지도 못한 채 방황하고 있었다. 시간과 시간은 서로 .. 2008. 2. 17. 메리 대구 공방전 - 내게 위안이 되어주었던 드라마 무더운 여름이였습니다. 해마다 여름이 왜 이렇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점점 무더워지는지. 올해는 정말 참기 힘들었어요. 불면증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제가 더워서 잠이 오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까요. 할 말 다 했죠. 추워 죽겠는 한 겨울에 무슨 여름 타령이냐구요? 이제 한 해도 저물고 올해 제게 위안을 던져주었던 좋은 드라마들을 추억하다보니 그 한여름 땡볕의 더위 속에서 잘 살아 나가자고,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힘을 준 이 생각이 나세요. 기억하시죠? 삐삐소리 메리메리 이하나와 번개머리 대구대구 지현우가 최고의 귀여움과 깜찍함으로 무장한 백수로 등장한 드라마요. 많은 드라마가 제게 기쁨과 즐거움과 공감을 불러일으켜주지만, 그래서 그렇게 시간에 맞춰 티비 앞에 앉게 만들지만 만큼 저를 위로해.. 2007. 12. 11. 디 아워스, 나의 댈러웨이 부인 예전에 가 개봉했을 때 누군가 내게 경고했었다. 이 영화 보지마. 특히 낮엔. 우울해서 하루를 다 망칠거야. 그때는 충분히 우울했으므로 그의 충고에 따랐다. 그리고 몇 년 후, 이 책의 원작 을 샀는데 DVD 타이틀이 함께 배송되어 왔다. 책을 읽고 DVD는 고이 책장 속에 꽂아두었다. 어제 를 봤다. 보기 전에 몇 년 전 그의 충고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앓던 병이 깨끗하게 다 나았다. 우울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서,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댈러웨이 부인을 쓴, 댈러웨이 부인을 읽은, 댈러웨이 부인이라 불리운 그녀들을 위해. 여전히 예전에 구입한 그대로 책장 속에 꽂혀있는 을 읽어야 겠다. 영화 속 한 장면. 나는 메릴 스트립이 이 대사들을 뱉어내는 순간, .. 2007. 10. 29. 9회말 2아웃, 난희와 수애사이 9회말 2아웃 첫방송때 마음에 척척 달라붙는 대사들에 이끌려 닥본사의 애청자가 되겠노라고 다짐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사라져버렸다. 아직 스물두살인 막내동생은 이 드라마에 홀짝 빠져 꼭 닥본사를 하며, 중요한 약속 때문에 빠뜨린 날은 그 밤이 채 가기도 전에 다시보기를 해서 챙겨본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물었을 때 귀찮은듯이 대답을 안 하더니 저번회부터 정주가 나오지 않는다며 갑자기 재미가 없어졌다는 걸 보니 이태성 때문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난희가 좋았다. 신춘문예에 당선되서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난희, 직장생활은 겨우 버티고 있는 중이고, 서른에 가까워온 생의 허무함을 서른즈음에로 노래하는, 포장마차에서 절망과 희망을 섞은 폭탄주를 들이키며 푸념할 수 있는 그녀. 어떤 때는 나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2007. 8. 21. 여름이 가기전에 - 방황은 이제 끝내자, 스물아홉 잠 못 들던 여름밤,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가 가 하길래 보기 시작했다. 예전에 극장에서 개봉할 때 보고 싶었는데 놓친 영화. 꽤 시작한 후였지만 잠도 안 오고 해서 그냥 봤다. 그 밤, 나는 이 영화가 너무나 근사했다. 29살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오묘한 기운. 29살이 다가오면 아직은 29살, 이십대지만 마치 서른이 된 것처럼 행동하지 않나? 서른이 된다는 두려움도 크고. 뭐 서른이라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지만. 19살 때도 그랬나, 생각해봤다. 그때는 스무살이 된다는 설레임이 더 컸었던 것 같다. 확실히 29살은 오묘한 나이다. 아무튼 29살의 소연이 등장하고, 그는 서른이 훨씬 넘은 이혼남 민환을 사랑한다. 둘은 연애를 한번 했다가 헤어졌는데 그녀는 그를 잊기 위해 매우 힘든 시간들을 보냈고, 다시 .. 2007. 8. 18. 시간을 달리는 소녀 - 현재를 살아나가기 위해 영화와 소설의 스포일러 있어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북스토리 영화 를 보고 가장 궁금했던 건 마코토의 이모 가즈코의 존재. 츠츠이 야스타카의 원작은 이모 가즈코의 이야기라고 해서 읽어봤다. 소설 는 영화에서 박물관에서 복원사로 근무하는 가즈코 이모의 20여년 전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마코토가 타임 립을 처음 경험하고 놀라 가즈코 이모에게 달려가서 상담을 했을 때 가즈코는 전혀 놀라지 않고 당연한듯 마코토에게 이렇게 말한다. 니 또래 여자애들한테는 종종 있는 일이야. 소설 속의 고등학생 가즈코는 어느 날 마코토와 마찬가지로 과학실에서 타임 립을 경험하게 된다. 호두같은 기계에 멀리, 높이 달려나가면 타임 립을 하게 되는 마코토와는 달리 가즈코는 라벤더향이 나는 한 액.. 2007. 7. 1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