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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이 가기전에 - 방황은 이제 끝내자, 스물아홉
    극장에가다 2007. 8. 18. 18:13


       잠 못 들던 여름밤,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가 <여름이 가기전에>가 하길래 보기 시작했다. 예전에 극장에서 개봉할 때 보고 싶었는데 놓친 영화. 꽤 시작한 후였지만 잠도 안 오고 해서 그냥 봤다.

       그 밤, 나는 이 영화가 너무나 근사했다. 29살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오묘한 기운. 29살이 다가오면 아직은 29살, 이십대지만 마치 서른이 된 것처럼 행동하지 않나? 서른이 된다는 두려움도 크고. 뭐 서른이라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지만. 19살 때도 그랬나, 생각해봤다. 그때는 스무살이 된다는 설레임이 더 컸었던 것 같다. 확실히 29살은 오묘한 나이다. 아무튼 29살의 소연이 등장하고, 그는 서른이 훨씬 넘은 이혼남 민환을 사랑한다. 둘은 연애를 한번 했다가 헤어졌는데 그녀는 그를 잊기 위해 매우 힘든 시간들을 보냈고, 다시 그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뒤 다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연을 사랑하는 남자, 재현이 있다. 이 남자는 잘 생겼고 따스하고 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연을 사랑한다. 하지만 소연은 민환의 등만 바라보고 서 있다. 제일 끝에서 소연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 재현은 그녀를 깔끔하게 놓아버리지 않는 민환도 밉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사랑하는 소연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 재현이 제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그 자신일테다. 결국 소연은 재현이고, 민환은 소연이니까.

       못 본 앞부분이 너무 궁금해서 비디오며 DVD며 알아봤지만 출시되지도 않은 것 같고, 다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케이블밖에 없었다. 다시 방영하는 날짜와 시간을 알아뒀다가 토요일 오후에 앞부분부터 다시 봤다. 그런데 어제 오후, 나는 이 영화가 답답하고 화가 나서 끝까지 보지를 못했다. 분명 똑같은 이야기고, 등장인물들인데 그 밤의 소연은 끔찍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여자로써 충분히 공감이 됐었다. 누군가는 제대로 사랑하지도 못하는 세상에 아무 조건없이 사랑을 주는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하지만 햇빛이 훤한 낮에 본 영화는 달랐다. 너무나 푸르러서 힘들었던 이십대가 끝나감에도 여전히 사랑에 대한 환타지를 가지고 자신을 향해 뒤돌아보지 않는 남자에게 목 매다는 여자, 그런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라니.

       다행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프랑스에서 혼자 겨울을 보내는 소연의 모습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듯, 추억하는 듯한 얼굴. 나는 내 멋대로 이제 서른이 되는 그녀가 더이상 민환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철없이 그 때는 그랬지 추억은 해도 사랑하고 있지는 않을거라고 결론지어 버렸다. 아직도 여전히 머나먼 프랑스에서까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건 너무나 슬프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니까.



    + 마음에 들었던 대사들. 받아적었긴 했지만, 정확하진 않다. :)
       이현우 여기서 연기 좋았다고 기사 봤는데, 나는 왜 그렇게 어색한지.
       대사가 길어지면 어색해졌던 거 같다. 닭살이 좀 돋더라. 흐-
       김보경, 예쁘다는 생각 못했었는데, 이 영화에서 정말 예쁘더라. 청순하면서.


    재현 : 소연씨도 어떤 한 사람에게는 너무 착한 여자였다면서요.

    재현 :  소연씨 소연씨 누구죠?
    소연 :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재현 :  소연씨 소연씨, 저 사람은 아니예요.
              언제까지 그거 모른척 할거예요.
              남자들이 보면 바로 알아요.
              소연씨, 저사람 소연씨 좋아하지 않아요.
              남들 눈에 다 그렇게 보이는데 왜 소연씨만 못 봐요?
              소연씨도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민환 :  너는 나 그러는 줄 알면서 아직까지도 그러니, 너도 참 청춘이다
              너 몰라서 그렇지. 유학생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 서울에 얼마나 많은데.
              너 어디가서 꼭 안아주고 싶다.

    민환 :  너 아직 청춘이여서 겨울에 챙기는 날 많잖아.
              첫눈 오는 날, 크리스마스, 또 니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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