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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일
    모퉁이다방 2014. 6. 23. 22:34

     

       지난 주, 다섯 끼 내내 같은 음식을 먹었다. 원래 오늘 휴가를 쓸 참이었다. 차장님이 괜찮다고 원래 쉴 거였으니 이어서 쉬라고 했다. 오늘은 광화문에 가 조조로 영화 <경주>를 봤다. 능의 둥근 선이 아름다워 다음에 경주에 내려가면 그 선만 낮이고 밤이고 보고 와도 좋을 것 같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쏟아졌다. 어쩔까 하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점심을 해결했다.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씨디 플레이어를 샀다. 집에 와 브로콜리 너마저 1집과 루시드 폴 5집을 연이어 들었다. 갑자기 생각나 900원을 결제하고 <걸어도 걸어도>도 다시 봤다. 보는 동안 잠이 들었다. 해가 지기 전이었다. 깨니 해가 졌다. 다시 영화를 틀고 처음부터 다시 봤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우리는 이틀밤을 함께 지냈다. 하관을 할 때 아빠와 작은아빠와 삼촌들과 고모들의 등이 흔들렸다. 영정사진의 물기를 닦으며 무릎을 꿇고 오열하던 모습, 어깨가 커다랗게 위아래로 들썩이던 모습. 비가 왔더랬다. <경주>를 보고 찾아본 감독 인터뷰에 이런 글이 있었다.

     

     

    장률 : 개인적으로 그 그림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중국의 그림인데 이상하게 경주라는 공간과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계속 흩어지지 않습니까? 항상 우리의 곁에는 떠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떠나고 난 후, 우리들은 어떤 정서인가. 그 그림 속 시가 좋았습니다. "사람들 흩어진 후에 초승달이 뜨고 하늘은 물처럼 맑다." 우리의 삶에서 죽음을 만나서 사람들이 떠난 후에 하늘은 물처럼 맑다. 이런 안정감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장례를 치르면서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우리를 부르던 목소리가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각각의 이름에 할머니만의 각각의 억양이 있었다. 금려이 왔나. 하고 싶은 일은 더이상 미루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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