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에 해당되는 글 450건

  1. 일요일 아침 2012.02.05
  2. 이천십이년, 그리고 서른셋 8 2012.01.01
  3. 12월의 꿈 2011.12.11
  4. 케이에게 2 2011.11.23
  5. 마침내, 가을 2011.09.19
  6. 친구들 :) 4 2011.09.10
  7. 여름밤 2011.09.07
  8. 위시 리스트 5 2011.07.21
  9. 7월의 일 6 2011.07.17
  10. 월요일 4 2011.07.05

일요일 아침

from 모퉁이다방 2012. 2. 5. 11:31
 



나와 당신의 이야기

유희경

십 년 전 녹음했던 비틀스처럼 비가 내리려 한다 벽지의 꽃잎이 떨어질 것 같아 몸이 아픈 오전 아이들이 또 개 줄을 잘랐는지 개가 달려가는 소리 골목을 따라 달리는 구부러지는 개, 그 뒤를 쫓는 아이들의 환호성

나란히 누워 서로를 훔치고 있는 당신과 나는 아이들이 개를 부르는 소리 근처에 살고 있다 개 이름과 내 이름의 사이 발톱을 세운 비가 내린다 돌아보지 않을 만큼

차갑다,란 말 뒤에 내가 비쳤고 당신은 슬픔이 뱉어놓은 가래 한쪽은 보고 한쪽은 잊는다 오래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시력을 열어본다 눈동자 너머 소독약 냄새 나는 지난날이 쓰러져 있다 앞은 뒤를 그리워하고 뒤는 앞을 참는 기묘한 데자뷔 창밖, 발톱 소리 같은 당신의 등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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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극장에서 들었던 음악을 찾아 듣는다.
같은해에 태어난 시인의 시집을 찾아 읽는다. 그의 첫 시집에는 '면목동'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너를 만나기 전에 광화문에서 산 로또 번호를 맞춰본다. 열 여덟개의 숫자 중 두 개의 숫자만 맞았다.
제이에게, 미안. 사실은 약속이 없었어.
에이치에게,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어요.
비에게, 그 날은 정말 미안했어.
디에게, 우리의 시작이 생각이 안 나.
엠에게, 조금 취했던 거 같아.
일요일 아침, 일어나 밀린 하이킥을 봤다.
루시드폴의 '우리 아름다운 시간은'이라는 노래를 검색해서 다시 들었고,
88회의 이야기는 너무 좋아서, 다시 한번 더 볼 거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편의점에 다녀왔다. 컵라면과 삼각김밥과 커피를 샀다.
물을 올리고 기다리는 사이, 어제 극장에서 들었던 음악을 한번 더 듣는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2악장, 이란다.
어제 좋은 영화였고, 좋은 시간들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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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날 챙기는 거 뻔하지만 먹는 거는 꼭 챙겨야 한다는 문자친구의 말에 시장에 가서 굴 오천원치와 가래떡 삼천원치를 사왔다. 멸치랑 다시마 넣고 국물을 내고 굴과 떡을 넣었다. 멸치액젓 한 숟갈 넣고 계란을 풀어 넣었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마지막에 파 송송 썰어 넣고 맛있게 냠냠. 한 살이 더해졌다. 이제, 서른셋. 외로움이 쓰나미처럼, 아니 메뚜기떼처럼 오는 나이. 술자리에서 낄낄대면서 이야기하던 그 나이가 되었다. 떡국을 먹고 동네에 새로 생긴 이디아 커피집에서 산 라떼를 마시면서 케이블에서 연속으로 해주는 하이킥을 봤다. 드디어 지석이 하선에게 고백을 했다. 이제 더이상 늦지 않을 거라고 결심한 뒤였다. 새해가 되는 시간에. 사실은 박선생님을 좋아한다고. 아아, 내일 꼭 챙겨봐야지. 

    십이월에 영화를 좀 많이 봤다. 좋은 영화들이 떼지어 개봉했다. 어느 날 일요일에는 혼자 광화문에 나가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셨다. 끝나고는 택시를 타고 이태원에 가 함께 맥주를 마셨다. 아주 추운 날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Y언니를 만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봤다. 이 영화는 올해 내게 최고의 영화. 보는 내내 미소가 절로 났다. 서서히 눈물이 차 오르는 영화였다. 기적을 대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자세에 무한한 박수를. 이 영화를 보면서 화산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 손가락에 침을 묻히고 그 손가락을 허공에 댄다. 그걸로 오늘 재가 날리는구나, 오늘은 재가 안 날리는구나 안다. 그런 도시에서 기적을 바라며 사는 아이들이 있다. Y언니와 나는 영화를 보고 샤브샤브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조용한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2011년 마지막 날에는 M을 만나 <메리와 맥스>를 봤다. 십이월이었지만 그리 춥지 않은 오후였다. 호주에 사는 메리와 미국에 사는 맥스는 우연한 기회에 펜팔 친구가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을, 자신들이 좋아하는 초콜렛을, 자신들의 삶을 공유한다. 메리는 8살이고, 맥스는 44살이다. 메리는 궁금한 것 투성이다. 아이는 어떻게 태어나는지, 사랑은 어떤 감정인지. 맥스는 두렵고 불만 투성이다. 사랑이 두렵고,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거리에 그냥 버리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이 친구가 되었다. 22년 동안. 그들은 그동안 무언가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고, 서로로 인해 기쁘기도 하고, 절망스러워지기도 한다. 어느 날, 맥스는 화가 나 타자기에 있는 M을 빼내 아무런 메시지도 없이 그것만 넣어 보낸다. 영화의 마지막, 맥스는 다시 편지를 보낸다. 너를 용서한다는 내용이었다. 편지의 겉봉투에는 'ary'이라고 씌여 있었다. 내 옆자리에 있던 이도 M이었다. 그렇게 2012년이 왔다.

   십이월에 읽었던 책 중에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에 꾹꾹 눌러 담으며 읽었던 구절. "한마디로 믿음이 필요했다. 믿음과 타이밍. 미끄러졌다 하면,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났다 하면 발이 널판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 정강이뼈가 뚝하고 부러질지도 몰랐고, 까딱 잘못하다가는, 만약 재수가 없어서 발이 쑥 빠져버리는 날에는 10미터 아래 강물 속으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어리고 자신감이 넘쳤던 우리는 물론 한 번도 미끄러지거나 빠지거나 비틀거려 본 적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리듬을 타면서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 요령이었다. 그렇지만 말했듯이, 정작 중요한 것은 믿음. 나무 널판이 내가 발을 디디는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맹목에 가까운 믿음이었다. 그리고 널판은 항상 그곳에 있었다."

    2011년의 나는 여전히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갔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는 사람도 생겼다. 어떤 날은 기뻤고, 어떤 날은 행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날은 슬펐고, 외로웠고, 우울했다. 그래서 좀더 많은 책을, 좀더 많은 영화를, 좀더 많은 음악을 찾으려 했다. 어떤 책은 실망스러웠지만, 어떤 책은 내 인생의 책이 되었다. 어떤 영화는 내 삶을 0.00000000001% 변화시키기도 했다.  <비기너스>에서처럼 2012년에는 나도 '단순하고 행복한 삶'을 꿈꿔 보겠다. 이건 이완 맥그리거처럼 정리해 본 나의 서른 둘, 2011년. 


2011년의 커피.

2011년의 봄.

2011년의 길상사.

2011년의 영수증.

2011년의 와인.

2011년의 택배.

2011년의 맥주.

2011년의 빙수.

2011년의 음악.

 
2011년의 밤.

2011년의 바다.

2011년의 딸기.

2011년의 아침.

2011년의 외로움.

2011년의 기차.

2011년의 결혼식.

2011년의 하늘.

2011년의 산책.

2011년의 아이스크림.

2011년의 햇살.

2011년의 드라마.

2011년의 눈.

그리고 2011년의 시.

산다
다니카와 슌타로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새의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를 떠올려보는 것
재채기하는 것
당신의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륨
그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아름다운 모든 것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감춰진 악을 주의 깊게 막아내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태아의 첫울음이 울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다친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흘러가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가 날갯짓 한다는 것
바다가 일렁인다는 것
달팽이가 기어간다는 것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당신의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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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 단순하고 행복한 삶. 어느새 2012년이 왔다. 아자아자 화이팅. 새해 복, 많이 받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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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꿈

from 모퉁이다방 2011. 12. 11. 22:18


    꿈에 좋아하는 가수가 죽었다. 네이버에 그의 사망일이 입력되어 있었다. 그는 곧 새앨범을 낼 참이었는데, 그게 마지막 앨범이 되고야 말았구나. 이제 그 앨범만 들으면 더이상 새로운 그의 곡은 없겠구나. 꿈에서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오늘 버스를 타고 가면서 그의 노래를 들었는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번 주에 첫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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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에게

from 모퉁이다방 2011. 11. 23. 08:01


    지금 생각해보니 어제는 조금 우울했던 거 같아요. 집 앞 포장마차에서 오징어 튀김 두개에, 김말이 하나에, 새우튀김 하나에, 계란 하나를 떡볶이 국물에 묻혀 달라고 했어요. 하이킥을 틀어놓고 그것들을 흡입하고, 씻고 뉴스를 보고, 누웠어요. 누워서 천일의 약속을 보는데 수애가 갑자기 행복해진 게 아무래도 이상한 거예요. 며칠 전만 해도 아프다는 소리를 동생이 하기만 해도 표정 돌변하고 고함질러댔었는데, 이제는 자기가 스스로 치매라는 단어를 웃으면서 막 내뱉고. 이제 이 드라마랑 나는 안되겠다, 생각하면서 어제 읽은 잡지의 어떤 페이지를 펼쳤어요. 라오스에서는요. 살아가면서 스님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 있대요. 나는 그 문장이 좋아서 어제도 또 읽었어요. 오늘은 밀린 일이 많아 일찍 나가려 했는데 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버렸어요. 샤워를 하고 얼마 전에 구입한 직화구이 냄비에 가래떡 한줄을 구웠어요. 텀블러에 엄마가 보내준 매실액을 부어두었어요. 오늘은 춥다니까 파란색 목도리를 챙겨서 집을 나왔어요. 2호선을 기다리면서 자판기 커피를 마셨어요. 엄마한테 비가 온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야채를 많이 먹으라고 문자가 왔어요. 안 그래도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오늘 점심도 또 인스턴트인데. 편의점에 생새우튀김 우동이 새로 나왔길래. 오늘저녁에는 귤을 사야겠어요. 고추도 사고. 왠지 조금 쓸쓸한 아침 같아요. 오늘은 In the still of the night를 들어보세요. Jane monheit의 노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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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가을

from 모퉁이다방 2011. 9. 19. 21:37



    어제 새벽, 그러니까 일요일 새벽에 빗소리를 들었다. 알람 소리에도 힘겹게 일어나는 나인데, 그 빗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쏴아- 무섭게 쏟아지는 빗소리였는데. 오늘 보니 그게 여름이 가는 소리였다. 가을이 오는 소리기도 하고. 오늘은 퇴근길에 따듯한 라떼를 사서 마시며 걸었다. 지하철에서는 일본 영화를 봤다. 일본에서는 면을 먹을 때 후루룩 후루룩하고 최대한 소리를 많이 내는 게 예의라지. 영화에서 계속 후루룩 후루룩- 그런다. 배고프게. 이번주에도 홍대에 가서 우동을 먹어야겠다. 어제 맥주를 마시다 늦어져 택시를 탔는데, 택시에서 내리니 가을이었다. 참 이상했다. 택시 타기 전에는 늦여름이었는데 내리려고 문을 여니 가을이었다. 알싸한 바람내음새. 반갑다, 가을아. 월요일 출근의 압박도 잊고 맥주를 늦게까지 마셔준 덕분에 계절이 가고, 오는 순간을 함께 했다. 결론은, 앞으로도 맥주를 많이 마셔줘야겠다. 겨울이 진짜 오려나보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계속 생기는 거 보니. 내 곧 연락할게요. 우리 만나요. 추운 계절에 :) 마침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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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

from 모퉁이다방 2011. 9. 10. 00:17
   
    어제는 Y언니를 만나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언니가 대구포도 시켜줬다. 우리는 영화친구다. 극장에서 일하면서 만났고, 영화 관련 일을 함께 했으며, 이제는 또 비슷한 직종에. 언니를 만나러 가는 길에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영화를 함께 보았는지 생각해봤다. 대학로에서, 을지로에서, 광화문에서, 명동에서, 그리고 부천과 제천에서. 올해 봄에 함께 전주영화제 가기로 했는데 숙소 때문에 실패하고,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가을의 부산영화제. 올해 매년 노래만 불러대던 부산영화제에 간다. 둘다 부산영화제는 처음이다. 함께 밤을 보내는 두번째 영화제. 부산에 가면 회를 꼭 먹어요, 하니 언니가 밀면도 먹자, 한다. 영화는 딱 한 편만 봐요, 하니 언니가 좋다고 한다. 가을을 위해 매달 3만원씩 모아왔다. 이제 케이티엑스 예약만 무사히 마치면 준비완료. 여름의 제천만큼 가을의 부산도 좋겠지. 언니는 원래 애기 입맛이었는데 나이 들면서 어른 입맛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뼈다귀탕도 좋아하고, 곱창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주량도 늘었다. 늙어가는 건 어쩌면 괜찮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겐 문자친구도 있다. 나의 문자친구는 요즘 주로 숲에서 문자를 보낸다. 그녀의 문자에는 늘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여름의 숲에서 그녀는 이런 문자들을 보내주었다.



이건 땀흘리는 고사리라고,



이건 괭이손 사마구라고,



이런 믿을 수 없이 화려한 나비 사진도 보내주었다.

모두다 그녀가 머무는 여름의 숲에서 보내온 사진들.



이건 여우주머니



이건 산초나무 잎


 

   나는 이런 사진들을 주로 사무실에서 받았다. 그녀의 숲은 그녀의 집 뒷산에 있다. 파주로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보석같은 뒷산을 발견해냈는지. 이름도 모르고 지나갈 식물들인데 덕분에 한번씩 이름을 불러보고 익혀본다. 

    나는 그녀와 문자를 주고 받으며 그녀가 토요일의 소포를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사간 그녀의 집에서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여름에 팥을 삶고 (그녀의 레시피대로 나도 여름의 팥을 삶았지만 대실패 ㅠ), 평일의 수목원을 다니며, 햇빛알레르기가 있다. 어느날 밤 11시 50분에 귀뚜라미 소리를 들었고, 어느날 오후 2시 8분에 바람소리를 들었다. 내가 북해도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더니, 그녀는 언젠가 오로라를 보러 알래스카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은 조금 쓸쓸했단다. 

   "이집에서 마지막 밤입니다. 많은 얘기들이 있던 곳이었어오. 짐을 챙기다챙기다 결국 포기하고 누웠어요. 조금 전엔 고등학교때 미술실 건물 헐 때 주워온 건물잔해를 찾았다는. 이제 조금은 그만 모아야할 것 같아요. 쌓이니 넘 무거워요. 늙었다. 괜스레 말 걸어 봅니다. 참 전 파주로 가요. 07/08 오전 12:56"

   나는 답답하고 조용한 사무실 안에서 그녀의 숲을 상상한다. 아침의 숲. 이슬을 머금은 숲. 그녀에게만 눈에 띄는 것들. 그녀로 인해 다시 불려지는 것들.



   이런 귀여운 사진도 보내준다. 그녀의 고양이. 이름은 보노. 피부병 때문에 저렇게 깜직하게 해 놓았단다. 나는 과일 싸는 포장지인 줄 알고 귀여워 죽겠다고 했는데; 이 사진 진짜 귀엽다. 계속 보게 된다니까. 


   추석이니까, 보름달이 곧 뜰테니까 고마운 것들, 좋은 것들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연휴기간 가져보기로 한다. 부정적인 기운 가득한 나는 곧 불평불만 투성이 될 테지만. 이번 주말은 그래보기로 한다. 좋은 사람들만 생각하면서. 모두들 기분 좋은 한가위 보내시길요. :) 

- 추석이 지나면 할 일 : 홍상수 새영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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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from 모퉁이다방 2011. 9. 7. 21:44

    
   셔틀을 타고 보니 하늘이 흐리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 셔틀에서 내리면 바로 삼겹살 집이다. 더군다나 장사 잘 되는 집. 차에서 내리면 맡게 되는 서울의 공기=삼겹살 냄새. 옆사람과 금요일 점심 때 삼겹살을 먹어보자고 계획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인데. 일단 신속하게 이동할 차량이 필요하고, 삼겹살도 먹기좋게 다 구워져 있어 앉자마자 먹기 시작하면 딱인데. 아무래도 이 계획은 실패하고 금요일 점심은 날치알비빔밥으로 만족할 듯. 요즘 매일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는다. 덕분에 칼퇴. 퇴근길, 배가 고파서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김동률 노래 듣다가, 호타루 2시즌 보다가 겨우겨우 집에 도착.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나니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아, 집에 갈 때 체중 줄여야 엄마가 잔소리 안 하는데 등등. "추석연휴가 되면 항상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가 된 기분이다. 공포의 연휴가 다가오누나." 오늘 트위터에 올라온 김종관 감독님의 명언. 배부르니 나른해진다. 누우니 라디오에서 '진짜' 옛날 노래들이 줄이어 나온다. 창으로 늦여름 바람이 솔솔 불어들어오고. 아, 이런 여름밤.



   7월에는 연차를 내고 미술관에 다녀왔다. 대도록을 사면 평일 초대권을 주길래 저렴하게. 꿈에 그리던 고흐의 그림도 좋았지만, 윈슬러 호머의 <여름밤>이 참 좋았다. 이 그림 앞에 좀더 오래 머물렀다. 어디선가 잔잔한 음악이 흘러 나오는 것만 같은 그림. 이런 느낌의 여름밤이 가고 있는 거다. 안녕. 올 여름도 행복했다. 지긋지긋해도 뒤돌아보면 그리운 것들 뿐이니까. 오르세 도록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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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리스트

from 모퉁이다방 2011. 7. 21. 20:58
섹스 앤 더 시티 풀패키지 (18disc)

    몇 년동안 책 사고 받은 적립금, 마일리지 모아서 꿈에 그리던 <섹스앤더시티> DVD를 샀다. 이제 언제든 섹스앤더시티 언니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씀. 며칠 전에는 미란다의 결혼식 에피소드를 봤다. 미란다는 셋 중에 캐리랑 제일 친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엔 사만다랑 엮여 있었다. 미란다의 결혼식에서는 사만다의 유방암 소식을 알았고, 미란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는 사만다가 오르가슴을 잃었다. 캐리가 빅을 만나는 것도 보고, 한때 내가 흠모했던 (그러나 이제 흠모하지 않는) 에이든을 만나는 것도 보고, 빌어먹을(포스트잇!) 버거를 만나는 것도 보고, 느끼한 (게다가 이기적인) 알렉산더를 만나는 것도 언제든 볼 수 있다. 신난다.

   또 책을 열심히 사고 있다. <섹스앤더시티>처럼 비싸서 소장하지 못했던 (그러나 너무나 소장하고 싶었던) DVD를 손에 넣기 위해. 그 위시 리스트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프렌즈 : 10 Year 스토리 SE 박스세트(40disc)
 
  말할 필요도 없지. 프렌즈!! 난 너를 원해! 냉면보다 더!! 제일 비쌈. 이거 사려면 몇 년동안 책을 사야 할까.


MBC 일요 로맨스 극장 : 단팥빵 박스세트
 
  요즘 나의 일요일 오전에 해피타임과 서프라이즈가 있다면, 그때의 내게 단팥빵이 있었지. 시청률이 안 좋았던 거 같은데, 이 드라마 진짜 좋았음. 요즘 좀 생각난다.


연애시대 일반판 박스세트 (10disc)

    이건 말할 필요도 없지. 나의 영원한 완소 드라마.


 
  요즘 다시 보고 있다. 아주 천천히. 그때의 나는 지현우를 좋아했다. 이선균은 좀 나이들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이선균을 좋아한다. 지현우는 너무 어리다. 나 나이 들었지? 이제야 사람 보는 눈이 생기는 건가.


    이 DVD는 꼭 구입할 예정. 내가 아끼는 영화들.
 
           


   아, 영화 보고 싶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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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일

from 모퉁이다방 2011. 7. 17. 19:46


 


    채널CGV에서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해준다. 1박2일도 안 보고, 나는 가수다도 안 보고 해리포터를 틀어뒀다. 음소거로 해두고 라디오를 듣고 있다. 오랜만에 듣는 라디오. 어제 오랜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오래 전에 사두었던 거라며 클래식 라디오를 줬다. 친구는 커피믹스도 종류별로 챙겨오고, 좋은 향이 나는 차 티백도 챙겨왔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거라며 쌀국수도 챙겨왔고, 귀여운 에코백도 챙겨왔다. 그 많은 걸 종이가방에 넣어왔다. 우린 거의 4년 만에 만나는 거였는데,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삼계탕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팥빙수를 나눠 먹었다. 비가 오다 그치다를 반복했다. 우산을 펴고, 또 끄고 홍대와 이대를 걸었다. 오늘은 그 친구가 재밌게 본 드라마라며 이것저것을 메신저로 보내줬다. 그걸로 이번 여름을 날 거다. 해리포터도 이제 마지막. 매번 챙겨보진 않았지만(심지어 극장에서 졸기까지 한 적도 있었다) 마지막이라니 왠지 마음이 그렇다. 뭐든 마지막이란 건 서글픈 것. 귀엽기만 했던 해리랑 론과 헤르미온느가 이렇게 장성했고, 나는 그동안 늙어왔고. 배철수 아저씨의 목소리는 간만에 들어도 좋구나. 비가 내려주면 좋을텐데. 

    

 


   명란젓이 참 좋다. 시장에서 명란젓을 한 팩 사서 냉동실에 하나씩 나눠서 넣어뒀다. 그걸 밥이랑 볶아 먹기도 하고, 그냥 구워 먹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구운 명란젓. 그냥은 비릿한 맛이 나서 잘 못 먹겠다. 오늘은 스타게티를 했다. 마트에서 스파게티 면이랑 삿포로 맥주를 사왔다. 냄비에 물과 굵은 소금을 넣고 팔팔 끓였다. 스파게티가 익어가는 동안 후라이팬에 기름을 둘렀다. 으깬 마늘 한쪽과 껍질을 제거한 명란젓 하나를 넣었다. 기름에 명란알들이 이리저리 튄다. 다 익은 스파게티랑 스파게티 끓인 물 다섯 숟가락 정도를 넣고 볶았다. 그릇에 담고 조미김을 얇게 썰어 장식. 끝. 정말 맛있다. 삿포로 맥주도 맛나고, 스타게티도 맛나고, 티비에선 해리가, 라디오에는 배철수 아저씨가. 괜찮은 일요일 밤이다. 



 

 
    <소중한 날의 꿈>을 두 번 봤다. 어쩌면 한 번 더 볼 지도 모른다. 상상마당에서 매일 10명에게 원화를 주는 이벤트를 한다길래. 이 영화를 보면서 한 사람을 생각했다. 이 사람과 나는 최근에 친구가 됐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우리는 친구가 되기로 했다. 그녀는 내 글을 보러 몇 년동안 와 주었고, 나는 최근 그녀의 책 한 권을 선물받았다. 거기에 그녀의 아기자기한 일상이 기록되어 있었다. 책을 읽으니 그녀를 만나본 적 없지만 왠지 만난 것만 같다. 책 속에 네잎클로버를 찾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양산, 쪼그려 앉아도 좋을 편안한 바지, 얇은 지질의 두께가 있는 책, 물, 그리고 5월의 맑은 날, 머리가 복잡해서 잠시라도 무게를 덜고 싶을 때나 밖에 나갈 핑계 없이 한가로울 때면, 동네 가게에 들러 아이스바 하나를 입에 물고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잔디 많은 곳을 물색한다. 잔디 사이로 토끼풀 꽃이 수북하게 올라와 있는 곳이 보이면 그곳에 자리를 잡는다. (...) 네 잎 클로버가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그렇게 정성을 들인 네 잎 클로버를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때다."

     그렇게 찾아서 정성스럽게 말린 네잎클로버를 그녀가 내게 선물해줬다. 그 클로버는 책 속에 끼워져 있었는데 네 잎 클로버 밑에 연필로 그린 조그마한 손이 있었다. 그녀는 그걸 2007년에 찾았다. 그게 2011년의 나에게 왔고. 무려 햇수로 5년 동안이니, 그만큼 근사한 행운이 곧 내게 찾아 올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녀 덕분이다. 그녀의 책을 읽고 다이어리에 좀 더 구체적으로 오늘 한 일을 적어둬야 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오늘 걸은 길이나, 오늘 먹은 과일, 오늘 마신 커피, 오늘 느낀 바람, 오늘 온 비에 관해. 1년 뒤에 나는 또 그 길을 걷고, 그 과일을 먹고, 그 가게의 커피를 마시고, 그 바람을 느끼고, 그 비를 볼 지도 모를 일. 그럼 매년 그 날은 그렇게 그 길을 걷고, 그 과일을 먹고, 그 커피를 마시고, 그 바람을, 그 비를 느껴야 하는 날일 지도 모르니까. 특히 계절이 바뀌고 처음 그 계절을 느낀 날이나, 처음 그 계절의 과일을 먹은 날은 꼭 적어둬야지. 그리고 1년 전 다이어리를 가지고 오늘 해야 할 일을 계획해야지. 우리는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다. 가끔 그녀가 내게 문자로 고양이 사진을 보내준다. :)


 


   맞다. <소중한 날의 꿈> 이야기. 이 이야기 꼭 해야 하는데. 나는 이 영화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개봉 일주일도 안 돼 큰 극장에서 다 내리니 속상했다. 10년을 공들여 만든 영화라는데. 이 영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설명하고 싶은데, 잘 안 될 거 같다. 진짜 좋아하는 건 말로, 글로 잘 설명이 안 되더라. 이 영화를 보면, 나와 비슷한 나이라면, 학창시절 생각이 많이 날 거다. 고등학교 때 입던 교복이며, 우리가 한 장씩 나눠썼던 교환일기며, 구름다리에 있었던 아이스커피 자판기하며, ㅁ자 건물 안에 있었던 잔디밭하며, 저녁시간에 창문 밖으로 허리까지 내밀고 보았던 밤하늘하며, 너의 고민들하며, 나의 고민들하며, 내가 사전이며 책 귀퉁이에 적어두었던 꿈 이야기하며, 니가 되고 싶었던 미래와 나의 미래까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영화가 시작되는데 처음부터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느낌이 끝까지 이어졌다.

    좋은 부분들이 아주 많았지만, 두번째 볼 때 내 마음에 들어왔던 건 오이랑과 한수민. 철수랑 이랑이보다 오이랑과 한수민이었다. 꼭 이렇게 성까지 붙여줘야 한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그랬던 것 처럼. 오이랑은 한수민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한수민은 서울에서 전학온 아이. 자기소개를 할 때 짓궂게 반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라고 하자, 태연하게 노래를 불렀다. 그것도 잘 불렀다지. 영화 포스터를 떼어내면서 이게 도둑질이 맞긴 많는데 사람 많은 데서 이러면 괜찮아, 라고 말하는 아이. 33살이 되면 자살을 할 거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아이. 어린 남자아이들은 관심 없다고 말하는 아이다. 기역은, 니은은, 으로 시작하는 시를 쓰는 아이.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그 아이가 자신의 시가 실은 형편없이 겉멋만 부린 거라는 걸 아는 순간, 엉엉 울어버린다. 나는 너무 다른 오이랑과 한수민이 친구가 되어가며, 서로 닮아가는 순간순간들이 참 좋았다. 그래서 마지막에 두 사람이 눈밭에 누워 눈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에서는 오이랑이 한수민 같았고, 한수민이 오이랑 같았다. 그게 참 좋았다. 나는 이걸 만든 사람도, 홍보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사람들이 이 근사한 애니를 많이들 봐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 때때로 괜찮고, 때때로 슬프다. 이건 여름이랑 안 어울리는데. 가을이나 봄에 이래야 어울리는 건데. 북해도에 가고 싶고, 돈 걱정 없는 백수가 되고 싶고, 근사한 책과 영화들을 섭렵하고 싶은 요즘. 어느 출근길, 이 시가 내 마음을 울렸다.


선우사

백석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허구 긴 날을 모래알만 혜이며 잔뼈만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일루셔니스트>를 봤다. 쓸쓸했지만, 무척 좋았다.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것. 누구도 욕할 수 없지. OST가 있네.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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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from 모퉁이다방 2011. 7. 5. 00:28
  
    일요일 조조로 <풍산개>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쏟아지는 빗속을 걷는데,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아졌다. 열심히 살고 있지도 않았지만 그보다 더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아졌다. 그런 느낌의 영화였다. 좋은 영화였지만, 중간에 끊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았지만 집으로 오는 길에 초록마을에 들렀다. 동네에 초록마을이 생겼다. 말린 표고버섯을 사고, 오징어와 새우와 홍합이 들어있는 해물칵테일을 샀다. 커다란 유리병에 담긴 비싼 플레인 요구르트도 사고, 택배에 함께 보낼 허브차 티백과 비타민도 샀다. 다시 비를 뚫고 집에 들어와 멸치다시마 육수를 내고 불린 표고버섯을 넣고 오징어 새우 홍합에 청량고추 하나 썰고, 두부 반 모를 넣은 된장찌개를 끓였다. 현미밥이랑 같이 맛나게 먹었다. 

    오늘은 나쁜 꿈을 꿨다. 좋지 않은 꿈이 아니라 나쁜 꿈이었다. 나는 꿈 속에서 그 꿈 때문에 놀랐고, 화났고, 짜증이 났고, 슬펐다. 자명종 소리에 맞춰 일어나 씻고 출근준비를 하고 남은 된장찌개에 밥 한술 뜨고 지하철을 탔다. 책을 읽는데 불현듯 그 꿈 생각이 났다. 잠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잊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니 생각이 났다. 고흐의 책을 읽고 있었다. 퇴근길에 아빠에게 전화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꾸 꿈 생각이 나서. 그래서. 오늘 회사에서 여러 일을 망쳤다. 기분도 엉망. 지난주부터 월요일마다 수업을 듣고 있다. 요리에 관한 수업이다. 선생님이 감정적인 음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먹고, 먹었고, 스치고, 스쳐갔던 음식에 형용사를 붙여서 기록해두라고 하셨다.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물에 편한 느낌의 음식에 보리밥과 된장찌개가 있다. 영국에는 우리의 쌀밥과 같은 매쉬 포테이토가 있단다. 나는 이 음식에 수식어를 붙여본다. 고흐의 매쉬 포테이토. 그의 감자. 그의 오트밀. 버스에서 내려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는데, 방금 전화가 왔다. 나는 나쁜꿈을 꿨다고 했다. 그의 토스트. 아빠는 일요일 아침마다 우리에게 버터 가득한 계란토스트를 구워주셨다. 요즘 나는 좀 우울하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런 느낌. 나 정말 지금 뭐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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