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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20세기
    극장에가다 2017. 10. 31. 23:26



        간만에 아네트 베닝을 봤다. 나는 여전히 아네트 베닝하면 <러브 어페어>다. 우아했던 미소와, 낮은 허밍 소리. <우리의 20세기>의 아네트 베닝은 많이 늙었는데, <러브 어페어>에 비하면 주름이 아주 많아졌는데, 여전히 멋지더라. (물론 분장을 했겠지만) 민낯같이 평범한 일상의 얼굴도 자연스럽고, 클럽에 가기 위해 잔뜩 꾸몄을 때는 여전히 아름답더라. 저렇게 자연스럽고 멋지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꿈은 책을 읽고, 맥주를 마시는 할머니. 아네트 베닝이 맡은 역할은 늦은 나이에 아들을 낳고, 이혼을 한 뒤 혼자 사춘기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역할이다. 다음 달에 죽는다는 진단을 당장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줄담배를 피운다. 사춘기 아들이 온전히 커 나가는데 자신 혼자만으로 부족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아들의 성장에 필요한 여러가지를 가르쳐 달라고 집에 함께 사는 애비와 아들의 친구 줄리에게 부탁을 한다.


        여러 캐릭터가 나오는데, 나는 아네트 베닝과, 애비와 잠은 잤지만 영화의 초반부터 아네트 베닝과 잘될 것만 같았던, 윌리엄이 함께 나오는 장면들이 좋았다. 두 사람이 마음이 있는 듯, 없는 듯 아주 천천히 마음을 키워나가는 그 몽글몽글한 기운이 좋았다. 아네트 베닝은 일하는 시간 말고는 주로 자신의 방이나 집에 박혀 있는 사람이었는데, 어떤 계기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즐겨보려는 결심을 한다. 멋졌다. 나이 들어서 못한다고, 안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는 삶. 그런 중년의 삶. 영화를 보며 멋진 중년이 되자고 결심했다. 어떤 기회가 다가오면 놓치지 말고 열성적으로 실패해보자고 생각했다. 실패하지 않으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삶보다, 실패로 점철되는 한이 있어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되자고. 내년 다이어리에 적어둘 거다. 아네트 베닝이 용기를 낸 것처럼 그러하게 살아가야지. 그나저나 나이가 들어 빨간색에 끌리는 건지, 그녀가 아름다워 그런건지, 아네트 베닝의 새빨간 립스틱은 정말 예쁘더라. 나도 빨간색 립스틱을 발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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