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십일월 첫날이었네. 충무로에서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을 보았다. 조림이는 니카라과로 가기 전에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함께 읽자고 했다. 조림이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고, 특히 일기를 좋아한다. 영화를 볼 때에는 책을 다 읽은 후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책 생각이 났다. <애도일기>는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이다. 일기는 2년 뒤에 끝났고, 6개월 뒤 롤랑 바르트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한 달 뒤 사망한다. 그는 일기에 생전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그녀가 이제 곁에 없음을 슬퍼했다.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 미래의 이야기이다. 인공지능이 죽은 이의 모습을 하고 앉아 있다. 남은 이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이의 모습을 마주하고, 과거에 함께한 이야기를 나눈다. 남은 자는 죽은 이의 모습을 선택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의 모습이거나, 죽기 전의 모습이거나. 인공지능은 처음에는 아무 정보가 없지만, 남은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토대로 자신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쌓아나간다. 당신이 내게 프로포즈를 했던 순간을 이야기해줘요, 하면 알려 준 대로 이야기해준다. 그렇게 죽은 이를 마주하며, 그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추억한다. 그리고 그 추억 더듬기가 늘 성공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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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8.18


    아직도 나는 마망과 "이야기를 한다" (현재형으로). 하지만 이 이야기는 마음속에서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나는 마음속에서 그녀와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살아가는 방식 안에서 존재하는 대화다: 매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나는 그녀의 가치관을 따라서 살려고 애를 쓴다: 그녀가 했던 것처럼 식사를 하고, 집 안을 정리하면서. 윤리와 미학이 하나가 되는 삶, 비교 불가능한 생활양식, 그것이 그녀가 일상을 보내던 방식이었다. 그런데 여행 중에는 그런 일상의 가사들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특별함"을 만날 수가 없다 - 그건 집에 있을 떄에만 가능한 일이니까. 여행은 그래서 나를 그녀로부터 떨어져 있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그녀가 곁에 없는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 그녀가 바로 가장 친숙한 일상이었으므로.

- <애도일기> 200쪽


10.29


애도의 한도에 대하여.


(라루스 백과사전, 메멘토) :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18개월이 넘으면 안된다.

- <애도일기> 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