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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부학교실 - 어젯밤 무서운 꿈을 꾸었어요
    극장에가다 2007. 7. 14. 18:21


    우리도 언젠가 해부학 교실에 혼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몰라.

       13일의 금요일.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예보. 해부학 교실.

       <해부학 교실>을 봤다. 서툰 의대생들의 해부학 실습, 심장이 멈춰버린 차가운 시신에게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한 그곳에서 우리 중 누군가가 하나씩 살해를 당한다는 이야기. 지문도 없고 흔적도 없이 친구들이 살해되고, 우리는 모두 똑같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애꾸눈 의사가 등장하고 카데바가 살아움직이는 꿈, 누굴까? 왜일까? 왜 우리가 죽어나가야만 하는걸까?


    어젯밤 무서운 꿈을 꾸었어요. 너무 무서워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처음은 괜찮았다. 누가 죽어나가는지 왜 죽어나가는지 알기 전까지는. 아직은 서툰, 그래서 용서될 수 있는 의대생이기에 문근영을 꼭 닮은 한지민의 연기가 어색해도, 오태경의 대사가 영 들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런데 문제는 두 명의 친구가 죽어버리고 한 명의 친구가 미쳐버린 후 메스를 던져버리고 또 누구 죽어야하는지 왜 죽어야하는지 알아야겠다고 세 명의 친구가 탐정모드로 변신했을 때부터 너무 뻔해져 버렸다는 거다. 우리의 공포영화에서 늘상 보아왔던 출생의 비밀, 억울하게 죽은 자의 한, 순수한 사랑이 비참하게 뭉개져 버렸을 때의 증오심, 결국 모든 것은 가까이 있다는 반전. 늘 이렇게밖에 안되는걸까? 공포는 항상 슬픔에서 비롯되는 걸까?

        그래도 이 영화를 보면서 시간이 아깝지 않은 건 영상때문이었다. 기억해두고 싶은 장면들이 꽤 있었다. ㅁ형인 기숙사, 한지민이 반복해서 꾸게 되는 꿈의 환영들, 장미 꽃잎들이 하늘에서 떨어져 손바닥에 닿자 핏자국으로 변하는 순간, 사연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지민이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 장면들, 그리고 제일 마음에 들었던 카데바 수화의 의미.

       창피하게 관객이 얼마 없었던 극장 안에서 꺅! 소리를 질렀다. 아, 정말 그 때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소이의 영정사진 씬. 역시 한국 영화는 이야기 자체에서 주는 공포보다 순간순간 깜짝 놀래키게 만드는 장면들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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