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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의 명화_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극장에가다 2007. 7. 22. 03:57

    주말의 명화에 대한 단상.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토요일이었다. 코아아트홀이었고, 좌석은 첫줄 아니면 거의 앞쪽이었다. 아마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서 본 영화였을 거다. 친구와 나란히 앉아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다 보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너무 좋다고 동시에 말했었다. 종로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영화 속처럼 여러명이 어울렸던 술자리로 옮겼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라 조금 어색했고 조금 낯설었고 조금 불편했던 기억. 비가 내렸던 날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나니 비가 그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2004년 어느 겨울날의 기억. 

      나는 이 영화의 스칼렛 요한슨이 좋다. 무료함이 드러나는 얼굴, 커다란 창가에 앉아 도쿄를 내려다보는 외로운 포즈, 군중 속에 드러나던 쓸쓸한 뒷모습. 그렇게 외롭고 쓸쓸한 스칼렛 요한슨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누군가 내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듯한 느낌이다.
       오늘 다시 한번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샬롯이 꽃꽂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샬롯이 배우는 꽃꽂이. 수분을 잔뜩 머금은 오아시스에 너무나 다른 꽃들을 이쪽에 저쪽에 꽂아 하나의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해 나가는 것. 곧 시들고, 곧 말라버릴 아름다움을 간직한 것. 내 줄기는 낯선 오아시스의 섬 위에 꽂혀있고, 내 옆에는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나와 너무 다른 색깔의 꽃들이 즐비해 있는 것. 그 곳에서 내 마음을 쓰다듬어줄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까? 곧 말라버릴 나와 곧 말라버릴 너와 곧 말라버릴 오아시스때문에 항상 초조하고 불안한 나.
       밥과 샬롯이 딛고 있었던 오아시스. 그곳이 지금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도쿄이기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언어로 소통할 수 있어도 말이, 마음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내 마음을 쓰다듬어 줄 사람, 나와 함께 잠들어줄 사람, 내 푸념들을 들어줄 사람, 내 어깨를 토닥거려줄 사람. 20대의 샬롯도 50대의 밥도 아직도, 여전히 어려운 세상.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 위안이 되나보다. 나만 헤매고 있는 거 아니잖아. 모두들 내색은 안 해도 다들 그렇잖아.

    - 나이가 들면 사는게 좀더 편해질까요?
    - 그렇진 않아. 다만 주변상황에 자신이 좀 덜 흔들리게 되지.


    지금 세시와다섯시사이에 흐르는 음악. 너무 좋아서.
    BGM_레이 찰스의 'You don't know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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