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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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핑 베토벤 - 신을 듣는 남자극장에가다 2007. 10. 24. 10:44
저는 클래식의 클자도 몰라요. 베토벤인지 모짜르트인지 헷갈리기 일쑤구요. 엘리제를 위하여인지 월광인지 매번 헷갈려요. 일부러 찾아서 듣는 것도 아니구요. 그냥 듣게되면 어디선가 들어봤던 선율이구나, 좋다, 라는 정도예요. 그러니깐 클래식 음악에 관해서 개뿔도 몰라요. 봤어요. 은 베토벤의 말년을 다룬 영화예요. 베토벤의 이야기지만 다이앤 크루거가 연기하는 안나 홀츠라는 인물은 백퍼센트 가공된 인물이라고 해요. 한 리뷰기사를 보니까 영화 속에서도 공연되어지는 '9번 교향곡' 초연 당시에 무대에 올라가 귀가 안 들리는 베토벤을 돌려 세워 환호하는 객석을 보게 만들었던 여성이 있다는 짤막한 기록에서부터 시작한 감독의 상상력이 안나 홀츠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해요. 무례하고 포악하고 신경질적인 청력을 잃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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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명화_파니핑크, 초콜릿극장에가다 2007. 10. 16. 08:54
파니핑크. 토요일. 처음 본 건 스무살 무렵이었다. 모두들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꼽는 여자 나이 서른살. 여자 나이 서른에 좋은 남자 만나는 건 길을 가다 원자폭탄 맞는 것보다 어렵다는. 그 때는 이 대사가 백프로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공감이 되었었는데. 그리고 그 때 서른의 나이를 생각할 때면 아주 까마득한 일이라고 생각됐는데. 물론 세상이 변했으니까. 이제 여자 나이 서른살에 좋은 남자 만나기는 길을 가다 백원짜리 동전을 주울 수 있는 확률만큼 가능한 일이 되었지만. 내가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저 대사에 서글퍼졌던 건. 그 때 생각한 서른살이 지금과 너무나 달라서. 나는 아직도 너무나 철이 없고 여전히 어리다는 걸, 그리고 그 때보다 여전히 없는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은 순간. 저 초의 숫자가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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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원 - 뉴욕을 걷는 여자극장에가다 2007. 10. 8. 10:30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는 조디 포스터가 뉴욕의 거리를 마이크를 잡고 걸으면서 시작합니다. 여러 뉴욕의 소리들을 녹음하고 그 위에 자신의 목소리를 집어넣습니다. 조디 포스터는 뉴욕을 걷는 여자예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지요. 을 보면서 조디 포스터 목소리가 이렇게 좋은지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 자신을 많이 닮아있어요. 낮고 강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어요.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해요. 결혼을 앞둔 너무나 행복한 에리카(조디 포스터)가 애인과 함께 산책을 가다가 갱들을 만나 애인은 죽고, 에리카는 죽다 살아나요. 그 뒤로부터 에리카는 거리를 걷는 것이 무서워지고 불편해져요. 합법적으로는 범인들을 잡아 넣지 못할 정도로 경찰은 무능하고, 에리카는 '살아 나가기 위해' 불법으로 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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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니 다이어리 - 빨간우산을 내려주세요극장에가다 2007. 10. 5. 01:17
사실 스칼렛 요한슨이 그렇게 예쁜지는 모르겠어요. 섹시한지도 모르겠구요. 그녀가 나온 영화 중에서 오히려 평범하고 유난한 외모였던 나 쪽이 섹시함이 강조된 영화보다 더 끌렸던 거 같애요. 제일 좋았던 건 쓸쓸한 도쿄 창가에 홀로 앉아 있던 지만요. 아무튼 를 봤습니다. 보고 싶었어요. 이 영화에서도 스칼렛 요한슨은 섹시하거나 비밀스럽다기보다 평범한 캐릭터예요.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금융계 면접을 보다가 첫 질문에 대답을 못하게 되면서부터 내니, 아니 애니의 인생이 달라져요. 자신을 소개해 보라는 아주 간단한 질문이였어요. 사실 늘 자신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우리 모두 믿고 있지만, 가장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잖아요. 저부터 그렇거든요. 그리고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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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얼티메이텀 - 나의 앞모습을 마주할 때극장에가다 2007. 10. 3. 11:08
(스포일러 있어요) 본 시리즈를 극장에서 본 건 처음이다. 이전 시리즈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고, 케이블에서 해 주면 중간부터 봐서 이번 마지막 을 보기 위해서 1,2편을 해주는 시간에 맞춰서 새로이 봤다. 그리고 후회했다. 왜 내가 이 시리즈들을 극장에서 보질 않았는지. 그래서 본 시리즈 중에서 최고는 이번 이게 된 것 같다. 사람들은 를 최고로 치던데, 나는 큰 스크린 앞에서 빵빵한 사운드를 옆에 끼고 본 이 집에서 허접하게 본 어떤 시리즈보다 최고로 느껴졌다.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제임슨 본 최고' 제임슨 본에게는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없는 것은 일단 말. 그는 행동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다. 최소한의 말만 뱉어낸다. 그래서 나는 무뚝뚝해보이는 본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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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 남자와 여자가 노래할 때극장에가다 2007. 10. 2. 01:23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요.) 남자가 스크린 앞에 섭니다. 어째선지 모르지만 상처난 기타를 메고 빈 케이스를 앞에 두었어요.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합니다. 멜로디는 슬퍼요. 가사는 더 애절하구요. 슬픈 사랑의 종말을 노래하는 남자의 표정은 내 마음 속 언젠가의 기억을 울컥 떠올리게 합니다. 나는 그의 빈 케이스에 칠천원을 넣어주었지만, 어쩐지 액수가 너무 적은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자는 두시간 내내 노래 했거든요. 두시간 내내 내 마음을 울렸거든요. 오늘 밤은 남자가 불러주었던 멜로디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네요. 따라라라 따라라라. 여자가 그 남자 앞에 섭니다. 노래하는 남자에게 말을 걸더니 다음 날에 애완동물처럼 진공청소기를 질질 끌고 옵니다.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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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에 관한 잔상들극장에가다 2007. 9. 21. 21:47
늘 그렇다. 좋았든 별로였든 허진호 영화는 보고 나면 머릿속에서 여러번 곱씹어보게 된다. 어제 을 보고 오늘 든 이런저런 생각들. 하나. 허진호 영화 속 여자들을 생각해보면 얼굴이나 분위기는 부드럽고 여리고 보듬아주고 싶은 이미지로 비슷비슷하지만 영화 속 그들은 남자들보다 더 적극적이다. 심은하는 늘 먼저 한석규의 사진관을 방문하는 입장이었고, 의 이영애는 먼저 라면을 먹고 가라고 하더니 자고 갈래요? 라고 했고, 의 손예진도 술에 취해 농담조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두 사람에게 복수하게 우리 사귈래요, 라는 과감한 멘트를 날렸다. 그리고 의 임수정도 저 옮는 병 아니예요,라며 그를 유혹했다. 둘. 영화 속에서 유난히 거울을 보는 씬이 많이 등장하는데 은희(임수정)이 거울을 보는 씬들은 대개 초반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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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을 보고 투덜거리다극장에가다 2007. 9. 21. 01:46
허진호 감독님께. 감독님. 오늘 시사회를 보고 나왔는데 맥주 생각이 간절했어요. 영화를 보면 술, 담배하면 몸 다 망친다는 교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술이 땡기던지요. 같이 간 친구랑 좋아하는 술집에 가서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냥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맥주 두 병을 샀습니다. 그리고 영화 생각을 하면서 한 병 마셨어요. 친구도 집에 들어가서 한 잔 한다고 했으니 어쩌면 장소만 다르지 우리는 함께 술 한잔 하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감독님 영화를 처음 본 건 진주의 극장이었어요. 친구가 소개해준 남자아이와 함께 봤는데, 영화가 그 아이만큼이나 심드렁했어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 사실 그때 졸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지루하다는 느낌만 남아있거든요. 그러다 대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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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레시피 - 내 이름은 조이예요극장에가다 2007. 9. 18. 16:07
내 이름은 조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난 빨간색을 좋아해요. 내겐 빨간색이 들어간 알록달록한 목도리, 빨간색 털모자, 따뜻한 빨간색 장갑이 있어요. 흠. 흠. 사실은요. 그래요. 사실은, 얼마 전에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어요. 케이트 이모를 만나러 뉴욕으로 가던 중이였는데. 오랜만에 이모를 만난다는 사실에 엄마와 난 무척이나 들떠있었는데. 끔찍한 사고가 나고 말았어요. 나는 조금 다쳤고 엄마를 잃었죠. 난 단 한번도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이 세상엔 우리 두 사람이 전부였거든요. 아빠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구요. 가끔 아빠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난 엄마 하나만으로 충분했어요. 정말이예요. 정말이지 공작새 털로 눈을 가리며 장난을 치던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엄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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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갉아먹는 마음의 병, 거식증극장에가다 2007. 9. 1. 02:47
니가 생각하는 니 몸을 그려봐. 갸날픈 몸을 가진 여자는 자기 키만큼 커다란 도화지에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몸을 그린다. 여자는 도화지 위에 자신을 그려넣지 않는다. 갸날픈 여자와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통통한 남자인 것만 같은 몸을 검정색 펜으로 그린다. 정말 이게 너의 몸이라고 생각해? 여자는 진심으로 이 몸이 자신의 몸과 똑같다고 말한다. 갸날픈 여자를 도화지에 바짝 붙여 세우고 여자의 몸을 따라 빨간색 펜으로 선을 그린다. 진짜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뒤로 물러서서 자신과 자신이 생각하는, 너무나 다른 두 몸을 보는 여자. 이게 진짜 너야. 빨간색 펜은 진실을 말하고, 검은색 펜은 마음의 굴절을 말한다. 여자는 거식증, 섭식장애, 영혼을 잠식시키는 병에 걸렸다. 은 섭식장애에 걸려 치료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