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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의 명화_파니핑크, 초콜릿
    극장에가다 2007. 10. 16. 08:54

    파니핑크.
    토요일.

       처음 본 건 스무살 무렵이었다. 모두들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꼽는 여자 나이 서른살. 여자 나이 서른에 좋은 남자 만나는 건 길을 가다 원자폭탄 맞는 것보다 어렵다는. 그 때는 이 대사가 백프로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공감이 되었었는데. 그리고 그 때 서른의 나이를 생각할 때면 아주 까마득한 일이라고 생각됐는데.
       물론 세상이 변했으니까. 이제 여자 나이 서른살에 좋은 남자 만나기는 길을 가다 백원짜리 동전을 주울 수 있는 확률만큼 가능한 일이 되었지만. 내가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저 대사에 서글퍼졌던 건. 그 때 생각한 서른살이 지금과 너무나 달라서. 나는 아직도 너무나 철이 없고 여전히 어리다는 걸, 그리고 그 때보다 여전히 없는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은 순간. 저 초의 숫자가 서른 개라는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다. 훨씬 더 많아보이는데.  
       일년이 지나 서른이 되면, 십년이 더 지나 마흔이 되면 저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청승맞게 눈물 한 방울을 흘리면서 저 노래를 함께 들어줄 사람 있을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나이 마흔은 영 상상되지 않는데 말이다. 나의 스무살에 서른살이 온전히 상상되지 않았듯이.
       Non ! Je ne regrette rien. 아니예요! 나는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초콜릿.
    일요일.

       이 영화는 50년대 아프리카가 프랑스의 식민지였을 때 '프랑스'라는 이름을 가진 백인여자아이의 시선으로 백인우월주의, 식민지의 땅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영화다. 여기서 여자아이는 자신의 집안일을 봐주는 흑인의 남자 원주민과 깊은 우정을 나누는데, 흑인 원주민은 여자아이의 엄마와도 미묘한 감정이 있다. 그 시선은 끈적끈적해서 어떤 때는 측은한 마음을 담고, 어떤 때는 에로틱한 감정을 담은, 그리고 어떤 때는 알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을 담는다.
       아무튼 이 영화를 일요일 오후에 보면서 가장 제일 많이 든 생각은 부럽다는 거였다. 찾아보니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실제로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지냈다고. 가장 상상력이 풍부했을 어린시절을 이질적인 문화에서 경험한 것. 이곳도 저곳도 아닌, 이곳도 저곳도 이해할 수 있는 생각과 감성을 지닌 것. 그런 경험들이 예술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감수성을 지닌 것. 그리하여 깊고 넓은 사람이 되는 것.
       숨을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의 아프리카. 견딜수 없이 너무나 덥고 숨 막힐 것이 분명한데 화면 안의 모습은 너무나 따뜻해보였다. 나도 그 차 밑에 들어가 함께 가슴을 맞대고 누워 모래의 열기를 고스란히 느끼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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