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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얼티메이텀 - 나의 앞모습을 마주할 때
    극장에가다 2007. 10. 3. 11:08

    (스포일러 있어요)


       본 시리즈를 극장에서 본 건 처음이다. 이전 시리즈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고, 케이블에서 해 주면 중간부터 봐서 이번 마지막 <본 얼티메이텀>을 보기 위해서 1,2편을 해주는 시간에 맞춰서 새로이 봤다. 그리고 후회했다. 왜 내가 이 시리즈들을 극장에서 보질 않았는지. 그래서 본 시리즈 중에서 최고는 이번 <본 얼티메이텀>이게 된 것 같다. 사람들은 <본 슈프리머시>를 최고로 치던데, 나는 큰 스크린 앞에서 빵빵한 사운드를 옆에 끼고 본 <본 얼티메이텀>이 집에서 허접하게 본 어떤 시리즈보다 최고로 느껴졌다.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제임슨 본 최고'

        제임슨 본에게는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없는 것은 일단 말. 그는 행동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다. 최소한의 말만 뱉어낸다. 그래서 나는 무뚝뚝해보이는 본이 좋더라. 그리고 과거의 기억. 조금씩 돌아오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왜 자신이 사람들을 죽어야 했는지, 그 사람들의 이름은 무엇이였는지, 왜 이렇게 자신이 도망다녀야 하는지, 왜 사랑하는 그녀를 잃어야 하는지, 본은 알지 못한다. 액션 영화에서 이런  철학적인 주제가 가미됐음으로서 보는 재미에 생각하는 재미까지 주다니. 최고다.

       그리고 본에게 있는 것. 첨단 기계와 같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액션. 3편에도 이어진 본의 필살기, 총 없이 사람 죽이기, 모로코의 좁은 도로를 제 집 마냥 넘나드는 오토바이 액션들 하며. 어쩜 그렇게 한 치의 오차도 없는지. 평범한 외모에 단단한 골격, 각지고 어둑어둑한 멧 데이먼의 표정들이 제임슨 본을 너무나 잘 연기해냈다. 정말 맷 데이먼을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그에게 있는 건 죄책감이다. 본 시리즈 내내 그를 괴롭혔던 것. 없어진 기억들 속에 자신이 아무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죽여야 했던 것에서 비롯된 죄책감. 마지막 뉴욕의 옥상에서 또 다른 제임슨 본과 마주했을 때 그의 대사. '넌 날 죽여야 하는 이유를 알아? 저들이 만들어 놓은 우리의 모습을 봐.' 명령을 받으면 이유도 영문도 모른채 살인을 하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너와 나 사이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고뇌할 수밖에 없는 본. 어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본 얼티메이텀>을 보면서 끊임없는 흔들리는 화면 너머로 지나치게 클로즈업 된 인물들의 얼굴을 본다. 주름 하나까지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그래서 어떤 배우는 흔들리는 앞모습이 어떤 배우는 혼란스런 뒷모습이 함께 잡힌다. 때로는 혼란스런 뒷모습때문에 흔들리는 앞모습의 얼굴이 반쯤 가린다. 정의가 무엇인지, 내가 누군인지, 누가 나를 위협하는 건지 고민하는 본의 앞모습과 뒷모습. 본 사건을 처리하려 투입됐지만 이제는 본을 믿게 된 니키와 랜디의 앞모습과 뒷모습. 결국 본은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앞모습을 온전히 했지만, 그 되찾은 앞모습으로 인해 뒷모습이 온전할지. 여전히 그의 자아찾기는 계속되어야 되지 않을지. 우리가 기억을 잃지 않아도 그렇듯이, 라고 두서없이 뒤죽박죽으로 생각해본다.

        아, 정말 본 시리즈가 끝날걸까? 더 만들어질 이야기꺼리들은 충분한 거 같은데. 니키와도 요원이였을 때 무슨 로맨스가 있었던 듯 하고. <한니발 라이징>처럼 <본 라이징>으로 본이 왜 요원으로 자원할 수 밖에 없었는가도 만들어도 재밌을 거 같고. 맷 데이먼이 더 나이 들기 전에, 더 지치기 전에 빨리 본 시리즈가 더 만들어졌음 좋겠다. 하긴 브루스 윌리스도 그 많은 나이에 다이하드 액션을 훌륭하게 소화해냈으니. 아무튼 맷 데이먼의 재발견. 사실 옛날부터 좋아했다구. <굿 윌 헌팅>때부터. 그런데 <붙어야 산다>는 좀 아니였던 거 같다. :)

       덧, 화면 속의 여러 유럽 국가들의 모습들이 정말 좋았다. 본 시리즈를 보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될 듯도 한데. 늘 어두침침했던 이전 시리즈의 유럽 모습들과는 달리 <본 얼티메이텀>의 모로코 탕헤르의 햇살과 하얀 건물들은 정말 좋아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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