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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이월 이십이일
    모퉁이다방 2009. 12. 23. 00:30

        오늘은 B씨네 집에 갑작스레 초대받았다. B씨네 집은 포근했다. B씨의 방에는 책도 많고(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도 있었다구! B씨도 영화 실비아를 보았단다.), 씨디도 있고, 아주 보드라운 극세사 이불도 있었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서 고 보드라운 기운을 삼십초 동안 고스란히 받았다. B씨 방의 벽에는 여러 사진들이 붙여져 있었는데, 거기에 B씨의 어릴 적 사진도 있고, 김연수 사진도 있고, 렛미인 전단도 있고, 원스 전단도 있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스틸도 있었다.

        B씨는 내가 좋아하는 호두 반찬을 내 왔고, 도라지에 버섯, 멸치 반찬, 깍두기에 닭도리탕까지 내왔다. 아, 조개가 들어간 냉이국도 있었다. 물론 다 B씨의 어머니께서 해 주신 국과 반찬들. 아, 맛났다. 사간 맥주 캔을 각자의 유리잔에 가득 따르고 밥과 함께 먹었다. 그야말로 반주. 밥을 다 먹곤 반찬을 치우고 맥주를 마셨다. 사온 맥주가 모자라자 B씨는 아버지의 맥스 맥주를 내왔고, 맥스 맥주가 다 떨어지자 역시 아버지의 양주를 내왔다. 양주를 얼음에 넣고 야금야금 마셨다. 11시가 되었고, 우리를 위해 일부러 마실을 나가신 어머니가 돌아오실까 걱정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니까, 아주 따뜻한 저녁이었다. 고마워, B. 오늘부터 B씨, G씨 사이에서 언니 동생 사이 하기로 했다. 12월 말이 되니 매일매일이 아쉽다. 좋은 사람과의 술자리만이 살 길. 오늘은 책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내일이 목요일이면 좋겠구나. 빨랑 자야지. 보일러 온도 21도. 예약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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