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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이월 이십일일
    모퉁이다방 2009. 12. 22. 00:10

        요즘 아침마다 건대입구역에서 치즈맛 굿모닝 과자를 뽑아 먹는다. 하나에 팔백원. 그리고 자판기에서 크림커피를 뽑아 먹으면 12시까지 꼬르륵 소리 안 내고 버틸 수 있다.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의외로 든든하다. 오늘은 월요일이니까 씨네21을 사고, 굿모닝 과자를 뽑았다. 열차가 들어올려고 해서 번호를 누르고 반환레버를 쉴새없이 눌렀더니 어떻게 된 일인지 과자가 두 개가 나왔다. 앗싸. 크림커피는 못 뽑았지만, 횡재했다 싶어 룰루랄라 전철을 탔다. 월요일의 시작.

        오랜만에 명동에 갔는데, 역시 명동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 이런 혼잡스런 명동 분위기가 참 싫었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신나더라. 벌써 크리스마스 주잖아. 벌써 이십일일이잖아. 시간이 참 빠르다. 나도 내년이면 서른 하나, 가 된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명동 비어할레에 갔다. 셋이서 앉아 맥주를 마시며 꿈 얘기를 했다. 나는 얼마 전에 실제로 울어버린, 서러웠던 꿈 얘기를 했고, B씨는 얼굴 없는 남자가 자꾸 자기를 때린다는 꿈 이야기를 했다. B씨는 '연애 절실'이다. H는 자면서 계속 웃는단다. 좋은 꿈 꾸는 것도 아닌데, 룸메가 계속 웃는다는 제보를 해 주었단다. 딱 H같은 상황이다. 그렇게 꿈 얘기를 하니, 배수아의 <북쪽거실>이 읽고 싶어졌고, 언젠가의 내기에서 진 B씨는 자기가 읽던 그 책을 내게 선물한다 했다. 앗싸.


        나는 요즘 정이현의 새 소설 <너는 모른다>를 읽는 중이예요. 오늘은 말했다시피 맥주를 마셨구요. 명동 비어할레에는 월요일인데도 맥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 찼더라구요. 그걸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 최근에 본 영화는 <아바타>구요. 이층에 봄 적립카드는 벌써 한 장을 가득 채웠어요. 무려 두 잔의 공짜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아껴둘려구요. 항상 거기 가면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마시는데, 더 비싼 거 마시고 싶어지는 날 그걸 쓸 거예요. 요즘 제일 자주 듣는 음악은 루시드 폴의 새 앨범이요. '문수의 비밀'이란 노래는 왜 그렇게 귀여운 거예요. 말 못하는 동물을 두고 아빠와 걷을 때 행복하다느니, 폴은 그렇게 자기 멋대로 생각해도 되는 건가요? 요즘은 집에서 요리를 거의 못 해먹고 있어요. 얼마 전엔 아빠가 홈쇼핑에서 고등어를 몇 십마리 주문해주었는데, 어찌나 많은지. 그래도 고걸 노릇노릇하게 구워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어요. 단, 집안 가득 비린내가 가시질 않는다는 거. 요즘 난 그래요. 이렇게 나의 십이월이, 나의 서른살이 가고 있어요. 하지만 곧 일월이, 나의 만 스물아홉이 다가온다는 거. 헤헤- 당신의 십이월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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